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신라면'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전국의 라면 시장을 제패했지만 유일하게 경남에서만 '안성탕면'에 1위 자리를 내줬습니다. 안성탕면도 농심에서 만듭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농심은 지난달 27일 시장조사기관인 닐슨IQ코리아와 함께 올해 들어 3분기까지 ‘2022년 전국 라면 인기 지도’를 발표했었습니다. 농심·오뚜기·삼양식품·팔도 등 국내 4개 주요 라면 업체의 매출액을 조사했지요.
전체 1위는 농심의 신라면으로 점유율 9.8%를 차지해 지난 1991년부터 32년째 전국 판매 순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 한 곳, 유일하게 경남에서만 농심 안성탕면에 1위 자리를 내줬습니다.
안성탕면은 부산과 경북 등 경상 지방에서도 신라면에 이어 2위에 올라 그냥 지나치지 못할 대목이 있네요. 다른 시도에서는 짜파게티가 2위였습니다.
경상 사람들은 왜 안성탕면을 즐길까요?
우선 농심 측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농심은 “경상도에서는 전통적으로 콩을 이용한 음식 문화가 발달해 된장 양념을 선호한다. 소고기 육수에 된장과 간장으로 맛을 낸 안성탕면이 이 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맞는 것 같네요.
부산과 경남에서는 고기나 순대를 된장이나 쌈장(된장·고추장 섞은 장), 막장(쌈장에 고춧가루, 다진 마늘 등을 넣은 장)에 찍어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금이나 새우젓에 찍어 먹는 다른 지역과 큰 차이가 있지요.
경남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오랜 직장생활을 한 기자도 며칠 전에 이런 경험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형님과 삶은 고기에 술을 한잔 하는데 집에서 만든 된장에 고기를 푹 찍어먹는 모습을 보고 의아했지요.
이를 말하자 형님은 되레 소금에 찍어먹는 기자를 보고 이상하다고 말하더군요. 뒤이어 보니 조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자는 "회를 먹을 땐 소주 등 맛이 깔끔한 술을 곁들이지 막걸리를 잘 마시지 않는다. 고기도 소금에 찍어 먹으면 특유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데, 된장에다 먹으면 고기의 제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이렇게 말을 합니다.
이어 "아마 된장에 찍어 먹으면 특유의 고기 냄새를 느끼지 못하게 없애주기 때문인 것 같다"고 덧붙여 말했습니다. 입안에서 노린내 등을 없애준다는 말입니다.
이 말고도 경상도 지방에서는 시래기국, 우거지국, 매운탕 등 된장을 넣은 음식이 두드러지게 많고, 된장으로 무친 나물 반찬도 다른 지방에 비해 다양합니다. 반면 고추장을 이용한 음식은 다른 지역보다 적은 편이지요.
음식 전문가들은 대체로 경상도 사람들이 칼칼하거나 얼큰한 맛을 찾지만, 된장처럼 구수한 맛도 상당히 좋아한다고 진단합니다. 음식에 된장을 풀어 구수함을 내고, 매운 땡초(청양고추) 등을 썰어넣어 매운맛을 낸다는 뜻입니다.
이를 종합하면 안성탕면이 경남을 중심으로 한 경상 지방에서 많이 찾는 이유가 이 같은 식성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다른 이유로는 씨름 천하장사 출신 방송인 강호동이 안성탕면 모델이란 점도 듭니다. 강호동은 경남 진주시 반성 출신으로 창원시 마산상고에서 씨름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진주와 창원이 경남의 중심 도시이기에 경남 지역에서 잘 팔린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없지 않습니다.
한편 이번 닐슨IQ코리아 조사에선 경남에서는 안성탕면, 신라면, 짜파게티 순으로 잘 팔렸고 부산과 경북에서는 신라면, 안성탕면, 짜파게티를 많이 찾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