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에서 배우는 지혜] '불행은 겹쳐온다'는 화불단행(禍不單行)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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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6 23:17 | 최종 수정 2023.08.1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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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있은 핼러윈 데이 행사에서 156명(이날 현재)이라는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오늘(6일) 저녁에는 용산 인근 영등포역에서 무궁화호가 탈선해 34명이 다쳤다네요. 중상자가 없다니 다행입니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란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한자를 하나씩 풀이하면 재앙 화(禍), 아닐 불(不), 홑 단(單), 다닐 행(行 )입니다. '불행은 홀로 오지 않는다'는 뜻으로 불행한 일이나 난처한 일은 겹쳐서 이어진다는 것을 비유할 때 자주 씁니다.
행복은 겹쳐서 오지 않는다는 뜻의 ‘복무쌍지(福無雙至)’ 또는 ‘복불쌍지(福不雙至)’와 함께 쓰입니다. '복불쌍지(福不雙至) 화불단행(禍不單行)', 즉 ‘복은 겹쳐서 오지 않고 화는 홀로 오지 않는다’는 뜻을 나타냅니다.
또 ‘화복무문(禍福無門)’과 함께도 사용됩니다. 재앙과 행복이 들어오는 문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달리 말하면 선한 일을 하면 행복이, 악한 일을 하면 불행이 오고 재앙은 한 번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화불단행은 도원(道源)의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에서 나옵니다.
이 책은 중국 송(宋)나라 때의 승려인 도원(道源)이 지은 불교 서적으로, 역대 부처와 불교 선종(禪宗)의 조사(祖師·시조)의 어록과 행적을 모은 책입니다.
또 중국 한(漢)나라 학자 유향(劉向)이 지은 '설원(說苑)' 권모(權謀) 편에 ‘복불중지 화필중래(福不重至禍必重來)’가 나오는데 이 또한 '복은 거듭 오지 않으나 재앙은 반드시 겹쳐서 온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유사한 뜻의 다른 사자성어도 살펴봅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이나 ‘설상가설(雪上加雪)’은 눈 위에 서리가 덮인다는 뜻이고, ‘병상첨병(病上添病)’은 병을 앓는 중에 또 다른 병이 겹쳐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또 ‘전호후랑(前虎後狼)’은 앞문에서 호랑이를 막고 있으니 뒷문으로 늑대가 들어온다는 뜻입니다.
화불단행과 비슷한 뜻의 관용구도 많지요. ‘뇌성에 벽력’, ‘엎친 데 덮치다’, ‘엎치고 덮치다’ 등입니다.
비슷한 속담은 ▲‘갈수록 태산’ ▲‘갈수록 수미산’ ▲‘갈수록 심산’ ▲‘산 넘어 산이다’ ▲‘산은 오를수록 높고 물은 건널수록 깊다’ ▲‘재는 넘을수록 험하고 내는 건널수록 깊다’ ▲‘마디에 옹이’ ▲흉년에 윤달’ ▲‘기침에 재채기’ ▲‘하품에 딸꾹질’ ▲‘얼어 죽고 데어 죽는다’ ▲‘눈 위에 서리 친다’ 등이 있습니다
특히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전날 밤 경기 의왕시 오봉역에서 화물열차를 연결·분리 하던 30대 코레일 직원이 기관차에 부딪혀 사망했습니다. 열차 탈선 사고는 지난 1월과 7월 KTX 탈선 사고에 이어 올해에만 세 번째입니다.
지난 2004년 개통 이후 지난해까지 5번이던 탈선 사고가 올해에만 두 차례 일어났다는 것은 심각한 일입니다. 조직의 분위기 쇄신이 필요해보입니다.
이와 반대의 사자성어도 있습니다.
‘금상첨화(錦上添花)’는 비단 위에 꽃을 더하는 것처럼 좋은 일에 또 좋은 일이 더하는 것이고, ‘호상가호(好上加好)’는 좋은 데 더 좋은 일이 겹친다, ‘쌍희임문(雙喜臨門)’과 ‘희상가희(喜上加喜)’는 기쁜 일이 잇따라 일어난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