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한달 반 전인 지난 6월 15일 ‘윤석열의 시대,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해야 할 7가지, 하지 말아야 할 7가지’를 언급했었습니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대선에서의 0.73%포인트 격차를 가슴에 새겨 칠종칠금(七從七禁)의 정치를 하면 77%의 지지를 받고 떠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본래 칠종칠금이란 고사성어는 '칠종칠금(七縱七擒)'으로, 그가 말한 칠종칠금(七從七禁)과는 한자가 다릅니다. 앞의 사자성어는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남만 정벌 때 남만의 왕 맹획을 일곱 번 잡고 일곱 번 놓아줌으로써 남만을 복속시켰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상대를 자기 마음대로 다룬다는 것을 비유하거나, 인내를 갖고 상대가 머리를 숙여 들어오기를 기다린다는 뜻이 담겼습니다.
김 전 의장이 말한 칠종(七從)에서의 종(從)은 '쫓고, 따르고, 모셔야 한다'는 의미이고, 칠금(七禁)에서의 금(禁)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77%는 이 '숫자 7' 두개를 합한 것이고요.
고사성어 '칠종칠금(七縱七擒)'에서는 놓아줄 종(縱), 사로잡을 금(擒)입니다. 잡은 뒤 놓아주는 것이 순서인데 왜 '칠금칠종(七擒七縱·7번 놓아주고, 7번 잡다)'이라고 하지 않고 '칠종칠금(七縱七擒·7번 놓아주고, 7번을 잡다)'라고 했을까요?
아마도 잡는 것보다는 풀어주고서 상대가 그 고마움에 감복해 복종을 하도록 한다는 뜻을 담았겠지요. 힘이 있고, 가진 자의 무한한 인내심이 요구된다는 사자성어입니다. 전장의 장수로 치면 덕장이 아니면 하기 힘든 계락이지요.
김 전 의장은 ‘하지 말아야 할 일곱 가지’(七禁)로 "절대 오만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역대 정권이 경우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펼쳤을 때 실패했다는 말로 교만과 안이함이 화를 부른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벌써 윤 대통령의 고집으로 비쳐지는 오만함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의 민심과 동떨어진 오만불손한 행동 등으로 지지율이 20%대 후반으로 떨어져 최악입니다.
또 "정치는 생물이다. 결코 가볍게 보지도 멀리하지도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이 말도 지극히 와닿습니다. 정치력이 무척 부족한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에서 힘깨나 쓴다는 '윤핵관'들의 감(촉) 없는 상황 대처 능력이 어설프기 그지 없습니다. 생물인 정치를 너무 가볍게 본 게 큰 어려움을 겪는 것입니다.
그는 이어 "정적을 탄압하거나 경제와 민생 문제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공자와 같은 말인데, 워낙 문재인 정권이 집권 5년간 '법 위를 나르샤'를 구사했으니 일단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아는 놓아야 할 거 같네요.
민생은 그 참, 세계적으로 겪고 있어 한국만의 답은 없지만 나랏님은 백성이 굶주릴 땐 어루만져줘야 합니다. 지금의 윤 대통령은 이게 아주 부족합니다. 윤 대통령의 출근길 회견을 보면 주변 돌아가는 환경을 참 모른다는 생각이 절로 납니다. '대통령 놀이'만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청와대 참모나 대신(장관)들의 능력 문제도 크지요.
아울러 "측근 비리를 방치하지 말고, 국가와 국민을 쪼개거나 갈라치기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윤핵관들이 정권 3개월만에 '무능 사고'를 쳤습니다. 측근들은 비리만한 탐욕과 무능을 보여줬습니다. 다만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 것을 갈라치기로 보긴 어렵습니다. 5년 동안 곪아버린 '네탓 문화'와 '사회 이분화'는 골이 깊습니다. 이것 대충 하면 상대가 역으로 치고 들어옵니다. 궁극적인 국민통합 차원에서 갈라치기로 국민을 속여온 무리는 빨리 속아내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할 정석 플레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성과와 실적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아직 이를 논하기는 이릅니다.
반면, 해야 할 일도 지적했습니다.
김 전 의장은 "대통령은 국정 최고 책임자이기에 국민통합 인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검찰 편중 인사를 지적하면서 지역과 성별, 세대, 계층과 함께하는 인사정책을 통해 탕평 인사, 국민통합 인사로 나아가야 한다는 강조한 것입니다.
또 "갈기갈기 찢어진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 게 국정 최우선 과제"라고 충고했네요. 대통령은 진영의 수장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대표라는 위상을 회복하는 게 시급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조국 사태 때 당시 검찰총장 때인 윤 대통령에 대한 공격,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내세워 자신을 몰아내려 했던 일들이 쉽게는 잊혀지지 않겠지요. 사람이니까.
이 말고도 ▲민심을 살피고 소통할 것 ▲정치 정상화에 심혈을 기울일 것 ▲중장기 과제는 중장기적으로 해결할 것 ▲내각이 소신껏 일하게 할 것 ▲대통령과 여당이 역할을 분담할 것 ▲대통령이 솔선수범할 것 등을 주문했다.
정치인이야 국민들의 귀에 별로 와닿지 않는 권모술수 말로 먹고 살지만 윤석열 정권의 최근 행태와 지지율 28%를 보면, 그저 흘릴 것만은 아닙니다.
윤 대통령이 말했던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이제 '국민에게 무한 충성한다'로 바꿔야 합니다. 이래야 만사가 물흐르듯 진행됩니다.
칠종칠금의 의미를 다시 되새김 하면서 김형오 전 의장의 행위도 저울질 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김 전 의장은 지난 2년 전 총선 공천 때 김세연 등과 함께 공천을 하지 않고 사천을 해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를 했지요.
정치란 이런 겁니다. 임기응변에 강해야 하고, 얼굴에 철판도 자주 바꿔 깔아야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