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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속으로] "코인 수익 30% 내놔!”···조폭들 146억원 어떻게 뜯어갔나?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5.11 11:34 | 최종 수정 2023.05.18 14:49 의견 0

IT 업체 대표에게 가상화폐(코인) 투자를 맡긴 뒤 해당 대표가 큰돈을 벌자 이를 탐해 감금한 뒤 폭행, 무려 146억 원을 뜯어낸 일당이 붙잡혔습니다.

SNS에서 도는 동영상을 보면 조직폭력배 영화에서나 나올 정도로 야구방망이로 무자비하게 패더군요. 하는 짓이 잔혹해 섬뜩합니다.

코인, 즉 가상자산입니다. 암호화폐라고도 하죠. 은행 등 제도권에서 관리하는 일반 계좌랑 다릅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철저하게 개인화 돼 거래되고 관리됩니다.

사건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주범 김 씨가 지난해 2월 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피해자들에게 야구방망이로 폭행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지난 10일 IT 업체 대표인 A(37) 씨로부터 2021년 2월부터 12월까지 146억 상당의 금품을 갈취한 조직폭력배 출신 주범 김 모(36) 씨 등 16명을 검거하고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이들은 A 씨가 '코인 트레이딩'으로 자주 팔고 샀다는 것을 이유로 이 같은 거금을 강제로 빼앗았습니다. 코인 트레이딩은 코인거래소에서 가상화폐 단기매매를 반복해 수익을 내는 방식입니다.

이 사건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김남국 의원이 투기성 짙은 '게임 코인'(한 때 최대 100억 원대 육박)을 거래해 여론의 비난이 거세진 터라 관심을 더합니다.

이들은 피해자를 협박한 동시에 수사 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법인 계좌로 돈을 받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지요.

경찰은 이들 일당이 A 씨로부터 빼앗은 돈이 A 씨에게 맡긴 투자 원금과 수익금을 합해 146억 원으로 추산했습니다.

가상화폐 시장은 이처럼 '돈 놓고 돈 먹기 시장'입니다. 기자가 보기엔 양자가 피장파장격입니다. 둘 다 한탕주의에 빠진 사람들이지요.

이런 난장판에 현직 국회의원(김남국 의원)이 전 자산을 몰빵해 최고 시세 땐 100억원대에 육박했다니 어안이 벙벙합니다. 의정 활동이 제대로 될 리 만무했겠지요. 이 의원은 탄로가 나자 "윤석열 대통령 실정을 덮기 위한 한동훈 법무 장관 작품"이라고 큰소리 쳤습니다. 지금 보니 대부분 자신의 행위를 덮기 위한 새빨간 선동성 거짓말이었네요.

해당 의원은 지난해 5월 한동훈 당시 법무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이모(李某) 교수를 '이모(姨母)'로 해석을 해 망신살을 샀습니다. 올해 2월 국회 대정부 질문 때에는 '검사 기피신청 허용 나라'가 중부유럽의 오스트리아인데 '오스트레일리아'(호주)라고 잘못 말했습니다. 더욱이 오스트리아에는 판사 기피신청제는 있지만 검사 기피신청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지적 수준을 말합니다만 의정 활동 중에 온통 코인에 빠져 있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기에 충분합니다.

사건 속으로 다시 갑니다.

조폭들이 폭행하는 장면

경찰에 따르면 조폭 출신 김 씨는 수도권 소재한 한 대학의 법학과를 졸업했다고 합니다. 그는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인 지난 2021년 2월 마스크 관련 사업을 준비하면서 지인의 소개로 A 씨를 알게 됐다고 합니다.

처음에 동갑내기로 친구로 지내던 김 씨는 A 씨가 코인 투자로 큰돈을 번 사실을 안 뒤 투자금 3500만 원을 맡기며 돈을 불려달라고 했습니다.

A 씨가 단기간에 코인을 사고 팔아 20%가량의 수익을 올리자 김 씨는 몇 차례에 걸쳐 2억 3500만원까지 투자금을 늘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A 씨가 이용하던 코인거래소 거래가 정지되고 코인 가격도 하락하자 "수익률을 30%로 올려달라"며 협박을 했다고 합니다. 이게 시작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투자를 가장해 일방적으로 ‘수익을 내놓으라’고 강제한 뒤 제때 수익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협박과 무차별 폭행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학을 나오면 뭐 합니까. 배운 본치 없는 조폭 기질이 돈을 보자 발동한 것이지요. 사람은 형편이 가장 어려울 때 하는 행동을 봐야 제대로 보인다는 말이 딱 맞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직원을 동원해 감시하고 협박을 했습니다. 김 씨 일당이 A 씨에게만 저지른 폭행·협박 범죄만도 2021년 2월부터 12월까지 최소 19회에 이른답니다.

이 과정에서 김 씨가 2021년 2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약 1년간 A 씨와 A 씨의 회사 직원, A 씨 가족 등으로부터 빼앗은 금액은 48억 6000만원에 이릅니다. A 씨는 견디다 못해 어머니의 집을 담보로 2억 4500만 원의 대출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다른 폭력배가 A 씨를 바닥에 앉혀놓고 수차례 뺨을 갈기고 있다.

김 씨의 다짜고짜성 폭력은 계속됩니다.

2021년 8월에는 수익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는다며 자신이 묵고 있던 호텔에서 A 씨의 얼굴에 헤드기어를 씌우고, 입에 수건을 물린 채 주먹과 발 등으로 수십 차례에 걸쳐 폭행을 합니다.

조폭 출신 김 씨의 폭력을 견디지 못한 A 씨는 2021년 12월24일 도망을 가 숨어지냅니다. 이에 김 씨는 교도소 복역 중 알게 된 조직폭력배 3명 등 10명을 동원해 A 씨의 행방 파악에 나섰습니다. A 씨의 휴대전화 추적 기능을 사용해 추적도 했다네요.

김 씨는 A 씨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내가 염산 테러를 한 적이 있다", "도망간 사람을 숨겨주어선 안 된다"며 협박한 것으로 파악했다.

김 씨의 무자비한 언행은 더 이어집니다.

A 씨가 있는 곳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2월 초엔 A 씨의 지인 2명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사무실에 불러 무차별 폭행을 합니다. 이들을 이곳에다 13시간을 감금하고 야구방망이와 주먹으로 두들겨 팹니다. 이 과정에서 식칼로 손가락을 베기도 했다니 잔학하기 그지 없습니다. 악질입니다.

당시 감금을 당한 직원 한 명이 화장실을 가겠다며 빠져나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김 씨를 특수상해와 공동감금,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기각됐다고 합니다.

김 씨는 또 1년 여 범죄 기간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만들어 법인 계좌로 수익금을 받았다고 합니다. 돈을 주고 받는 것을 합법으로 가장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경찰은 이 법인 직원들이 범죄 수익금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외부에 피해 사실을 발설하지 못하도록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A 씨를 24시간 감시 역할을 하는 등 범행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주범 A 씨가 설립한 법인의 조직도

경찰은 이들이 양자 간에 쓴 허위 차용증을 빌미로 A 씨의 가족까지 협박하는 등 피해자들의 심리상태를 지배하는 '가스라이팅' 상태로 만들면서 피해가 장기간 지속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이 발견한 김 씨 일당의 범죄 수익금. 이상 서울경찰청 제공

코인이란 투기성 돈에 혹해 봬는 게 없었고,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숨겨놓았던 폭력배 기질을 다시 드러냈습니다. 옛말에 "사람은 고쳐서 쓰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피해자 A 씨는 경찰의 브리핑 현장에 나와 "(주범) 김 씨는 처음엔 합법적 투자를 가장했고 코로나로 경제 사정이 어려운 점을 설명하면서 인간적으로 다가왔다"면서 "자신이 법대 출신이어서 법을 잘 안다고 자부를 했고, 법조인 및 경찰과의 커넥션을 자주 말해 경찰에 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 일당 16명은 지난 2월부터 이달 초까지 전원 붙잡혔습니다. 그리고 김 씨와 조직폭력배 등 8명은 구속됐습니다.

사건 발생 이후 검거가 늦어진 것은 지난해 10월 관련자 10명 전원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지만 서울 용산 이태원 참사가 발생해 광역수사단 전원이 특별수사본부로 파견 나가 일정이 미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씨에겐 중감금, 특수감금, 폭행, 상습공갈, 협박 등 10여개 죄목을 적용했습니다. 하지만 조폭 동원 등과 관련해서는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부터 상습공갈을 목적으로 조직을 만든게 아니고 일당은 김 씨가 A 씨를 공갈·협박 하는 과정에서 수익이 나오는 것을 보고 합류했고, 행동강령 등 통솔 체계가 없어 범죄단체 규정이 어려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나저나 A 씨는 김 씨에게 빼앗긴 자신과 부모 등의 재산 46억 80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현행법에 따라 부패 등 범죄가 아닌 재산 범죄 수익금은 기소 전 몰수·추징해 보전을 할 수 없어 재판 판결 전에는 돌려받을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A 씨는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는 일상 생활이 불가능하고 가정이 파탄 났는데 김 씨는 범죄 수익금으로 좋은 로펌을 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코인이란 한탕주의에 빠진 이들은 '그 나물에 그 밥'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사람이 할 짓입니까? '금수보다 못 한 놈'이란 말이 딱 어울립니다.

이 사건을 곳곳에 살을 조금씩 붙여 이야기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더경남뉴스는 앞으로 단순 사건이지만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사안을 '사회 현상'을 가미해 재구성해 내겠습니다. 이 코너에 독자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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