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세월이 무색하다'에서 무색 뜻은?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7.23 02:53 | 최종 수정 2023.08.21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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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자주 쓰는 '세월이 무색하다'에서 무색은 어떤 뜻을 갖고 있을까요?
사례를 들어보면 "나이를 어디로 묵노? 세월이 무색하네", "세월이 무색할 만큼 젊게 보이네", "세월이 무색할만큼 발전이 안 돼", "전문가 무색할만큼 많이 아네", "그의 외모는 연예인 무색할 정도야" "예방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감염 환자가 안 주네" 등입니다.
여기서의 무색은 무색(無色), 즉 '아무 색(빛깔)이 없음'을 의미합니다. 없을 무(無), 빛 색(色)입니다.
세월에 빛깔이 없다니요. 얼른 와닿지 않습니다.
일단 '특색이 없다'로 보면 되겠습니다.
이어 형용사인 '무색(無色)하다'를 알아보겠습니다.
뜻은 '본래의 특색을 드러내지 못하고 보잘것없다'입니다. 빛이 나면 특색이 드러나는데, 그렇지 않으면 보잘것없어집니다.
이렇게 연결시키면 '세월이 무색하다'는 '세월이 보잘것없다'로 해석됩니다.
따라서 "나이를 어디로 묵노? 세월이 무색하네"는 '세월이 보잘것없다고 여길 정도로 나이를 안 먹네'로 해석됩니다. 세월은 시간의 흐름인데 그게 없다는 의미로 봐야하겠지요. 또한 공간 개념으로 이야기를 하면 나이의 가운데 세월이란 공간(흔적)이 없거나 보잘것없이 자리한다는 뜻으로 보면 조금 더 이해가 더해집니다.
비슷한 분위기의 '세월이 무상하다'가 있는데, 다른 의미입니다. 여기서의 무상은 없을 무(無), 항상 상(常)입니다. '모든 것이 덧없음'을 뜻합니다.
'인생의 무상함을 오늘같이 느낀 일이 없습니다' 등으로 쓰이지요.
따라서 '세월이 무색하다'와 '세월이 무상하다'는 완전히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