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에서 배우는 지혜] 인걸은 간 데 없고 보리밭만 무성···맥수지탄(麥秀之歎)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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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2 07:31 | 최종 수정 2022.07.0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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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맥수지탄(麥秀之歎)'이란 사자성어를 알아봅니다. 보리 맥(麥), 빼어날 수(秀), 갈 지(之), 탄식할 탄(歎)입니다. '보리만 무성하게 자란 것을 탄식 함'을 뜻합니다. 고국이 망한 것을 탄식한다는 것이지요.
잘 쓰지 않는 어려운 단어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소개합니다. 두 나라의 전쟁으로 국제 곡물값이 폭등하면서 가계가 만신창이가 될 지경에 있습니다. 이러다간 나라보다 국민이 먼저 망할 우려도 있어 보이네요.
비슷한 사자성어로 亡國之歎(망국지탄), 亡國之恨(망국지한), 麥秀黍油(맥수서유) 등이 있습니다.
이 사자성어는 중국 은(殷)의 멸망에서 유래합니다.
은나라 주왕에게는 주왕의 숙부인 기자를 비롯해 미자, 비간이란 훌륭한 신하 셋이 있었다고 합니다.
주왕은 이들의 간언을 듣지 않고 '달기'와 주지육림에 빠져 백성과 제후들의 마음을 잃고 주나라의 무왕에게 나라를 정복 당합니다. 주왕은 하(夏)의 걸왕과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폭군입니다.
몇 해가 지난 뒤 기자가 망한 은나라(주나라)를 찾아가 한탄하면서 이 맥수지가(麥秀之歌)를 지었다네요.
'보리이삭은 쑥쑥 자라 있고 벼, 기장도 잘 자라네. 저 교활한 아이(주왕)여, 나와 함께하기를 좋아하지 않았도다(내말을 듣지 않았도다)'(麥秀漸(맥수점) 漸兮(점혜)여, 米黍油油(미서유유)라. 彼狡童兮(피교동혜)여, 不與我好兮(불여아호혜)로다)
기자는 주왕에게 주색을 멀리할 것을 조언하면서 노여움을 산 뒤 도망을 다니며 머리를 풀고 미치광이 행세를 하면서 남의 집 종으로 숨어 살았다고 합니다.
그간 오랜만에 은나라에 당도해서 보니 도읍은 간 데 없고 궁궐터에 보리와 기장만이 무성함을 탄식했다는 데서 유래합니다.
고려가 망한 후 길재가 한 필의 말을 타고 옛 도읍지 개성을 지나면서 비탄의 심정으로 옛 왕조를 그리며 읊은 시가 생각나네요.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匹馬)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依舊)하되 인걸은 간 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