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한달 앞(3월 8일)으로 다가섰습니다. 농·축·수협과 산림조합의 조합장을 뽑는 선거입니다. 국회의원, 시장·군수, 자치의원 선거 뺨칠 정도로 물밑 경쟁이 치열합니다. 더경남뉴스가 창간 1주년(4일)을 맞아 참일꾼을 뽑는 조합장 선거를 4회에 걸쳐 선거운동 현장과 문제점, 해결책을 짚어봅니다.
[조합장 선거 기획 시리즈] 현 조합장의 선거운동은 4년 전부터 시작됐다(1)
경남도의 전체 조합장 선거 지역은 170곳(농축협 134곳, 수협 18곳, 산림조합 18곳)이다. 농·축협의 경우 전국 선거구는 무려 1117개에 이른다.
조합장 선거는 일반인에게는 관심거리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선거를 하는 회원조합(옛 단위조합)이 대부분 농어촌에 있고, 회원 가입을 한 조합원에게만 투표권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선거 규모가 커서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전반을 관리한다.
▶선거 한 달 전의 분위기는?
"그 양반, 요새 와 얼굴 안 비치노(안 내보이나)"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한달여 앞둔 3일 경남 진주시 동부지구의 한 면 소재지 커피숍에선 중노년층 3~4명이 앉아 농·축협 조합장 선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평소에도 자주 만난다는 이들은 농사를 짓고, 축산업을 하거나 과수 농사를 짓는다.
이들은 선거 분위기가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쌀값·소값 폭락에 유류값, 농자재 값 폭등 등이 주된 이야기이지만 요즘엔 앉으면 조합장 선거 얘기가 많아졌다. 후보들이야 익히 아는 동네 인물들이지만 인물평은 '심심풀이 땅콩' 정도로 재미있다"고 말했다.
인근 면에서 이장을 오래했다는 이 모 씨는 "농번기 때나 농한기인 지금이나 자주 만나 점심도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소값 폭락 등 현안을 두고 논의도 하고 정부 성토도 많이 한다"며 요즘 농촌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전했다.
그 양반 얼굴 왜 안 비치노?
이날 좌중에서 툭 튀어나온 이 말은 조합장 선거가 다소 생갱한 기자에겐 수십년 전의 '고무신 선거'를 오버랩 시켰다.
대접을 하면서 "선거 때 찍어달라"는 투의 말을 건네면 선거법에 걸릴 우려가 크다. 당연히 요즘엔 이렇게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마찬가지로 얻어먹는 사람도 불법임을 잘 인식하고 있다.
강원 고성군에서 축협 임원을 했던 김 모(64) 씨의 말은 더 구체적이고 상징적으로 선거 분위기를 전한다.
그는 "며칠 전 축협 조합장에 출마하려는 지인이 '형님, 짜장면 한 그릇 합시다'라고 하길래 같이 점심을 하고선 내가 계산했다"면서 "어제 또 그 친구가 전화를 해 '저번에 얻어 먹었으니 이번엔 내가 살게요'라고 해서 만나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아직까진 후보 등록 전이라서 후배가 내든 같이 식사를 하고 소값 폭락 등 현안을 두고 축산업 발전과 조합원 권익 등 의견을 나눠볼 참"이라고 했다.
▶조합장 선거 일정은?
조합장 선거를 보다 더 자세히 알려면 조합장 선거 일정 등을 먼저 알아야 한다.
위의 표에서 보듯 지난해 9월 21일부터 선거일인 오는 3월 8일까지 180일 동안 현 조합장은 일체의 기부를 못한다.
농협과 산림조합 조합장에 출마를 하려면 임기 만료일 전 90일까지는 관련 기관과 단체의 각종 상임이사나 감사, 직원, 공무원은 지난해 12월 20일까지 사직을 해야 한다. 다만 선출직 공무원은 제외다.
수협 조합장은 농협과 산림조합장과 출마 조건은 비슷하며 1월 19일까지 사직해야 한다. 여기서도 선출직 공무원은 사퇴를 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조합장에 출마를 하려는 사람은 이미 사퇴를 했다. 이들은 대체로 조합의 전·현직 사람들이라 지역에선 조합별 전체 출마자 수가 어림잡아진다.
이달(2월)부터는 후보도, 선관위도 바빠진다.
후보는 2월 21~22일 후보자 등록을 마쳐야 하고, 선관위는 2월 17일부터 선거인명부 작성 준비를 시작해 후보자 등록 시작일(21일)까지 끝내야 한다.
드디어 2월 23일부터는 선거전이 시작돼 선거 전날인 3월 7일 밤 12시까지 선거 홍보를 할 수 있다. 유권자(조합원)는 2월 말일인 28일까지 투표 안내문을 받는다.
지금까지 표를 곁들여 선거 일정을 살펴보았다.
▶ 어떻게 뽑나
많은 사람들이 회원농협(옛 단위농협)과 회원축협 선거를 헷갈려한다.
농협과 축협은 중앙회 차원에서는 현재 통합된 상태다. 하지만 회원농협과 축협은 독립형태다.
따라서 이번 조합장 선거에서는 농협과 축협 조합장을 분리해 조합장을 뽑는다. 이는 현장에서 농업과 축산업을 분리해야만 관리의 효율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또 알아야 할 내용이 있다.
전국동시선거란 점이다. 농협과 축협,수협, 산림조합이 3월 8일 동시에 선거를 한다.
이는 4개 단위조합 선거가 통합 전에는 따로 선거를 치러 일 년 열 두달 선거를 치러야 해 낭비 요인을 없애려고 개선한 것이다. 국회에서 통합 법 조항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이번이 통합 3번째, 즉 3년째다.
한편 조합장은 3선을 하면 다음 번엔 출마를 못 한다. 또한 조합 상임이사(임기 2년)가 되려면 이사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연임은 가능하다. 감사는 비상임 이사로 임기는 3년이다.
▶선거 행태 달라졌다
이번 선거 현장 분위기를 달리 짚어보자.
진주시 한 지역의 조합원은 요즘 사람 만나기에 제법 바쁘다.
봄철 농번기를 앞두고 대의원 총회가 열려 참석해야 하고, 총회를 가면 농산물 기념품도 받는다. 예비 후보자들의 전화도 자주 온다.
커피숍에서 만난 한 조합원 주민은 "요샌 아무 생각없이 얻어 먹다간 골로 간다. 출마 예정자도 알고 주민도 안다"면서 "선거를 앞두고 만나지만 평소 아는 형 동생 사이인데 싼 밥 한 끼 주고 받는 게 법에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나름의 기준을 갖고 있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예전엔 동네마다 선거 말뚝(중간책)에게 암암리에 돈을 주고 이웃 조합원을 포섭하는 식으로 선거운동을 했다면, 지금은 이렇게 하다간 후보나 돈 받은 중간책이나 주민은 철창행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러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금도 금품 수수는 있다고 한다. 다만 예전처럼 중간 말뚝을 중심으로 하지 않고 개별 접선을 한다고 했다.
이는 단속 때문이기도 하지만 농어산촌에 주민이 많지 않고 나이든 어르신이 많아 작은 현금이나 선물용 물품을 주면 호감을 갖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말하자면 소수를 대상으로 한 '각개격파 전략'이다. 이는 조합원이 많은 집엔 집중 타깃이 된다는 말과도 일맥상통 한다.
한편 조합 대의원은 마을별 조합원 수에 따라 보통 마을당 1~3명이다. 대의원은 주기적으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며 수당이 나온다. 예전엔 수당이 없었는데 농삿일을 못하고 회의에 참석해 수당을 줘야 한다는 회원들의 주장에 지급을 하고 있다.
▶'꿀단지 조합장', 선거는 4년 전부터 시작돼
지난 설 연휴(1월 22~24일) 농어촌에는 전·현직 농축협 관계자들이 내건 귀향 신년인사 플래카드가 많이 걸렸다. 3월 8일 조합장 선거에 출마를 앞둔 현직 조합장과 도전장을 내밀 후보군들이 내건 고향 방문 인사 플래카드다.
하지만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기자에게 "조합장 선거 기간은 4년"이란 말을 서슴없이 했다. 고성군의 김 씨도 "조합장 당선만 되면 이후 임기 내내 선거를 한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예컨대 취약계층 집을 방문해 선물을 주는 식이 많단다.
입후보자 쪽도 달라진 게 있다.
동시선거 전엔 입후보자가 7~8명인 경우가 허다했는데 최근엔 많이 줄어 보통 한 곳당 2~3명이 나온다고 한다.
진주시 진성면의 대농가인 한 조합원은 "개인적으로 농협과 축협, 산림조합 등 복수 조합원"이라며 "예비 입후보자들도 복수 조합원으로서 통합선거가 아니면 두어군데 에서 출마 욕심을 가졌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통합선거가 출마자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또 4년간의 선거전이 되면서 주민들은 업무 전문성, 주민과의 화합성 등 후보 개인을 더 알게 돼 선거가 다가오면 대충 후보자 정리가 된다.
진주시 문산읍의 한 주민은 "현 조합장이든 일반인이든 4년간 짜장면도 맥이고(사주고) 일도 도와주고, 애경사도 잘 챙기는 등 지극정성을 들여야 한다"면서 "당선만 되면 지방에서 누리기 힘든 '이권(?)'이 생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선거 전후의 집중 단속도 중요하지만 임기 내내 감시가 필요하다. 하지만 접근 방식이 점조직으로 정교하게 법망을 피해서 가 크게 잘못되지 않으면 적발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거 운동이 일 대 일, 한 명씩 접근해 더 고도화됐다는 의미다.
▶다음 두 번째 기사에서는 '은밀한 발길, 내놓고 이름 건 현수막'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