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에서 배우는 지혜] 황희 정승을 당황케 한 '不言長短(불언장단)'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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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0 21:23 | 최종 수정 2022.11.2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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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보수 정치평론가인 전원책 씨가 지상파 정치 분석 프로에 출연해 '불언장단(不言長短)'이란 사자성어를 썼습니다.
듣기론 그리 어려운 말이 아니어서 지나쳤다가 무슨 깊은 뜻이 있는가 싶어 다시 찾아보았더니 의외로 언론에서는 언급이 안 돼 살펴봅니다.
불언장단(不言長短)은 아닐 불(不), 말씀 언(言), 긴 장(長), 짧은 단(短)입니다. '남의 장점과 단점을 말하지 않는다'는 뜻이네요.
유래를 보니 조선 초기 명재상 황희(黃喜) 정승(政丞)이 연관된 사자성어이네요. 황희 정승은 18년간 영의정을 지내 조선의 최장수 재상입니다.
황희 정승 하면 여종의 다툼에 "너 말이 맞다" "너의 말도 맞다"라는 양자 배려 판결을 내려 유명하지요.
횡희 정승이 벼슬하지 않았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친구 집에 가는 길에 들판을 지나다 잠시 쉬면서 소를 몰며 논을 갈고 있는 농부에게 "노인장, 두 마리의 소 중에서 어느 소가 일을 더 잘 합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농부는 황희 정승의 옷소매를 잡아당겨 소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더니 귀엣말로 "누런 소가 검은 소보다 일을 잘 합니다. 하지만 말 못 하는 짐승도 자기를 욕하고 흉을 보면 기분이 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농부의 말을 들은 황희 정승의 얼굴이 화끈해졌지요. 황희 정승이 농부의 말에 크게 깨달아 다시는 남의 장단점을 평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전원책 씨가 불언장단(不言長短)을 쓴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서울공항에서 실언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껴앉은 것을 두고 논의를 하는 가운데 한 말입니다. 전원책 씨 자신은 언급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었습니다.
전원책 씨가 이 사자성어를 적당하게 인용했는지는 차치하고 어렵지 않기에 기억을 했다가 좌중에서 사용하면 괜찮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