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선거관리위원회의 자녀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선관위의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조사는 선관위와 합동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부패방지 총괄기구인 권익위가 단독으로 하는 조사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권익위 채용비리통합신고센터를 중심으로 하고 부패방지국과 심사보호국 인원까지 수십 명을 투입해 대규모 '채용비리 전담조사단'을 꾸릴 것"이라고 밝혔다.
정 부위원장은 "특혜채용 의혹에 청년층을 비롯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고 공공기관 채용 전반에 대한 국민적 불신도 커지고 있다"며 "국민들께서 제기하신 선관위 의혹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조사해 그 결과를 소상히 보고드리겠다"고 했다.
그는 "채용비리 의혹 제기 이후 선관위는 소극적·방어적 행태로 일관해 국민들께서 실망하셨다"며 "선관위가 함께 참여하는 합동조사로는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정 부위원장은 "이미 선관위와 사전 조율을 거쳤으며 현재 자료가 도착해 조사가 본격 착수된 상황"이라며 "주무 부위원장으로서 제가 책임지고 끝까지 명확하게 조사해 국민께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권익위는 먼저 6월 한 달간 집중조사를 한 뒤 부족한 부분은 추가 조사할 방침이다.
정 부위원장은 "선관위 독립성은 무제한의 권한이 아니라 국민주권과 삼권분립이라는 헌법 테두리 내에서 허용되는 것이다. 권익위 조사가 마치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오해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선관위는 독립성을 이유로 국민이 결정한 국민권익위의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적극적인 협조를 요구했다.
정 부위원장은 "이번 조사는 선관위와 합동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권익위 단독 조사"라면서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은 전날 선관위 내부 회의 후 언론 브리핑에서 "외부 기관과 합동으로 전·현직 직원의 친족 관계 전반을 전수조사 하겠다"고 밝혔었다. 이와 관련해 정 부위원장은 "저희는 국민권익위법에 의거한 실태조사권에 따라서 단독으로 조사를 하는 것이다. 선관위 측이 '합동조사'를 어떤 의미로 사용했는지는 모르겠다"며 단독조사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감사원도 전날(31일) 선관위의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특정사안 감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정 부위원장은 이와 관련, "감사원은 부당, 위법 사항 등을 조사하게 돼 있지만 권익위는 실태 전체를 들여다보고 행정 이익의 가치까지 조사해 제도 개선을 권고할 수 있게 돼 있다"며 "더 폭넓은 조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별도의 간담회를 열고 선관위 특혜채용 조사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자신과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부위원장 3명이 모두 참여하거나 모두 회피해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정 부위원장은 전 위원장 이 주장에 대해 "선관위를 조사하는데 무슨 정치적 차별을 한다는 것인가? 우리 위원회는 독립적인 기구"라며 "오히려 전 위원장의 그런 발언으로 오해를 사게 된 것 같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선관위의 입장이 아직 안 나온 상황에서 전 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하는 바람에 약간의 혼선이 있었다. 권익위가 마치 선관위에 면죄부를 주는 조사를 할 것이란 보도도 있었는데 그런 것은 없다는 점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정 부위원장은 다만 "오늘 발표 내용은 전 위원장, 권익위 직원 모두가 공유하고 확정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선관위는 앞서 자체 조사를 토대로 특혜채용 의혹이 있는 선관위 박창진 사무총장(장관급)과 손봉섭 사무차장(차관급) 등 고위직 4명을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현재까지 11건의 전·현직 간부 자녀가 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는 지난 2년간 북한의 7차례 해킹 공격을 받았지만 행정안전부와 국가정보원의 보안 컨설팅 권고를 거부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