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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알록달록'과 '울긋불긋'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7.01 16:05 | 최종 수정 2023.07.01 16:06 의견 0

더경남뉴스는 일상에서 자주 쓰지만 헷갈리는 낱말과 문구를 찾아 독자와 함께 풀어보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지도편달과 함께 좋은 사례 제보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지난해 11월 초에 찍은 '월아산 숲속의 진주' 전경. 경남 진주시 진성면 월아산에 있다. 진주시 제공

평소 무신경하던 단어가 의미있게 와닿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며칠 전 현장을 다녀온 기자와 계절 스케치 사진기사를 논하던 중에 '알록달록'이란 말이 나와 좋은 말인데 잊고 있었네 했지요.

기자는 클 때 많이 들었습니다. 아주머니들이 동네에 들른 방물장수 트럭에서 옷을 고르거나, 읍내 시장에서 산 뒤 처음 입고 나왔을 때 옆에 분이 "옷에 박힌 무늬가 알록달록해 참 좋네"라며 건네던 말이었지요.

'알록달록이라~'. 어릴 때 생각은 옷색상이 매끄렇게 곱지 않고 투박하고, 여러 무늬가 어수선해보이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질이 떨어지는 싼값의 이미지였지요.

그런데 꽃밭에 가선 '알록달록'은 또 다른 느낌입니다. 여러 색깔의 꽃이 섞여 화려하게 보이는 것을 묘사합니다.

비슷한 단어로 '울긋불긋'이란 단어가 있습니다. 요즘 언론에서 많이 쓰지요. 대체로 가을 단풍을 묘사할 때 대체로 '울긋불긋' 단어를 많이 씁니다.

'알록달록'을 검색해보니 곧바로 설명을 하지 않고 ‘알로록달로록’의 준말이란 설명을 먼저 나옵니다. '알로록달로록'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잘 쓰지 않는, 사어(死語)같은 말인데 설명 맨 먼저 내놓은 것이 의아했습니다. 말하자면 시나 소설 등 문어체 문장에서 끌어다 쓰지 일상에서 말할 때 거의 사용하지 않지요.

'알록달록'='얼룩덜룩'입니다. 알록달록하다는 형용사이지요.

알록달록이 쓰이는 예문을 소개합니다.

'꽃들이 알록달록 저마다의 빛깔을 뽐내고 있다', '알록달록 차려입은 기생 넷이 주르르 조기 두름처럼 들어왔다'(문순태의 '타오르는 강' 중에)

또 '동자승은 꽃무늬가 알록달록 있는 꽃뱀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한참 동안을 들여다보았다', '저고리는 일부러 알록달록 지은 것처럼 품이 높았다' 등입니다.

기자가 들글에서 쓴 어릴 때의 기억과 비슷합니다.

다음으로 '울긋불긋'을 보겠습니다. '옅은 여러 가지 빛깔들이 야단스럽게 한데 뒤섞여 있는 모양'으로 설명했네요. '울긋불긋하다'는 형용사이고요.

울긋불긋을 한자로 표기하면 '적적(赤赤)'으로 쓸 수있는데 붉을 적(赤)자입니다.

예시를 들어보면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든 산', '신작로 아래 개울 건너 마을의 집들도 울긋불긋 꼬까옷을 입은 것처럼 변했고'(문순태의 '피아골' 중에), '추석을 맞아 아이들은 울긋불긋 색동옷을 입었다' 등입니다.

뜻이 비슷한 사자성어로는 '감홍난자(酣紅爛紫)', '가을에 단풍이 울긋불긋함'을 뜻합니다. 감(酣)은 흥겨울 감, 홍(紅)은 붉을 홍, 난(爛)은 빛날 난, 자(紫)는 자줏빛 자입니다.

'한자수홍(恨紫愁紅·꽃이 울긋불긋해 여러 느낌, 감정, 생각 등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이 있습니다. 恨(한)은 한탄할 한, 紫(자)는 자줏빛 자, 愁(수)는 근심 수, 紅(홍)은 붉을 홍입니다.

사자성어도 꽤 의미가 있네요.

알록달록과 같은 한 세대 전의 분들이 입에 달고서 하던 말들을 더 애써 찾아 써야 하겠습니다. 같은 뜻의 불긋불긋과 함께 사용되면 우리말은 더 풍성해집니다. 고운 말에 풍년이 들면 각자의 마음도 풍요로워집니다. 시 한 구절에 자리한 순수 우리말이 감정을 불러내고 감성을 자아내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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