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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사건 속으로-주말 화제] '구조 에어 메트' 논란 끝?··10대 여성 23층서 추락, 큰 외상 없어 치료 후 귀가

전남 광양 19세 여성, 23층 아파트 에어 매트에 추락 큰 외상 없어
경기 부천서는 8층서 에어 매트로 떨어진 20대 남녀 사망

정창현 기자 승인 2024.10.05 12:49 | 최종 수정 2024.10.05 16:08 의견 0

더경남뉴스가 우리 사회에서 수없이 발생하는 사고와 사건을 이야기식으로 재구성해 소개합니다. 단순한 사고와 사건이어도, 지역이 다를 지라도 여러 사람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사안은 '사회 현상'을 가미해 재구성해 내겠습니다. 이 코너에 독자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23층은 구조' vs '7층은 사망'

전남 광양의 한 아파트 23층 옥상에서 자살을 시도하던 10대 여성이 추락했으나 에어(공기) 매트리스 덕분에 극적으로 살았습니다.

소방 대원들이 전남 광양시 중동의 한 아파트 화단의 나무들을 제거하고 에어 매트리스를 설치한 모습. 광양소방서

5일 광양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11시 10분쯤 광양시 중동의 한 아파트 23층 옥상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여성이 있다는 신고가 소방서에 접수됐습니다. 이 여성은 남자 친구와 말다툼을 한 뒤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광양소방서는 구조 대원들과 함께 고가 사다리차 등 차량 5대를 동원해 현장에 출동했습니다. 말할 것 없이 현장 상황은 급박했습니다.

소방 대원들은 우선 드론을 띄워 이 여성(19)의 상황을 관찰했는데 옥상 끝단 부분에 걸터앉아 있어 위태로운 상황이었지요. 소방 대원들이 드론 정찰을 활용한 것은 매우 흥분돼 있는 이 여성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 10월 1일 오전 11시 10분 전남 광양시 중동의 23층 아파트 옥상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아 있는 10대 여성. 독자

지난 10월 1일 오전 11시 10분 전남 광양시 중동의 23층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앉아 있는 10대 여성. 위의 사진과 달리 반대쪽으로 방향을 바꿔서 앉아 있다. 독자

소방 대원들은 서둘러 아파트 아래 화단의 조경수를 절단하고 에어 매트리스 2개와 일반 매트리스 2개를 설치했습니다. 언제 떨어질 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었지만 기본적인 구조작업은 끝났습니다.

마지막으로 추락 충격에 의한 매트리스의 뒤집힘을 막기 위해 '이탈방지장치' 설치도 잊지 않았습니다.

모든 작업을 끝마친 그 순간, 이 여성이 23층 옥상에서 떨어졌습니다.

이 여성은 에어 매트리스 중앙 부근에 추락한 뒤 반동에 의해 2차로 아파트 상가 샌드위치 패널 벽면에 부딪히고선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소방 대원들은 이 여성이 살았음을 확인한 뒤 살펴보니 외상도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긴급히 상태로 대기하던 119구급차로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이를 두고 하늘이 도왔다는 '천우신조(天佑神助)'라고 하지요. 하지만 소방 대원들의 잽싼 준비가 없었으면 한 생명을 저 세상으로 보낼 뻔 했습니다.

광양소방서는 "이 여성은 아무런 이상 없이 건강한 상태로 퇴원했다"며 "그동안 지속적인 에어 매트리스 점검과 고층 건물 적응훈련을 한 결과 이 같이 좋은 성과가 나왔다"고 자평했습니다.

반면 지난 8월 22일 경기 부천의 한 호텔에서는 남녀 2명이 7층에서 에어 매트리스 위로 떨어졌으나 이 매트리스가 뒤집어지면서 사망했습니다.

이날 화재가 나자 807호 객실(실제 7층)에 있던 남녀 2명은 저녁 7시 55분 순차적으로 에어 매트리스로 떨어졌습니다. 남성이 의식이 없는 여성을 먼저 내보냈고 자신은 곧이어 뛰어내렸습니다. 이날 화재로 모두 7명이 숨졌습니다.

지난 8월 22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 부천 한 호텔의 앞쪽에 설치한 구조용 에어 매트리스(126㎏·왼쪽)와 의식이 없던 투숙객 한 명이 떨어진 뒤 뒤집힌 에어 메트리스(오른쪽). 뒤에 뛰어내린 남성 투숙객은 맨바닥에 떨어져 2명 모두 숨졌다. MBC 뉴스 캡처

경찰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22일 오후 7시 34분쯤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9층 호텔 건물에서 불이 났습니다.

소방 대원들은 오후 7시 39분쯤 810호 객실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접수한 뒤 4분 만인 오후 7시 43분쯤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소방 대원들은 곧바로 5분 후인 오후 7시 48분쯤 가로 7.5m, 세로 4.5m, 높이 3m 크기의 에어 매트리스를 호텔 주차장 출입구 근처에 설치했습니다. 공기를 주입하지 않은 상태의 무게는 126㎏입니다.

소방서에 비치해 둔 에어 매트리스는 10층(30m) 이하에서 뛰어내려도 살 수 있도록 제작된 인명구조 장비입니다. 펌프차 등에 싣고가 구조대원 4∼5명이 함께 옮긴 뒤 설치한다고 합니다.

이 남녀는 에어 매트리스를 설치한 지 7분여 만인 오후 7시 55분쯤 차례로 뛰어내렸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먼저 뛰어내린 여성이 에어 매트리스 건물 방향 안쪽 바깥인 가장자리(모서리)로 떨어져 매트리스가 뒤집혔습니다.

곧이어 남성이 뛰어내렸는데 에어 매트리스가 뒤집히면서 생긴 빈공간인 바깥쪽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경황이 없었겠지만 여성이 뛰어내린 조금 뒤에 뛰어내렸다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와닿습니다.

구급 대원들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추락한 이 여성을 심폐소생술로 살려보려 했지만 숨진 상태였고, 두 번째 뛰어내린 남성은 거의 맨바닥으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결론은 23층에서 에어 메트리스로 추락한 여성은 살았고, 7층에서 떨어진 남녀는 숨졌습니다.

왜 이런 대비된 상황이 도출됐을까요?

단순히 생각하면 에어 매트리스 설치를 잘 하고 못 하고의 차이였겠지요.

부천소방서는 "당시 에어 매트리스는 10층용으로, 7층에서 뛰어내려도 문제가 없다. 여성이 떨어질 때 모서리 쪽으로 쏠리면서 에어 매트리스가 뒤집혔다. 흔하게 일어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당시 인원이 부족해 에어 매트리스를 모퉁이에서 잡아주는 대원이 없었다고 합니다. 소방 대원들이 에어 매트리스를 잡아야 하거나 '이탈방지장치'를 설치해야 한다는 매뉴얼도 없답니다. 부천소방서 해명처럼 에어매트는 잘 뒤집히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천운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번 광양 사고에선 이탈방지장치까지 설치했기 때문입니다. 사후약방문객이었지만 부천 사고 이후 관련 매뉴얼이 생기고 이를 실천했기 때문이겠습니다.

에어 매트리스의 사용 가능 기한, 공기량, 설치 장소의 경사도 등도 문제가 되겠지요.

사용 매뉴얼이 부실하다 보니 전문가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고층 사고 때 에어 메트리스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논란입니다.

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면 정확한 위치에 떨어지기 어렵지요.

현행 소방청 고시에서는 15m(5층 높이) 이하의 공기안전매트리스(에어 매트리스)만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성능 인증을 합니다. 이 외 규격의 공기안전매트는 민간 시험 인증기관을 통한 자체 성능시험 등을 거쳐 판매됩니다.

소방청의 소방 장비 표준규격도 16m 이하 높이에서 사용되는 에어 매트리스에만 적용됩니다.

그렇다고 고층 구조 현장에서 에어 메트리스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요. 규격화 해야 합니다. 에어 매트리스는 최후의 구조수단으로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고층 건물에서 화재가 났고 별다른 구조 대안이 없을 때 에어 매트리스라도 사용해서 구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에어 매트리스의 유용성 말고도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8월에 불이 난 부천 호텔엔 스프링클러가 설치 돼 있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지난 2017년 개정된 현행 소방법에 따르면 2층 이상이고 연면적 500㎡ 이상, 높이 13m 이상 건축물은 반드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지만 이전에 건축된 건물에는 적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부천 호텔은 2003년 준공돼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습니다.

또 호텔에 비치된 침구나 가구류로 불에 쉽게 타지 않는 재질로 바꾸어 나가야 하겠습니다. 유독가스가 섞인 연기가 삽시간에 퍼지기 때문입니다. 부천 호텔도 마찬가지였지만 대형 건물 화재 때 객실은 물론 복도나 계단에서 연기에 질식해 사망한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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