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에서 배우는 지혜] 어미닭과 알 속의 병아리 이야기 '줄탁동기(啐啄同機)'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8.15 20:06 | 최종 수정 2022.08.16 13:38
의견
0
병아리의 탄생과 관련된 사자성어 '줄탁동기(啐啄同機)'는 글을 쓸 때 아니면 잘 안 씁니다. 잘 안 쓴다는 것은 보통의 일상에서 인용하기가 어려워 잘 안 쓴다는 말입니다. 고상한 글을 쓰려고 할 때 더러 인용을 하지요.
하지만 이 사자성어는 아주 일상적인 뜻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풀이를 하면 '새끼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알 속의 새끼와 밖의 어미가 함께 알껍데기를 쪼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고도 씁니다.
본래 중국의 민간에서 써오던 말인데. 송나라 때 선종 불교의 5대 종파인 임제종의 화두집 벽암록에서 언급하면서 이후 불교에서 중요한 화두(話頭)가 됐습니다. 화두란 '이야기의 첫머리'란 뜻입니다. 요즘은 자주 쓰입니다.
줄탁동기란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 협력해야 함을 이르는 말이지요.
암닭이 품은 알 속에서 병아리가 21일 동안 자라서 바야흐로 바깥 세상으로 나오기 위해 자신의 부리로 알벽을 쪼는 것을 '줄(啐=口+卒)'이라고 합니다.
알을 내내 품고 있던 어미닭이 알 속의 병아리의 기척을 인지하고서 바깥에서 알벽을 쪼아 알 깨는 것을 돕지요. 이를 '탁(啄=口+豕)'이라고 합니다.
'줄탁'의 동기(同機)란 알 안의 병아리 부리와 알 밖의 어미닭 부리가 순간 일치하는 순간, 그 알 껍데기가 깨지는 순간을 이르는 말입니다.
아름다운 장면이지요.
하지만 어미닭은 병아리가 껍데기를 깨고 나오려는데 도움만 줄 뿐 병아리 스스로가 깨고 나와야 합니다. 병아리가 스스로 나오려는 몸부림이 없으면 어미닭은 병아리의 기척을 알 수 없는 거지요.
사람의 만남이나 헤어짐에서도 줄탁의 의미로 새기며 산다면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