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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70세 넘어 한글 배운 어르신의 손글씨가 윤석열 대통령 연하장에 빼곡히 실렸다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1.02 20:22 | 최종 수정 2023.01.03 03:12 의견 0

윤석열 대통령의 계묘년(癸卯年) 토끼의 해 신년 연하장에 쓴 손글씨가 70대에 한글을 깨친 할머니의 글씨체를 가져다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글을 막 깨친 경북 칠곡 시골 할머니가 쓴 ‘칠곡할매글꼴’ 글자로 이른바 ‘권안자체’로 불린다.

2일 경북 칠곡군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각계 원로와 주요 인사·국가유공자 등에게 발송한 이번 신년 연하장에서 칠곡할매글꼴 중 하나인 권안자체를 사용했다.

하단에는 ‘위 서체는 76세 늦은 나이에 경북 칠곡군 한글 교실에서 글씨를 배운 권안자 어르신의 서체로 제작됐다’는 안내 문구가 적혀있다.

윤석열 대통령 연하장. 독자 제공

칠곡할매글꼴은 칠곡군이 어르신을 대상으로 운영한 ‘성인문해교실’에서 처음 한글을 배운 할머니들의 잘 쓴 글씨체를 보존하기 위해 지난 2020년 12월 만들었다.

권안자(79) 어르신을 포함해 김영분(77)·이원순(86)·이종희(81)·추유을(89) 어르신이 쓴 400종의 글씨 중 5개가 선정됐었다. 이어 완성된 글꼴은 원작자의 이름을 따 ‘권안자체’ ‘김영분체’ 등으로 붙였다.

지난 2020년 12월 탄생한 '칠곡할매글꼴'의 원작자 할머니들이 자신들이 쓴 글씨체가 쓰인 푯말을 들고 있다. 왼쪽부터 권안자·이원순·추유을·김영분·이종희 할머니. 칠곡군 제공

당시 5명의 할머니들은 4개월간 글 쓰는 연습에 들어가 각각 2000여장에 이르는 종이에 글을 채웠다고 한다.

칠곡군은 총 1만여 장을 모아 글꼴 제작 업체에 의뢰했고 칠곡할매글꼴을 완성시켰다. 이 글꼴은 한컴오피스, MS워드, 파워포인트 등에 정식 글씨체로 등록됐으며 국립한글박물관은 문화유산에 등재했다.

글자체가 반듯하고 읽기가 좋아 가독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윤 대통령은 이 글꼴을 검찰총장 때이던 2년 전 젊은 세대와 소통하겠다는 취지로 소셜미디어에서 사용했었다고 알려졌다.

당시 윤 대통령은 “칠곡군 문해교실에서 한글을 배운 어르신 사연을 듣고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칠곡할매글꼴은 정규 한글교육을 받지 못한 세대가 남긴 문화유산으로 한글이 걸어온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고 새 역사를 쓴 것”이라며 “글꼴은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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