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예상하는 리스크(위험) 대응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화재는 워낙 예상을 못한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양현서 카카오 부사장이 16일 화재 현장에 나와 기자들과 만나 전날 경기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의 전 서비스가 먹통이 된데 대한 해명을 하면서 한 말입니다.
이 말을 전해들은 네티즌들의 뿔이 대단히 났습니다. 말 그대로 종일 맹폭이었습니다. '고민이 없는 변명'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양 부사장이 말을 더 읽어보시지요.
“분당과 안양 등 전국 네 곳에 데이터센터를 분산해뒀는데 이 중 가장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분당 데이터센터 서버 3만 2천대의 전원 공급이 모두 차단됐다”
“카카오톡은 본래 사고 발생 시 20분 내 복구가 매뉴얼이지만 서버 손실량이 워낙에 크다. 서비스가 완전히 복구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서버 3만 2000대가 전부 다운되는 것은 IT 업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화재는 예상을 못한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대비책이 부족하지 않았나 보고 있다”
이 발언을 놓고 온라인에서는 "당연히 화재 발생도 재난 시나리오에 들어가 있어야지", "어떻게 화재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뻔뻔하게 말할 수 있느냐", "서버실 화재를 예상 못했다면 어떤 것이 위기관리 대상이냐", "일반 식당을 차려도 소방 점검부터 받는다" 등의 비난글이 이어졌습니다.
다른 네티즌은 나아가 “서버 전원 공급이 중단되는 상황이 IT 기업의 위기 대응 기본적인 전제다. 화재를 예상 못했다면 다른 시나리오들은 뭘 대비한건지 궁금하다”며 카카오의 안일한 대응 체계를 비핀했습니다. 해명치고는 너무 변명스러웠다는 것이지요.
IT 전문가들은 "메인 데이터센터에서 사고가 나면 (양 부사장 말대로) 다른 3군데로 이관돼야 하는데 '데이터 이중화'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진단했습니다. 백업 체제에 문제가 있다는 말입니다. 구글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은 지진, 핵 전쟁 등 재난에 대비해 다른 국가나 대륙에 백업 서버를 반드시 운영합니다.
서비스 복구가 늦은데 대해서도 양 부사장은 “서버 이중화를 위한 대비를 평소에 갖춰뒀지만, 워낙 많은 규모의 장애가 발생하다 보니 다른 곳(데이터센터)에서 데이터와 트래픽을 대신 받아주는 게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다른 지역 데이터센터에 실시간으로 같은 일을 하는 서버를 두고 한 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자동으로 다른 곳 서버로 대체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카카오가 나름의 데이터센터를 분산해 놓았지만 완벽하게 운용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이 말고도 카카오는 사고 초기에 "단전된 전기가 복구 되면 2시간만에 서비스를 복구하겠다"는 발표도 합니다. 이 또한 사태는 엄연히 커져 있는데 그 상황만 면피해보자는 투의 말입니다. 비슷한 시간에 소방 관계자는 "서비스 복구 시간이 꽤 걸릴 것같다"며 전혀 상반된 전망을 했었지요.
네티즌들은 10년 전인 2012년 4월 28일 4시간 동안 지속됐던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도 재거론 했습니다. 카카오는 당시 “서버에 갑작스러운 전력 계통 문제가 생겼다”고 원인을 설명했네요.
어떤 사고이든 발생하면 국민의 상식에 맞는 해명이 필요합니다. 카카오 부사장의 해명이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것은 '우리가 이 정도는 했는데 불가항력의 사고가 났다'는 전제를 깐 해명이 변명으로 들렸기 때문이겠지요.
여기에다가 계열사가 무려 130개나 되는 문어발식 사세 확장에 대한 몸집 키우기 일변도에서 사고 예방 등은 등한시한 것에 대한 질타이기도 하겠습니다.
어느 언론 매체는 이를 두고 '카카오 플랫폼 제국의 민낯'이란 제목을 달았습니다. 사업의 '확장 속에 안전은 뒷전'이었다는 것이겠지요. 양 부사장의 여러 해명에는 '앞만 보고 성장만 추구한 조직'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문제점을 고스란히 담겼다고 국민들은 판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사고를 되짚어보면 '서비스 플랫폼 왕국'인 카카오가 카카오톡으로 ‘국민 메신저’ 사업자임을 자처하며 실시간 백업체제(미러링) 구축 등 비상·재난 상황에 대비한 투자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