정기홍 기자
승인
2022.07.23 13:27 | 최종 수정 2023.06.15 03:56
의견
0
요즘 음식과 건강을 다루는 방송이 인기입니다. 관심이 높으니 종류도 많습니다.
금방 생각 나는 지상파 방송만도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는 물론 '좋은 아침', '기분 좋은 날'이 떠오릅니다. 대체로 지정 패널들은 제법 오래 출연해 건강 상식을 일러줍니다.
기자도 건강 방송을 찾아서 보진 않지만 채널을 돌리다가 음식과 건강 이야기가 나오면 들으면서 간단한 메모도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들 방송의 고정 출연자들이 듣도 보도 못한 음식 영양소 관련 전문용어를 너무 자주 쓰더군요.
한두번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지속됩니다. 1회성은 아닙니다. 진행자도 어려운 용어풀이에 집착하면서 많은 시간을 소비합니다. 작가와 PD, 출연진이 사전 논의를 했겠지요.
"무엇을 말하려는 것이지? 영양가를 말하면서 약을 파는 것인가?"
이런 의구심이 와닿습니다. 언급된 영양소는 상품화 돼 많이 팔리고도 있습니다. 간접광고(PPL)와 관련이 있거나, 보이지 않는 '협찬의 그림자'는 아니겠지라고 하지만, 의구심을 갖는 게 합리적인 판단일 듯합니다.
고정 출연자가 오래 나오다 보니 '그 말이 그 말'로 들려 식상해 학계에서 쓰는 어려운 영양소 용어를 가져와 쓰기도 하겠거니 생각도 합니다.
다음은 어느 지상파 건강프로그램에서 자막으로 언급된 내용입니다. 독자분들은 저 용어들을 아시겠습니까?
방송의 음식·건강 프로그램의 트렌드이지만, 어려운 전문용어를 쓰는 경향은 심해졌습니다. 시청자들은 알지도 못하는, '출연자 자신들만의 리그'로 끝날뿐이지요.
싱거워지면 간을 쳐야 합니다.
이럴 땐 과감히 출연진을 바꾸는 겁니다. 관련 전문가는 중국 제자백가(諸子百家·춘추전국시대에 활약한 학자와 학파 총칭) 시대 이상으로 수두룩합니다. 요즘엔 말만 그럴듯한 달변가만 요구되는 시절도 아닙니다. 말이 어눌한 전문가의 한두 마디가 이슈가 되고 큰 파장을 주는 경우는 허다합니다.
신문사에선 애송이 기자에게 주는 불문율의 지침이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생이 읽어서 이해가 안 되면 잘못된 기사"라는 말입니다. 요즘은 온라인 기기로 워낙 정보를 일찍 접해 이 기준이 초등학교 3학년 정도로 내려야 할 듯합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어려운 용어는 반드시 풀어 써라고 합니다. 하지만 기자 자신도 모르고 써대는 기사가 한 둘이 아닌 게 현실이지요.
글을 쓰다 보니 김구라나 유재석류의 방송은 언제 바뀔지도 궁금하긴 합니다.
대체재는 충분합니다. 세상에는 무수한 다양함이 있고, 말하자면 '무림의 고수'도 많잖습니까? 바꾸면 또다른 재미와 묘미는 물론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요.
작가나 연출자나, 출연자나 힘에 부치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합니다. 잔 트릭을 길게 쓰면 더 식상해집니다. 여기서의 부치는 힘이란 능력이 아닌 식상함입니다. 등장하는 의약 용어가 광고성 협찬 차원에서 등장한다면 조금 줄여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