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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사건 속으로] 경남 거제서 전 남친에 폭행 당해 숨진 20대녀 사건…경찰, 폭행에 체포했으나 검찰 불구속해 논란 커져

경찰 긴급체포 했지만 검찰은 승인 안 해
해당 사건 2022년부터 교제폭력 11건 신고
국과수에 직접 사망 원인 정밀검사 의뢰

정창현 기자 승인 2024.04.18 17:17 | 최종 수정 2024.10.05 13:01 의견 0

더경남뉴스가 우리 사회에서 수 없이 발생하는 사고와 사건을 이야기식으로 재구성해 소개합니다. 단순한 사고와 사건이어도, 지역이 다를 지라도 여러 사람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사안은 '사회 현상'을 가미해 재구성해 내겠습니다. 이 코너에 독자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경남 거제에서 20대 여성이 전 남자친구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10일 만에 사망했습니다. 숨진 여성은 입원 당시 이 남성의 폭행으로 눈 주위에 멍이 시퍼렇게 들고,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고 합니다. 목이 졸린 자국도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폭행 전에도 교제 3년간 11차례나 폭력을 휘둘러 경찰에 신고가 됐었지만, 숨진 여성의 처벌 불원과 함께 검찰이 가해자의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불구속 처리해 풀려났습니다. 검사의 판단력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지요.

거제경찰서 전경. 거제경찰서

사건의 전말을 알아봅니다.

18일 경남도경찰청과 거제경찰서에 따르면 전 여자친구를 폭행해 사망케 한 혐의(상해치사)로 20대 남성을 수사 중입니다.

이 남성은 지난 1일 오전 8시쯤 숨진 여성의 자취방인 거제의 한 원룸에 무단 침입한 뒤 여성의 머리와 얼굴 등을 주먹으로 수 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 여성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찾아가 폭행했답니다.

숨진 여성은 어머니와의 전화 통화에서 "자고 있는데 들어와 목을 조르다가 기절할 것 같으면 놓았다가 다시 조르고 했다. 그런 다음 막 때렸다"고 했습니다. 이 남성은 이 여성 자취방 비밀번호를 알고 문을 열었다고 하네요.

경찰은 이 남성이 "전날부터 당일 아침까지 술을 마셔 만취상태였다"고 진술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여성은 폭행을 당한 뒤 전치 6주 진단을 받고 병원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상태가 악화돼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기려고 했지만 거부 당했다고 합니다. 이 여성은 지난 10일 밤 10시 20분쯤 숨을 거두었습니다.

경찰은 숨진 여성의 부모로부터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11일 새벽 1시 20분쯤 이 남성을 긴급체포했습니다.

숨진 여성의 어머니는 "예전에 파출소 연락을 받고 가보니 애의 머리가 다 뽑혀 있고,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많이 맞았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증거 인멸이나 도망 염려가 없고 긴급성이 없다’며 이 남성의 긴급체포를 승인하지 않고 11일 오전 9시쯤 불구속으로 풀어줬습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 여성이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졌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다. 다만 아직 폭행과 사망 사이 직접적인 인과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다발성 장기부전이란 호흡 기능이나 심장 기능의 부전이 발생하는 증세로 체온 상승, 백혈구 수치 감소, 심장 박동 저하 등의 증세가 나타나 생명이 위험하게 됩니다.

숨진 여성의 가족에 따르면 이 여성은 평소 별다른 지병은 없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조직 검사 등 정밀 검사를 의뢰한 상태입니다. 1차 부검에선 폭행과 사망 간에 연관성을 찾지 못해 정밀 검사에 나선 겁니다. 결과가 나오려면 3개월가량 걸린다고 합니다.

경찰은 두 사람 간의 폭력이 이번 폭행건 말고 11건이라고 확인했습니다.

지난 2022년부터 최근까지 사귀다 헤어지길 반복하면서 는 관계를 지속해왔고 7건의 교제폭력이 있었습니다.

모두 피해 여성이 남성의 처벌을 원하지 않아 종결처리 됐다고 합니다. 7건 중 쌍방 폭행도 있었습니다.

이전에 이들이 경북에 있는 대학을 같이 다닐 때도 경찰에 4건의 신고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이 또한 이 여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 종결됐다고 합니다.

경찰은 앞서 폭행이 이어지자 지난해 7월 2일부터 한 달간 숨진 여성의 요청을 받아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등 한 차례 보호조치를 했었습니다. 다만 분리 조치 등 외부기관 개입이나 심리 치료 등의 조치는 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교제폭력 신고가 반복되는 사이 사후 모니터링도 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그런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했다는 판단이 듭니다.

경찰 관계자는 “교제폭력은 형법상 폭행으로 적용되지만 아동 학대나 가정 폭력, 스토킹 등의 범죄와 달리 분리 조치나 접근 금지 등이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다. 대신 피해자 의사를 거듭 물어보고 처벌 유무 등 진의를 확인한다”며 “교제 폭력은 피해 당사자가 원하지 않으면 조치가 어려워 법의 맹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숨진 여성은 이번 폭행 후 병원에서 자필진술서로 남성에 대한 처벌 의사를 밝혔고 유족도 엄벌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한편 경남여성복지상담소·시설협의회 등도 유가족과 함께 18일 경남도경찰청 앞 기자회견을 갖고 가해자의 구속과 제도 개선 등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검찰이 이 남성의 소재가 분명하고 연락이 닿는다며 풀어줬습니다. 검사의 판단이 매우 잘못됐다고 봅니다.

요즘 이성 관계 등에서의 폭력 사고나 불특정 돌발 흉기 사고는 대상을 특정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일단 폭력 건은 피해자와 피해 예견자(잠재자)를 지키는 쪽으로, 보다 보수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세상이 예기치 못한 사고가 빈발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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