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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 이야기] 오늘(22일)은 동지, 절기식인 팥죽 조상께 올리고 새알 나이만큼 먹어야

정기홍 기자 승인 2022.12.22 00:54 | 최종 수정 2023.12.22 10:32 의견 0

오늘 22일은 24절기 중 22번째인 동지(冬至)입니다. 한자인 동지를 풀이 하면 ‘겨울에 이른다’는 뜻입니다.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지요.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라고 하지만 며칠 간 전국에 걸쳐 많은 눈과 함께 맹추위가 엄습했습니다. 내일(23일)은 서울이 영하 14도로 무척 추워진다고 합니다. 칼바람이 불어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가는 곳도 있다고 하네요. 작년 동짓날(21일)에도 한파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매우 추웠습니다.

동지는 날씨가 춥고 밤이 길어 호랑이가 바깥으로 나오지 않고 교미를 한다고 해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도 부른다네요.

이날이 지나면 하루 해가 약 1분씩 길어집니다. 옛날 민간에서는 동지를 태양이 부활한다는 의미로 '작은설(亞歲)'이라고 해 동짓날에 절기식인 팥죽을 쑤어먹었습니다.

지역에 따라 팥죽의 새알심으로 찹쌀이나 수수쌀로 만든 ‘옹심’을 넣어 나이대로 먹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아울러 일꾼(머슴)들은 이날 팥죽을 아홉 그릇을 먹고 나무 아홉 짐을 져야 한다는 말도 전해집니다. 많이 먹고 일 더 하라는 의미이겠습니다.

새알을 넣은 뒤 동지팥죽을 쑤는 모습. 제주민속촌 제공

우리 선조들은 밤이 1년 중 가장 긴 동지를 음귀(악귀)가 활동하기 좋은 때라 여기고, 팥의 붉은색이 악귀를 쫓는 양기를 주는 색깔로 보았다고 하네요. 이런 이유로 팥을 오곡(쌀, 보리, 콩, 조, 기장) 중에서 악귀가 가장 무서워하는 곡식으로 삼았습니다.

이날 쑨 팥죽을 방과 장독, 헛간 같은 집안 곳곳에 두면 나쁜 기운을 풀어내고 악귀를 쫓아낸다고 믿었습니다. 또 사람이 드나드는 대문이나 문 근처의 벽에 뿌리는 것도 악귀를 쫓는 주술 행위의 일종입니다.

우리나라의 열두 달 행사와 풍속을 설명한 '동국세시기'에는 "공공씨(共工氏)란 사람에게 바보 아들이 있었는데 동짓날 죽은 뒤 역질귀신이 됐다. 하지만 이 귀신은 붉은 팥을 무서워해 동짓날 붉은 팥죽을 쑤어서 그를 물리친다"고 적혀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악기를 쫓는다며 팥죽을 쑤어 상가(喪家)에 부조하는 관습도 있다네요.

팥죽을 쑤어먹지 않으면 쉬이 늙고 잔병이 생기며 잡귀가 성행한다는 속신도 있습니다.

따라서 조상들은 경사나 재앙이 닥쳤을 때 팥죽, 팥밥, 팥떡을 먹었고 요즘도 고사 지낼 때 팥떡을 해 나눠먹는 풍습이 전해집니다. 고사의 목적은 사업이 번창하기를 기원하고, 공사가 사고 없이 완공되기를 기원하는 것입니다. 고사떡이라고 하지요.

또 전염병이 유행할 때 우물에 팥을 넣으면 물이 맑아지고 질병이 없어진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글쎄요, 이게 효능이 있었을까요? 물만 더려워졌을 듯합니다.

동지가 음력으로 11월 초순(1~10일)이면 애(兒)동지, 중순(11~20일)이면 중(中)동지, 하순(21~30일)이면 어른(老)동지로 부릅니다. 오늘이 음력 11월 29일이니 어른동지다.

참고로 24절기는 음력을 기준으로 나눈 게 아니라 양력이 기준입니다. 많은 분들이 전래 풍습이라며 음력으로 잘못 알고 있습니다.

애동지는 보통 윤달이 낀 해에 찾아옵니다. 지난해 동지가 애동지였습니다. 경북, 강원에서는 '아동지', 전남에선 '아그동지' 혹은 '소동지'라고 부릅니다.

애동지에 '아이가 많이 죽는다'는 속설이 있어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팥죽 대신 시루떡을 해먹는 풍습도 있다고 전하네요.

애동지에 팥죽을 쑤어 먹으면 삼신할머니가 아이를 돌보지 못해 병에 잘 걸리고 나쁜 일이 생긴다는 속설 때문이랍니다. 다만 요즘 코로나19처럼 그 집안에 괴질로 죽은 사람이 있어도 팥죽을 쑤어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팥죽을 몸에 좋은 건강식으로 여깁니다.

단백질, 철분이 풍부하고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골고루 들어있어 겨울철 영양 균형을 맞추는데 좋은 식품입니다. 또 소화 능력을 높이고 피로로 줄여 주고, 칼륨과 식이섬유도 많아 체내 노폐물 배출해주지요.

다만 팥에는 사포닌이 많아 장이나 신장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이 과하게 먹으면 설사를 유발하기 쉽다고 하네요.

팥은 피부가 붉게 붓고 열이 나고 쑤시고 아픈 단독(丹毒·erysipelas)에 특효가 있다고 합니다. 단독은 피부가 연쇄상구균에 감염돼 피하조직과 피부에 병변이 나타나는 급성 접촉성 전염 질환입니다. .

동지부적(冬至符籍)이라고 해 '뱀 사(蛇)’자를 써서 거꾸로 붙여서 잡귀를 막는 속신(俗信)도 있습니다.

동짓날에 눈이 많고 한파가 오면 다음 해 풍년이 든다고 하는데 추우면 해충이 얼어죽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날씨가 온화 하면 이듬 해에 질병이 많아지고 사람이 질병에 걸려 많이 죽는다고 합니다.

요즘 날씨가 맹위를 떨치고 있어 내년엔 '오메 풍년 들겟네'란 말을 들을 만합니다.

※ 동지 관련 속담

- 동지가 지나면 푸성귀도 새 마음 든다/동지가 지나면 온세상이 꽃 피고 새 우는 새해 봄을 맞을 준비에 들어간다는 뜻

- 동지 때 개딸기/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것을 바라는 말

- 범이 불알을 동지에 얼구고 입춘에 녹인다/ 겨울 추위는 동지 무렵 시작되고 입춘 무렵에 누그러지는 것을 해학적으로 표현

- 동지섣달 해는 노루꼬리만 하다/낮이 가장 짧은 동지를 지나면 낮이 노루꼬리만큼 조금씩 길어진다는 뜻

- 동지 지나 열흘이면 해가 노루꼬리만큼씩 길어진다

- 동지섣달에는 닭서리다/ 옛날 농촌에서 음력 11~12월에 닭서리를 많이 했다는 의미

- 호랑이에게 팥죽 한 그릇 주면 안 잡아먹는다/ 평소 팥죽을 준 동물들의 도움으로 호랑이에게 잡아먹히지 않았다는 팥죽할머니 이야기

- 배꼽은 작아도 동지팥죽은 잘 먹는다/ 별 볼일 없는 겉보기와 달리 하는 일은 평범하지 않다는 의미 또는 팥죽은 맛잇어 누구나 잘 먹는다는 의미

- 새알 수제비 든 동지팥죽이다/ 음식이나 일이 잘 갖추어진 상태 의미. 맛 있거나 별미의 뜻

-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동지첨치, 冬至添齒)/ 곧 다가오는 새해를 준비한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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