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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케이블카'가 '지리산케이블카' 설치에 불 붙였다

박완수 지사, 지난달 함양서 사업 재추진 언급
환경부도 지난달 설악산 조건부 허가해
국시모 등 경남도내 환경단체들은 강력 반발

정창현 기자 승인 2023.03.06 16:07 의견 0

지리산케이블카 설치 문제가 재부상해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23일 함양군에서 있은 '도민과의 대화' 자리에서 "함양·산청 군수와 만나 지리산케이블카 노선 방향 등을 논의할 생각"이라고 밝힌데 이어 환경부가 지난달 27일 설악산국립공원에 오색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를 두고 환경 훼손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에 나서고 있다.

함양-산청을 잇는 세계최장길이 10.5km 케이블카 노선

박 도지사는 이어 지난 2일에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근 전국 시도지사 회의에서 지리산과 연접한 지자체인 전남북 도지사의 케이블카 사업을 협력하겠다는 동의를 얻어냈다고 밝히면서 사업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그의 이날 발언은 환경부가 강원 양양군이 추진한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을 조건부로 허가한데 따른 후속 행보로 보인다. 오랜전부터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던 지자체들도 이번 환경부 승인으로 사업의 가능성을 열어두기 시작했다.

지리산권 지자체 중 경남 산청·함양과 전남 구례도 최근 지리산케이블 사업에 의지를 다시 내보이고 있다.

특히 구례군은 이번 설악산케이블카 승인을 계기로 다시 환경부의 문턱을 두드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구례군은 지난 2001년부터 수차례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내용의 ‘지리산 국립공원 공원계획 변경 심의’를 요청했지만 반려됐다. 반려 이유 중의 하나는 인근 지자체와 논의였다.

이에 구례군은 경남산청·함양군과 전북 남원시와 함께 환경부가 요구한 ‘지리산 권역 지자체들의 합의를 통한 노선’을 충족시키기 위해 지난해 케이블카 코스와 이익 공유 방안을 논의했다.

그렇지만 국립공원의 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환경·시민 단체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국시모) 등 환경단체는 지난 3일 광주시 무등산국립공원에 모여 환경부의 설악산 케이블카 승인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지난 3일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광주 무등산국립공원에 모여 설악산 케이블카를 승인한 환경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제공

정인철 국시모 사무국장은 이날 “경남과 구례의 경우 이미 적극적으로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을 준비한 이력이 있었기에 설악산 다음으로 사업 논의가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환경부의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의 반려 사유가 ‘환경 논리’보다는 ‘지자체 협의’를 강조하고 있기에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주장은 케이블카 사업이 ▲국립공원 훼손 부채질▲생명 다양성 감소 일조 ▲대규모 벌목 ▲생태계 양분 우려 등이다.

국시모는 내장산국립공원의 경우 케이블카가 만들어지면서 천연기념물인 굴거리나무 군락지가 갈라졌고 정류장과 노선, 캐빈 등의 소음이 야생동물의 번식과 삶에 악영향을 끼필 것을 우려했다.

경남환경운동연합도 "국시모와 함께 지리산 케이블카 추진을 반대하는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리산은 국내에서 가장 넓은 국립공원으로 전체 면적의 60% 이상이 신갈나무를 우점종으로 하는 참나무림으로 이뤄져 있어 최적의 서식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 지리산 일대에는 반달가슴곰을 포함해 수달, 매, 붉은배새매, 까막딱따구리, 소쩍새, 삵, 담비 등 다양한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국시모에 따르면, 애초 지리산 권역 지자체들이 신청한 노선(삼도봉, 통꼭봉, 반야봉 등)들은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에 포함돼 있다. 지리산 전체 면적 중 특별보호구역 면적은 40.56%로 전체 국립공원 중에서도 보호구역 비율이 가장 높다.

특별보호구역은 자연공원법에 따라 자연환경의 회복을 위해 일정 기간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는 ‘자연휴식년제’가 운영돼야 한다. 그러나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자연스럽게 자연휴식년제의 정상적인 운용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윤주옥 지리산사람들 대표는 “지리산은 국립공원 1호로 백두대간 시작점인 우리나라 생태계 중심이다. 그런데 지리산 자락의 여러 지자체는 케이블카뿐 아니라 산악열차와 도로 개설 등 할 수 있는 모든 개발사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자체는 자연과 생태를 파괴하고 경관을 해치는 케이블카 사업을 무작정 내세우기보다 관광지로서 사람과 환경이 지속가능한 가치를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남에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사천 케이블카가, 도립공원인 천황산에는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다. 화양연화 60. 연정과 우정. 노래 메기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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