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사달(心淸事達). 언뜻 보면 효녀 심청의 이야기가 생각나는 사자성어입니다.
심청사달은 '마음이 맑으면 모든 일이 잘 이뤄진다'는 뜻입니다. 한자를 풀이 하면 마음 심(心), 맑을 청(淸), 일 사(達), 통달할 달(達)입니다.
일각에선 심청사달(心淸事達)의 심청(心淸)이 심청전(沈淸傳)의 심청(沈淸)과 맑은 마음이란 면에서 비슷하다고 자의적인 해석을 하는데 엄연히 다릅니다.
심청사달의 심청(心淸)은 마음 심(心)자이고, 심청전(沈淸傳)에서의 심청은 성씨 심(沈)입니다. 성에 쓰이는 한자이지요.
다시 말해 심청(心淸)은 마음이 맑다는 것이고, 심청(沈淸)은 성이 심 씨이고 이름이 청이란 의미입니다.
심청사달의 '마음이 맑다'는 심청과 '마음 씀씀이가 좋은' 효녀 심청은 같은 의미로 인식되는 것은 맞아 보입니다. 이래서 심청에서 나왔다고 가져다붙이는 것이지요.
여기서 심청이를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심청(沈淸)은 고대소설 심청전(沈淸傳)에 나오는 주인공입니다.
어릴 때 모친을 잃고 봉사(장님)인 부친 밑에서 자랐지만 효심이 지극했지요. 처자(處子·결혼을 안 한 성년 여자)가 되었을 때 공양미(供養米·부처나 보살에게 바치는 쌀) 300석을 시주 하면 눈이 뜬다는 화주승(化主僧·다니면서 부처의 말을 전하고 곡식을 얻어 절의 양식을 대는 승려)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뱃사람의 제물로 몸을 팔아 인당수(印塘水) 바다에 몸을 던집니다.
하지만 '만고(萬古·비길 데가 없음)의 효녀'란 걸 인지한 용왕의 도움으로 용궁에서 호사를 누리다가 연꽃으로 환생(세상으로 다시 나옴)해 왕후가 되고 아버지를 찾기 위해 전국의 장님을 초대하는 잔치를 베풀지요.
심청은 잔칫날 장님들 속에 앉아 있던 아버지를 발견하고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아버지 심봉사는 인당수에 빠져 죽은 줄만 알았던 심청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놀라움과 반가움에 눈을 번쩍 떴다는 고대소설입니다.
중년이 된 독자분들은 이런 글을 다시 꼭꼭 눌러 읽어보면 코흘리개 때와 다른 맛을 느끼실 겁니다. 사실 사사성어 '심청사달'도 심청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갖고온 것입니다. 이 사자성어는 일상에서 잘 쓰이지 않아 생소한 편이지만요.
누군가는 심청사달을 '마음이 맑으면 잠자리도 편안하다'는 말과 같다고 연결 짓더군요.
이참에 유명 가수 남진 씨의 노래 '마음이 고와야지'(1971년)의 가사도 소환합니다.
새카만 눈동자의 아가씨
겉으론 거만한거 같아도
마음이 비단같이 고와서
정말로 나는 반했네
마음이 고와야지 여자지
열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한번만 마음주면 변치않는
여자가 정말 여자지
사랑을 할때는 두눈이 먼다고해도
아가씨 두눈은 별같이 반짝거리네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한번만 마음주면 변치않는
여자가 정말 여자지
□ 참고 사항
'마음이 맑다'는 의미는 명심보감에서도 나옵니다.
명심보감(明心寶鑑)의 명심(明心)은 '마음을 맑고 밝게 한다'이고, 보감(寶鑑)은 '보물과 같은 거울로 교본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명심보감은 고려 때 문신인 추적이 금언이나 명구를 모아 놓은 책인데 조선시대 가정이나 서당에서 아이들의 한문 교양서로 사용했습니다. 지금도 많이 인용되는 책입니다.
주로 아이가 '천자문(千字文)'을 다 배운 다음에 '동몽선습(童蒙先習)'과 함께 기초 한문 과정 교재로 읽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