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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구 민심] 선관위, 잇단 '아빠 찬스'에도 감사원 감사 거부···감사원 "감사 방해, 감사원법 따라 엄중대처"

선관위 "직무감찰 받지 않는 것이 헌법적 관행"
지난해 3월 5일 대선 '소쿠리 투표' 감사도 거부
감사원 "감사원법상 국회·법원·헌재만 감사 제외"
"선관위 업무는 행정사무…그간 독립성 존중해 자제"
노태악 중앙선관위장은 사퇴 촉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6.03 04:41 | 최종 수정 2023.06.08 04:22 의견 0

고위 간부들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이 잇따라 밝혀져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사원은 "감사 방해다. 감사원법 따라 엄중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며칠간 일어났던 일련의 과정을 사실(팩트)을 기반해 따라가 본다. '이바구 민심' 문패에 맞게 중간 중간엔 기자의 사견을 곁들인다.

중앙선관위는 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 후 보도자료를 통해 앞서 언급한 감사원 직무감찰의 '수용 불가' 견해를 재확인 했다. 지난해 3월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때 불거진 '소쿠리 사전투표 감사'와 마찬가지로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선관위의 이 같은 견해는 국회 국정조사와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에는 협조하겠지만 '강도가 보다 센' 감사원의 감사는 받지 않겠다는 의중이 다분히 보인다.

국민의힘은 "선관위가 조사도 입맛대로 받는 것이냐"며 벼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관위원장 등 고위직이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됐고, 여론도 워낙 나빠 의례적인 치고빠지기식 언급만 하고 관련 말을 자제하고 있다. 여야는 국정조사엔 합의를 해가는 모양새다.

국민권익위 고위 관계자는 2일 "선관위의 가족 특혜채용 의혹 제보가 쏟아지는 상황이어서 지금 드러난 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면서 "지방선관위와 지자체 간의 유착 의혹이 제보의 주된 내용"이라고 전했다.

■선관위 "감사원 감사 못 받겠다"···위원장 사태 요구엔 입도 안 열어

중앙선관위는 "그동안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으로 선관위가 직무감찰을 받지 않았던 것이 헌법적 관행"이라며 "이에 따라 직무감찰에 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선관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어 "헌법과 감사원법상 감사는 회계검사와 직무감찰로 구분된다"며 "회계에 속하지 않는 일체의 사무 감사는 직무감찰에 해당해 인사사무 감사도 직무감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선관위는 다만 "국회의 국정조사, 국민권익위의 조사, 수사기관의 수사에는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강제조사 권한이 없어 피조사기관의 협조를 받아야 하고 제도 개선을 주로 하는 조사 수준에 불과하다. 국회 국정조사는 문재인 정부 때 노 선관위원장이 임명돼 절대 다수의 민주당이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다. 또한 수사기관인 검찰은 선관위 고위직의 대부분이 검사 출신이란 점에서 '한 통속'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국민 여론과 여권의 사퇴 촉구에도 일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벌써 특혜채용 사례가 10여 건을 넘어서고 전체 조사에 나서면 더 나올 가능성이 많다. 이 정도면 조직의 장은 자리를 내놓는 게 상식이다. 선관위의 조직 자존심을 고집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치의 오차도 허용이 안 되는 선거를 관리하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상식으론 이해하기 힘든 언행 불일치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올해 신년사를 하고 있는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 선관위 홈페이지 캡처

노 선관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막판인 지난해 5월(3월 대선 후 2개월) 임명해 '알박기'란 비난을 받았다. 중앙선관위원장 임기는 6년이다. 그는 또 2020년 3월 4일, 임기 6년의 대법관직도 겸하고 있다.

노 선관위원장은 이날 사무실이 있는 정부과천청사에서 "선관위원장 사퇴 요구가 거센데 입장 변화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에 일체 입을 열지 않고 차를 탔다.

그는 서울대 법대가 주류인 법조계에서 외져보이는 한양대 법대 출신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때는 많은 자리에서 비주류가 주요 자리를 차지하는 경향이 짙었다. 능력이 아닌 '내 사람', 즉 '이념적인 잣대'가 요직 자리를 차지하는 기준으로 작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러다 보니 조직에는 상식, 이른바 기준이 무너지면서 편·불법이 독버섯처럼 자랐다는 말이 줄이어 나왔다.

지금의 김명수 대법원장도 한직인 강원 춘천에서 지방법원장을 하고 있었다. 능력과 경력면에서 모자람이 눈에 많이 띄었다. 하지만 금의환향의 경춘선을 타고 귀경했다. 그는 대법원장이 되기 전에 모두가 거치는 대법관의 이력도 없다. 이처럼 문재인 정권은 파괴를 자주 구사했다. 집 마당을 쓰는 데도 나름의 기술이 있다. 삶과 생활에 경험과 경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다.

■감사원 "감사 활동 방해···직위고하 막론 엄중 대처"

감사원은 이날 '자녀 특혜채용 의혹' 감사를 거부한 중앙선관위의 최종 결정과 관련,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정당한 감사 활동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감사원법 제51조에 따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감사원 감사를 방해하는 사람은 처벌할 수 있다는 감사원법 조항을 근거로 선관위를 고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감사원은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를 제외한 행정기관의 사무와 그에 소속한 공무원 직무'를 감찰 대상으로 둔다는 감사원법 24조를 선관위에 대한 직무감사가 가능한 근거로 제시했다. 즉, 감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기관은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3곳만으로 명시돼 있고 여기에 선관위가 포함되지 않아 직무감찰 대상이라는 것이다.

감사원은 "선관위가 담당하는 선거 관련 관리·집행 사무 등은 기본적으로 행정사무에 해당하고, 선관위는 선거 등에 관한 행정기관이므로 감사 대상"이라며 "그동안 선거 관리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감사를 자제해온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선관위가 감사 거부의 이유로 든 국가공무원법 제17조는 인사사무 감사를 배제하는(받지 않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 규정은 행정부(인사혁신처 포함)에서 하는 자체적인 인사 감사의 대상에서 선관위가 제외된다는 뜻이며 감사원의 감사를 배제하는 규정이 결코 아니다"고 했다.

선관위가 국민적 공분이 분출하지만 입맛에 맞는 조사 기관을 선택하고 있다는 말이다.

감사원은 지난 1994년 현행 감사원법 개정안을 국회가 논의하는 과정에서 선관위는 제외 대상에 넣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선관위가 이미 인사 업무와 관련해 감사원 감사를 계속 받아왔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선관위는 지난 2016년과 2019년에 각각 인사업무 부당 처리로 감사원으로부터 직원 징계를 요구 받았다.

감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한 선관위의 정기감사에서 선거 업무와 관련해 일부 직무감사가 진행된 사실도 이날 공개했다.

감사원은 또 이번 자녀 특혜채용 의혹이 선관위의 독립성과 직결되는 '선거직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선관위의 직무감찰(감사)를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 5일 대선 사전투표 때 불거진 '소쿠리 투표' 논란 때도 이번과 같은 이유로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거부했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정기감사에서 지난해 3월 대선 사전투표 때 문제가 된 이른바 '소쿠리 투표'에 관한 선관위 자체 감사 결과를 제출 받았다며 "현재 자체 감사 결과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에서 말한 선관위의 선거 관리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직접 감사를 자제했다는 말이다.

■국민의힘 "조사도 입맛대로 고르겠다?"

국민의힘은 선관위의 이 같은 주장을 "입맛대로 조사를 선택한다"며 직무감찰이 가능하다는 감사원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어 조속한 국회 국정조사 실시와 노 선관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국 당협위원장 워크숍 후 "선관위에는 감사를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고 할 권한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감사를 받는 대상기관이 감사를 받지 않겠다고 선택할 권리가 어딨겠나"며 "터무니없는 행동을 즉각 중단해달라"고 강조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헌법 조항에서 선관위를 감사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하지 않고 있다"며 "감사원법 제24조 3항에 직무감찰 제외 대상으로 국회와 법원, 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으로 규정하고 있어 선관위를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관위가 감사원 직무감찰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관련 조항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한 결과이며 전형적인 조직 이기주의"라며 "상황이 이런 만큼 국정조사를 하루라도 빨리 하는 것이 국민적 의혹을 풀어드리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도 "선관위가 감사원법조차 오독해 조사 기관을 쇼핑하듯 고르겠다는 것은 일말의 반성도 없이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이라며 "감사원 감사를 즉각 수용해 환부를 모조리 도려내야 한다. 아빠 찬스 조사 받는 것도 입맛대로 고르겠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박 의장은 이어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성실한 일반 직원들을 더이상 실망시키지 말고 일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압박했다.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지금 선관위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으려고 한다. 그냥 감사원 감사를 받아서 깔끔하게 하면 되는데 이렇게 분노를 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정조사나 감사원 감사는 받고 싶다고 받고, 안 받고 싶다고 안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에 3~4일만 더 있으면 선관위가 못 버티고 받는다고 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권한을 운운하는 선관위의 이유는 궤변에 가깝다"며 "감사원법 제24조에 따르면 국회·법원 및 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감찰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진상규명에 나설 것처럼 하더니, 감사원 감사만은 유독 받지 못하겠다며 발뺌하는 행태를 보며 국민은 오히려 '숨길 것이 많구나'라는 의구심만 더욱 키우게 된다"고 정면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께 송구하다던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선관위 관계자 뒤에 숨지 말고 직접 나와 사퇴 표명과 함께 즉각적인 감사원 감사수용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권익위 조사 국정조사 수용해 최고치 조사에 합의"

민주당은 감사원 감사 거부에 대한 공식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개별 인사들이 원론적인 말만 뱉어내고 있다.

이미 검찰의 수사와 국회의 국정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궁색하다. 나아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진 선관위를 옹호하는 늬앙스의 말들이 이어지고 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선관위 채용 비리는 개별 비리 사건이기에 수사를 통해서 제일 잘 가려질 수 있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들여볼 부분은 양당이 국정조사와 관련해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경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받아야 할 이유가 있나. 감사원 감사보다 위인 국회 차원 국정조사와 권익위 조사를 받기로 하고,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조사는 자칫 정치 논쟁으로 일관하다가 본질을 흐리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나아가 문재인 정권이 청와대를 나오기 직전에 '알박기식'으로 임명한 현 노 위원장을 지키려는 의중이 다분히 보인다.

이 부대변인은 "최고치의 감사를 받을 방법에 합의했기 때문에 감사원 감사를 안 받겠다고 선관위가 입장 낸 것에 대해 굳이 우리가 입장을 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아귀가 맞지 않는 말이다.

다만 여야는 선관위 국정조사를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위원장 거취와 관련한 민감한 사항 등 세부 사항은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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