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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에서 배우는 지혜] 둔한 소는 살고, 재빠른 말은 죽는다는 '우생마사(牛生馬死)'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7.20 23:43 | 최종 수정 2022.07.21 01:02 의견 0

우생마사(牛生馬死).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소는 살고, 말은 죽는다는 뜻입니다. 소 우(牛), 살 생(生), 말 마(馬), 죽을 사(死)입니다.

이 사자성어가 만들어진 연유와 의미를 살펴봅니다.

대홍수에 물에 떠내려가는 소들. MBC 뉴스 제공
MBC

커다란 저수지에 말과 소를 동시에 던져 넣으면 둘 다 헤엄쳐서 육지로 나옵니다.

말의 헤엄 속도가 훨씬 빨라, 소의 두 배의 속도로 땅을 밟는데 무슨 헤엄을 그렇게 잘 치는지 보고 있으면 신기하죠.

그런데, 요즘같은 장마철에 큰물이 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갑자기 불어난 성난 물에 소와 말이 떠내려간다고 가정해봅시다. 소는 살아서 나오는데 말은 익사를 합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말은 헤엄은 잘 치지만 강한 물살이 떼미니까 물살을 이겨 내려고 물을 거슬러 헤엄쳐 올라가려 합니다.

1m를 전진 하다가 물살에 밀려서 다시 1m 후퇴를 반복합니다. 한 20분정도 헤엄치면
제 자리에서 맴돌다가 지쳐서 물을 마시고 익사해 버립니다.

소는 절대로 물살을 위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습니다. 그냥 물살을 등에 지고 같이 떠내려갑니다. 사실은 헤엄을 잘 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저러다 죽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10m 떠내려가다가 1m정도 강가로 다가가고 그렇게 한 2~3km 내려가다가 어느새 강가의 얕은 모래밭에 발이 닿고 나서야 엄금엉금 걸어 나오죠. 실제 홍수에 떠내려간 소가 살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헤엄을 두 배나 잘 치는 말은 물살 거슬러 올라가다가 힘이 빠져 익사를 하고 헤엄이 둔한 소는 물살에 편승해 조금씩 강가로 나와 목숨을 건졌습니다.

바로 이것이 그 유명한 '우생마사(牛生馬死)'입니다.

소는 물살에 순응해 살아 남고, 말은 제 빠름과 힘만 믿고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제풀에 지쳐서 죽는다는 말입니다.

요즘같은 피서철 해수욕장 저편에서 파도타기 하는 서핑을 보다 보면 감탄이 나오지요. 파도를 저렇게 잘 타는 것은 파도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파도에 몸을 맡기고 파도의 힘을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대단한 기술이지요.

인생을 살다보면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릴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일이 아무리 애써도 꼬이기만 합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일 때 흐름을 거스르지 말고 소와 같은 지혜를 가져보는 것도 마음이 편해지고 다음을 기약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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