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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직격] '대장동 의혹' 김만배의 이해 안 된 행동들···'수차례 자해' 후 20시간 지나 변호사에 전화

정기홍 기자 승인 2022.12.15 22:10 | 최종 수정 2022.12.21 05:04 의견 0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투기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 씨가 지난 14일 새벽 자신의 차량 안에서 자해를 했다.

많은 사람은 그의 자해 배경을 궁금해 하고, 이후 취한 행동에도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김 씨는 이날 새벽 2~4시쯤 경기 수원 자신의 차 안에서 가슴 2번, 목 부위 2번 등 4번이나 자해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처는 깊지 않았다.

이어 그는 20시간이 지난 밤 9시 50분쯤 수원 장안구의 성균관대 앞 도로에서 그의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에게 전화를 해 만났다. 김 씨의 상처와 혈흔을 본 변호사는 이 사실을 119에 신고했고, 소방서 구급대원들이 도착해 병원으로 보내졌다. 김 씨는 변호사와 통화하며 극단 선택을 암시하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 매체들은 속보로 '극단 선택'으로 기사를 출고 했다. 하지만 한참 이후 '극단 선택'은 '자해'로 바뀌었다.

KBS 뉴스 캡처

김 씨의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또 어떤 복선을 깔았을까?

지금까지 알려진 사안들을 종합하면 그의 이 행동은 복합적으로 보인다.

▶돈 관리하던 측근들 체포돼

많은 언론은 하루 전(13일)에 잡힌 김 씨의 최측근 두 명이 체포되고 압수수색에 나서자 심리적인 압박을 느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이 수표와 부동산으로 숨겨놓은 260억원이 새로 드러나고 있으니 설득력이 꽤 있다.

체포된 두 사람은 김 씨가 대장동 사업에서 얻은 천문학적인 범죄 수익을 숨기는데 도운 혐의를 받는 화천대유 공동대표 이한성 씨와 이사 최우향(전 쌍방울 부회장) 씨다. 최 씨는 조폭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김 씨는 이들의 체포와 그의 누나 등 가족의 수사에 "나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을 한 것으로 주변에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 씨는 1년 가까이 구속돼 있으면서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다른 관련자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전 성남시장)의 연관성을 실토하고 있지만 지금껏 부인해왔다. 두 쪽 중 한 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김 씨가 왜 이 같은 입장을 견지하는 것일까?

만일 김 씨가 거짓말을 한다고 가정을 해보면, 형사상 책임 유무는 차지하고 천문학적인 대장동 개발 수익분을 챙겨야 한다는 그의 생각과 관통한다.

이는 대부분의 개발사업 범죄 혐의자들이 구사하는 계산법이다.

검찰로서도 이러한 김 씨의 여러 혐의에 대한 입을 열게 하려면 '사업 동지'인 측근들을 추궁해서 김 씨를 압박해야 한다. 김 씨는 1년 가까이 구속 상태에서 묵비권부터 시작해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해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전 성남시장)와의 관계 설정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의혹이 제기된 민주당 이 대표와 김 씨와의 관계다.

일부 언론에서는 김 씨가 이 대표를 지켜주기 위해 대장동 연관성을 함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둘은 성남시장과 사업자로 대장동 개발사업에 직간접으로 관여돼 있다.

하지만 김 씨로서는 이 대표와의 직접 연관성을 끝까지 부정해야 이 돈을 지키는데 유리하다. 자신이 이 대표와의 공모를 했다고 털어놓으면 대부분의 수익금은 국가에 몰수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 판단(대장동 불법 투기 혐의 인정)의 종착지는 당연히 법정이다.

이와 관련, 눈길이 가는 말이 나왔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15일 한 라디오에서 남욱 변호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이 검찰에서 이 민주당 대표와 관련돼 있다고 진술했지만, 김 씨는 이들과 반대로 진술하며 버티자 김 씨와 금전적으로 깊이 관계가 있는 전 쌍방울 부회장인 최우향 씨 등 3명을 체포한 것으로 보았다.

그는 “검찰은 ‘당신(김 씨)의 사법 절차가 다 끝나면 땡전 한 푼 안 남게 해 주겠다’며 범죄 수익 환수, 기소 전 압수 절차에 들어가면서 김 씨의 측근 3명을 체포하고 압수수색을 했다”며 “이들을 훨씬 전부터 알았던 것 같은데 갑자기 기소 전에 추징하고 3명 측근들을 체포하고 압수수색을 십여 군데 하고 이렇게 대대적으로 나서는 건 ‘다 털어버리겠다’, ‘사법 절차가 끝나면 알거지를 만들어 주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괜찮은 분석이다. 실제 검찰은 금전(수익금) 건으로 김 씨의 입을 열겠다는 것이고, 체포된 이들을 심문해 김 씨가 그동안 검찰에서 말한 것을 대조하며 범죄 조합을 만들려는 것이다. 이는 검찰로서는 충분히 해볼만한, 범죄 퍼즐을 풀기 위한 절차이자 길목이다.

그런데 조 의원의 말을 다시 읽어보면 민주당 이 대표와 김 씨와의 관계가 없는 듯이 말하고 있다. 보기에 따라선 이-김 간의 꼬리를 짜르려는 말로 들린다.

다시 말해 김 씨의 대장동 수익이 범죄 행위로 밝혀지면 성남시장 때 대장동 사업을 총괄 추진했던 이 대표에게도 치명상이 될 수 있다. 이 대표는 이 사태가 터진 초기에 "단군 이래 최고의 공익환수 사업"이라고 큰소리를 쳐놓은 상태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이를 거론하며 “드디어 꼬리가 밟힐 것 같다”며 “김만배에서 쌍방울을 거쳐 이재명으로 대충 그런 그림인 듯”이라고 진단했다.

진 교수는 이어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도 결국 (대장동과) 같은 사건인가”라고 동일시 하는 글을 덧붙였다.

김 씨의 자해 소동이 그와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설명할 단서가 나왔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김만배의 심리는?

하지만 일반인들이 이것만으로 김 씨의 자해 행동을 모두 이해하기란 부족하다.

김 씨의 액션이다. '극단 선택'을 하지 않고 생명에 위험이 없는 작은 자해, 즉 죽을 확률이 낮은 행위를 보였다. 그것도 한번이 아닌 4번이다. 자해를 하면서도 20시간이나 차를 몰고 다닌 것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김 씨로선 그동안 함구나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만 하면 되었지만 지금부턴 자신을 지근에서 도운 최측근들이 검찰에서 불려가 있어 무척 불안하다.

김 씨가 처한 상황을 두고 한 법조인은 “이미 800억원이 동결된 데 이어 검찰이 추가로 찾아낸 260억원까지 동결하고 이 자금에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면 몰수·추징이 가능해진다. 이는 김 씨가 대장동 수익 중 한 푼도 손에 쥐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검찰은 체포한 김 씨의 측근들을 대상으로 그동안 김 씨가 한 말과 증거 자료들을 들이대고 대조하며 김 씨 말의 신빙성 여부를 점검하게 될 것이다. 잘못하면 천문학적인 수익금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이 물거품이 된다. 불안함이 엄습했을 것이다.

김 씨가 무장해제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이는 대목이다. 지금처럼 선별적으로, 단계적으로 대응하든 한꺼번에 쏟아내든 실토할 가능성이 커져 있다는 가정에서다.

김 씨는 최근 며칠 사이 주변에 “검찰에 허위 진술을 하든지 내가 사라지든지 해야겠다. 뭔가를 진술해야 할 거 같고 그게 두렵다”고 했다고 한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오래 지닌 사람일수록 극한 행위 후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급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적 갈등에 이어 오는 심경 변화다.

검찰이 붙잡힌 측근들을 추궁 하면 김 씨가 뿌리치고 달아날 경우의 수는 적어지게 된다. 수사 노하우가 쌓여 있는 검찰이 이 순간들을 놓칠 리는 만무하다.

이 말고도 김 씨가 또 다른 '계산된 자해역'을 벌였다면 자기 발등을 자기가 찍는 격이 될 수 있다.

관련해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있다. 자살을 하려고 했으면 유서 한장은 남겨야 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장동 개발 수익금이 작은 돈인가? 자해를 해놓고 자신이 먼저 변호사에게 전화를 했다는 점도 이해하기 힘들다. 애초에 자살 의도는 없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자해를 두고 "검찰의 수사가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구색을 맞춰 거들지만 김 씨는 지금 석방돼 자유로운 상태라 설득력이 떨어진다.

서해 공무원 납북 피살 사건과 관련,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언론 등 장외에서 "국정원 자료는 삭제를 해도 원본은 남아 있다"고 말하다가 오늘 검찰에 불려가 나오면서 "가서 검찰이 내놓은 걸 보니 원본 삭제도 되더라"고 발을 빼는 말이 김 씨의 자해 소동을 보면서 의미심장하게 들려온다. 기시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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