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일 하루 동안에 탄도 및 대공미사일 25발과 100여발의 방사포까지 쏘았습니다. 이 중 탄도미사일 한 발이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날아들었습니다. 분단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동해상 NLL 이남인 경북 울릉군 전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됐습니다. 미사일의 방향이 울릉도로 향했기 때문에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 탄도탄 경보 레이더와 연계된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가 울릉군에 자동으로 공습경보를 발령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뒤늦은 안내로 제때, 제대로 대피도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재난안전문자도 늦었지만 대피안내 방송은 42분이나 늦었습니다. 더 한심한 것은 나중에 대비하려던 주민들도 반공호(지하시설)를 몰라 우왕좌왕했다는군요.
한때 유행했던 '케세라세라(될 대로 돼라)'가 딱 어울리는 오늘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케세라세라는 스페인어로 '뭐가 되든지 될 것이다'라는 뜻을 지녔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비문(非文·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으로 자포자기의 의미로 자주 쓰입니다.
기자에게 관련 기사 댓글 두어 문구가 눈에 들어섰습니다.
'언제부턴가 민방위훈련이 없어져서 사이렌이 울려도 주민들은 무방비 상태 아닌가?', '유비무환 문제다. 나라 다 베리났다(버려놓았다). 이제부터 차근차근 정상화가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부족한 것은 다시 채우고 새로 시작하자. (6·25는) 휴전 상태인 것 잊지 말고'
이날 울릉군 전역에는 오전 8시 55분부터 약 3분간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울릉군이 주민들에게 대피 안내 문자메시지를 보낸 시간은 경보 발령 25분이 지난 오전 9시 19분 37초였습니다.
대피 안내 방송은 더 늦었습니다. 이날 오전 9시 43분에 했습니다. 3분간의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린 지 45분이 지나서야 공습경보 방송을 한 것이지요.
대다수 군민들은 대피소가 어디인지도 잘 몰랐다고 합니다. 울릉군에 따르면 울릉읍 도동에 6곳, 사동 1곳, 저동에 1곳 등 울릉군 전역엔 8곳의 지하대피소가 있고 총 수용 가능 인원은 3170명이라네요.
경북도의 재난상황 메뉴얼에는 공습경보 후 해당 지자체는 즉시 대피방송을 하고 재난 안전문자를 보내야 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울릉군 관계자는 “공습경보가 울리는 상황을 처음 겪다 보니 경보가 울린 경위를 파악하는 등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군에서 대응회의 등을 하다가 안내가 늦어졌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렇게 되자 주민들은 공습경보 사이렌에도 119 구조대나 민방위훈련 정도로 생각해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김해수 울릉어업인연합회장은 “사이렌이 울렸지만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대다수 주민들이 그냥 민방위훈련인 줄 알고 일상생활을 했다. 대피방송도 했다고는 하는데 듣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울릉 군민들은 상황을 모르고 있는데 울릉군 공무원들은 공습경보 발령 당시 이미 군청사 내 지하공간 등으로 대피했다고 합니다. 안내 문자메시지는 주민보다 14분 빠른 이날 오전 9시 5분쯤 울릉군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전달됐습니다. 대피 안내 메시지에는 ‘실제상황 즉시대피 바람’이라고 쓰여 있었다네요.
이 대목에선 말을 잊게 만듭니다.
'민방위훈련', 한때는 '민방공훈련'이라며 입에 달고 다녔습니다. 들어본 지가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꽤 오래됐네요. 학창 시절이나 사회인이 된 한참 이후에도 민방위훈련 날이면 사이렌 소리에 대피를 하곤 했지요.
민방위훈련이 언제 없어졌고,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알아보았습니다.
민방공훈련은 하도 오래돼서 언제 없어진지 기억에도 없습니다. 민방공훈련은 가상의 적 공습에 대비하기 위해 매달 실시되던 훈련입니다.
중년 이상 분들은 "여기는 민방위본부입니다"로 시작하던 라디오 방송을 자주 경험했지요. 일정 시간 사이렌이 울리면 학교에서는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시민들은 공무원의 지시에 따라 반공호 등으로 대비했다.
지난 1971년 12월부터 매달 실시했는데 2004년 7월 1년에 4월과 10월 두 차례만 하기로 결정했네요. 나머지 달에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큰 재난대비훈련으로 바꾸고 지역 특성에 맞게 했습니다. 훈련 시기도 15일을 원칙으로 하되 지방자치단체의 자율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해안지역은 해일대비훈련, 산간지역은 산불 또는 산사태 방지나 대처훈련, 원전시설 지역은 방사능 유출대비훈련, 공단 지역은 공단 화재나 각종 사고대비훈련, 대도시 도심지역에서는 지하철화재 등 다중이용시설 사고 대비훈련을 하는 것이지요. .
또 민방위훈련은 지금도 하고는 있습니다. 매년 3월에 만 20~40세 남성 민방위 대원을 대상으로 합니다.
민방위훈련은 비상상태가 발생했을 때 내 몸과 우리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훈련입니다. 더 정확히로는 민방위(民防衛, Civil Defense)는 적국의 침략이나 천재지변으로 인명과 재산에 입을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민간인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비군사적 국토 방위 행동입니다.
민방위훈련 관련 기사를 살펴보니 지난해 말 '3년차 이상 민방위 대면교육 47년만에 폐지, 1~2년차만 집합교육'이란 기사가 있네요. 또 올해부터는 5년차 이상 민방위 대원을 대상으로 하던 비상소집훈련이 폐지되고, 3~4년차의 집합교육은 사이버교육으로 대체된다는 내용입니다.
다시 위의 민방위훈련을 대면으로 재개 하면 국민들의 반응은 어떠할까요? "또 옥죄냐", "군사독재시대의 회귀냐"고 만만찮은 저항에 부닥칠 것입니다. 불편하다는 것이지요.
민주화 시대와 이념적으로 좌파 정권이 들어섰을 때 군사정권의 잔재라는 미명하에 없애거나 완화한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내 목숨과 내 재산을 지키는데는 결코 자유방임을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내 생명이 포퓰리즘 구호에 휩쓸려선 결코 안 될 일입니다. 이는 멀리 갈 것도 없이 며칠 전 일어났던 서울 용산 이태원 156명 압사 사망 사고에서 여실히 입중되고 있습니다.
사고 원인을 두고 현재까지 여러 말이 나오지만 시민은 물론 경찰, 상인 등 어느 누구도 책임에 자유롭지 못한 듯합니다. 행사안전 대응회의에서 상인들은 장사가 안 된다며 경찰은 가능하면 빠져달라고 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저 정도의 인파면 상당수 사람들은 무서워서도 해당 장소에서 일단 나오고 봅니다. 돌아가신 분들에게 외람된 말이지만 평소 시민들의 안전 불감증을 지적하는 것이지요.
이 이야기를 더경남뉴스 편집국 기자들과 논의를 했더니 뜻밖의 말이 나왔습니다.
남자보다 여자가 재난 대응에 약하고, 그 이유는 평소 이런 교육훈련에 열외를 시키거나 제외되거나 자진해서 열외를 선택하기 때문이라는 말이었습니다. 또다른 기자는 남자는 군대에서 피동적으로나마 경험을 하는데 여자는 이마저도 경험이 매우 적다고 했습니다. 민방위훈련을 봐도 이 말은 대체로 맞아보입니다.
하나밖에 없는 내 몸을 재난에서 지켜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 교육훈련을 받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준비를 잘 해두는 것이 '장땡'입니다. 이런 교육과 훈련이 몸에 배이면 더이상 불편이 아닙니다. 사고는 불시에 찾아옵니다.
참고로 이웅평 소령이 북한 전투기를 몰고 귀순할 당시 경보를 발령한 사례를 사진으로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