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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인' 박항서 감독, 베트남과의 5년 동행 마쳐···“감독 활동 계획은 없다”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1.17 23:43 | 최종 수정 2023.01.18 05:15 의견 0

박항서(64) 감독이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 결승 태국전(16일)을 끝으로 5년간의 베트남축구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그는 17일 한국 취재진과의 화상 기자회견에서 "선수들과 함께 쌓은 추억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별은 가슴 아프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따르는 게 세상의 이치"라고 말했다. 그는 "함께 뒹굴었던 그 순간들이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베트남 유력 언론 매체인 뚜오이쩨가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게재한 박항서 감독의 퇴임 1면 기사. 뚜오이쩨 홈페이지 캡처

베트남은 16일 태국 빠툼타니의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AFF 미쓰비시컵 결승 2차전에서 라이벌 태국에 0-1로 져 1차전 전적(2-2무)을 합해 종합전적 2-3으로 준우승을 했다.

지난 2017년 9월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이후 2018년 베트남 국가대표팀을 이 대회 정상에 올려놓았고, 같은 대회에서 준우승을 하며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박항서 감독의 비대면 줌 인터뷰 모습 캡처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보낸 5년이 내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감독으로서 성적과 경쟁력을 한꺼번에 끌어올리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많은 분들의 지지와 격려 덕분에 긴 시간 동안 일할 수 있었다”고 언급한 그는 “이영진 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우리 선수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향후 거취와 관련해서는 "한국엔 나보다 훌륭한 후배, 동료들이 많다. 특별히 내가 국내 현장에서 할 일은 없다. 5년간 한국을 떠나 있어서 현장감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한 가지 일을 하면서 다른 일을 생각하지 못한다. 이제 끝났으니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고,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축구인 만큼 축구에 종사할 생각"이라며 "다만 베트남에서 유소년을 발굴·육성하는 일에 대해서는 몇몇 제안을 받아놓고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지난 5년 동안 베트남이 동남아시아에서 (정상권으로) 자리를 잡았다. FIFA 랭킹을 100위권 이내로 올려놓겠다는 약속도 지켰다”면서 “베트남이 월드컵 본선행의 꿈을 꿀 수 있게 됐지만, 그건 후임 감독과 함께 할 다음 세대의 몫으로 남겨두겠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랭킹은 베트남 96위, 태국은 111위이고 동남아 선수들의 외국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그는 이어 “나 자신을 성공한 지도자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베트남에서 ‘한국 사람 박항서는 늘 열심히 했던 지도자’ 정도로 기억될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고 겸손해 했다.

태국 축구대표팀의 누안판 람삼(57) 단장은 지난 15일 "박항서 감독은 동남아시아 축구를 바꾼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행정가로서의 변모 가능성도 일축했다.

박 감독은 "해외에서는 말이 통하지 않는데 내가 행정가를 하겠나"라며 "김판곤 (말레이시아)감독만큼 영어도 못 한다. 국내에서도 대한축구협회나 프로축구연맹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 행정 능력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기술적인 부분에서 지원하는 일이라면 도움을 줄 생각은 있다"고 했다.

다른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맡을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 감독은 "이번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개최국 카타르를 보고, 월드컵 무대에서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 부족하지만 나를 불러준다면 생각해볼 것 같다"고 속내를 밝혔다. 하지만 "나를 불러줄 팀이 있겠느냐"며 웃어넘겼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는 본선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2002 한일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며 4강 신화를 썼다.

박 감독은 파울루 벤투 한국대표팀 감독의 후임에 대한 발언도 내놨다.

그는 "국내 지도자도 언어 문제만 아니면 (해외에서도) 충분히 역량이 있다. 다만 축구협회에서 왜 외국인 지도자만큼 국내 지도자에게 지원을 해주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가 비난과 조언을 할 수 있지만 협회가 일정 부분 감독이 소신을 갖도록 방패 역할을 해줘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협회가 제 역할을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가대표 감독 선발의 책임자로 독일 출신의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선임된 것에도 한마디 했다.

박 감독은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독일 분이라는 건 안다. 의문이 생겼다. 이 분께서 과연 국내 지도자들의 역량을 얼마나 알까. 서류와 데이터를 본다며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을까. 이 선임부터가 외국인 감독을 뽑기 위한 것일까 해서 의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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