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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 사진관] "진주에 함박눈이 내릴 줄이야"···온세상이 하얘진 순백의 운치

정창현 기자 승인 2023.02.10 23:55 | 최종 수정 2023.02.14 12:59 의견 0

기상예보에 9~10일 밤새 경남 지방에 눈이 온다고는 했지만 설마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봄부터 온다 온다던 '기상청발 비'가 지금까지 애를 태웠기에 그랬습니다. 부울경에서도 진주 지방은 동부 쪽인 부산과 창원과 비교해 유독 비가 적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진주에는 눈은 거의 내리지 않지 않습니까?

아침에 일어나니 설마가 현실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온세상이 순백색으로 바뀌었습니다.

10일 눈 내린 경남 진주시 진성의 아침 풍경을 전합니다. 강원 산골같은 멋진 설경이 진주에서도 연출됐습니다. 주민들은 하얀 겨울 별천지를 눈 호강을 하며 종일 즐겼습니다.

진주시 진성면 구천마을 앞 야산(왕산)의 소나무에 밤새 함박눈이 내려앉아 이 곳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설경을 연출하고 있다.

마을 뒤켠에서 자리를 지키던 키 큰 나무도 함박눈을 맞아 하얀 부채꼴 모양을 선명하게 펼쳐냈습니다. 하지만 수년간 함박눈을 경험해보지 못한 대나무들은 힘에 겨운지 몸채를 축 늘어뜨렸다.

마을 저 너머의 야산 나무 숲에도 함박눈이 소복히 내려앉아 한 폭의 풍물화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물을 머금은 습설(습한 눈)의 무게에 대나무들이 축 늘어져 누워있는 듯하다.

기와 지붕에도 흰눈은 빈틈없이 내려 사진전에서 봄직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흰 벽체와 서까래의 동그란 단면, 지붕을 밭 이랑처럼 나란히 만들어낸 모습이 잘 조화된 한 폭의 작품이다.

전깃줄과 참새들. 겨울 텃새인 참새들도 전깃줄에 다소곳이 앉아 오랜만의 함박눈이 신기한 듯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쏟아진 함박눈이 빚어낸 눈 내린 겨울의 모습이다.

지난해 늦가을 추수 후 로터리 작업으로 갈아놓은 논에도 함박눈이 빈틈 없이 내렸다. 포근하게 보이다 못해 폭신폭신함이 느껴진다.

겨우내 한포기씩 뽑아먹으려고 남겨두었던 배추도 흰 털모자와 꼬깔모자를 써 이채롭다.

쪽파밭에도 눈이 소복히 쌓였다. 쪽파가 경험 없는 폭설에 덮혀 갑갑해 숨을 내쉬려는지 뾰족하게 손을 내밀고 있다.

쌓인 눈밭에 무엇이 이 구멍을 만들었을까? 사람이나 동물 발자국도, 일부러 낸 구멍도 아니다. 전깃줄에서 녹은 물이 똑똑 떨어지면서 만든 작품이다.

눈 위에 난 차량 바퀴 자국. 농촌길을 오가는 차량이 또다른 눈 그림을 그려냈다.

습설에다가 눈이 녹으면서 차량 바퀴 자국이 선명하다. 진주에선 보기가 극히 어려운 모습이다. 이상 정창현 기자

겨울 폭설이 잦은 중부 지방이 아니라 진주에서 내린 함박눈이라 색다른 구경거리입니다. 한 40년 이전만 해도 진주 지방에는 겨울이면 눈이 자주 왔었지요. 큰눈도 간간이 내렸고요.

마당 한 구석에다 눈을 쌓아 삽으로 에스키모인의 겨울집 '이글루'와 같은 눈집을 만들어 바닥에 가마니를 깔고 놀았던 기억이 되살아 납니다. 당시엔 며칠간 두어도 녹지 않았는데 오늘 온 눈은 금방 녹을 듯해 한편으론 아쉬움이 묻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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