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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겨우내? 겨울내?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3.07 01:10 | 최종 수정 2023.03.07 14:22 의견 0

가끔 평소 별 생각없이 쓰는 단어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자주 쓰기 때문이겠지요. 한 두번씩 접하는 단어는 특별해서 머리 속에 깊이 넣어두게 됩니다.

'겨우내'와 '겨울내'가 그렇습니다. 그제 이른 봄날 기사를 쓰다가 겨우내로 써놓고 다시 생각하면서 "겨울내가 맞는 거 아닌가"라며 확인을 하는 수고를 했습니다.

겨우내 찬바람을 이겨내던 버들강아지가 봄기운에 잇따라 움을 틔웠습니다. 정창현 지가

겨우내가 맞습니다. ‘온 겨울 동안’의 뜻입니다. 부사이고요. 겨울내는 겨우내의 원말이라고 설명이 돼 있네요.

원말(어원 단어 포함)은 표준어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고 '표현어'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 국립국어원에 문의하니 "표준어가 아닌 표현어다"라고 하더군요. 표현어를 공식적으로 처음 접해 또 한 수 배웠습니다.

겨우내는 보통 '겨우내 움츠렸던···'의 문구가 많이 활용되지요.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활짝 편다’ 등입니다.

그런데 겨우내와 같은 뜻인 '겨울 내내'란 문구가 있습니다. 이럴 땐 '내내'를 띄어써야 합니다.

기자는 잘 몰랐는데 '가으내'란 단어도 있네요. 이도 ‘온 가을 동안’의 의미입니다.

지방에 따라서 '겨울내' '가을내'라고 쓰지만 바른 말이 아니랍니다. 접미사 '-내’가 붙으면서 명사인 ‘가을’과 ‘겨울’의 ‘ㄹ’ 받침이 떨어진 것이지요.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시죠.

‘-내’는 ‘처음부터 끝까지 죽 내쳐’라는 뜻으로 '때'를 의미하는 명사 밑에 붙은 부사 역할의 접미사입니다. '봄내', '여름내', '일년내’ 등이 사례입니다. 예를 들면 ‘그는 봄내 채소밭을 가꾸었다’가 되겠네요.

우리말에는 뒤의 첫소리로 ‘ㄴ’이 이어질 때 앞 명사의 ‘ㄹ’ 받침이 떨어져 나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컨대 딸님→따님, 아들님→아드님, 솔나무→소나무, 날날이→나날이가 그렇습니다.

쉽게 접근했다가 이것 저것 몇 개 붙였네요. 말의 어원을 찾는 것은 흥미롭고 재미가 붙습니다.

KBS의 '우리말 겨루기' 프로그램이 대중적 인기가 있더군요. 음식점에 가서 보면 많은 분이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기자가 생각해도 꽤 깊은 산골짜기에 들어가야 찾을 수 있을 정도의 어려운 단어가 많이 출제되던데 이를 볼 때마다 의외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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