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귀가 찬다'와 '기가 찬다' 뭐가 맞아?
정창현 기자
승인
2023.04.27 16:59 | 최종 수정 2023.07.0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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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경남뉴스는 일상에서 자주 쓰지만 헷갈리는 낱말과 문구를 찾아 독자와 함께 풀어보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지도편달과 함께 좋은 사례 제보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평소에 쓰는 말 중에 '기(氣)'라는 글자가 들어간 말이 많습니다.
기(氣), 즉 기운과 원동력을 뜻합니다. 기가 잘 통해야 하고, 기를 잘 다스려야 하고, 기를 잘 보해야 몸을 건강하게 지킵니다.
'기를 쓴다'는 있는 힘을 다할 때 쓰고, '기를 편다'는 억누리거나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났을 때 씁니다. '기가 죽었다', '기가 살았다' 등도 있네요.
동양 철학에서는 만물이 생겨나고 움직이는 근원적인 힘을 '기'라고 합니다. 기가 빠지면 힘이 없어지고, 혼몽해지며, 의욕이 없어지지요.
'기절'이란 단어도 기와 연관돼 있습니다. 다 알고 있는 듯하지만 의외로 모릅니다.
두렵거나 놀라서, 큰 슬픔에 잠시 정신을 잃은 것을 '기절'이라고 하는데, 한자로 기절(氣絶)입니다. 몸속을 흐르는 기가 순간 끊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다른 말로는 실신, 혼절, 졸도라고 하고 인사불성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오늘의 낚시(?) 포인트는 '기가 막히다'입니다.
어떤 일에 놀라서 어이가 없을 때,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좋거나 나쁜 정도가 심할 때 쓰는 말이지요.
비슷해 보이는 '기가 차다'는 어이(맷돌 손잡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을 때 씁니다.
'어안이 막히다', '어안이 벙벙하다'는 뜻밖에 놀랍거나 이상한 일을 당해 기가 막힐 때 사용합니다. '어안'이란 '어이가 없어 말을 못하고 있는 혀 안'을 뜻합니다.
'어안이 벙벙하다'라는 문구도 많이 쓰지만 어안의 뜻을 잘 모릅니다. 꼭 외워두고서 좌중에서 써 먹을 수 있는 기억할만한, 고급스런 단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기가 막히다'를 '귀가 막히다'로 잘 못 알고 있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말을 들을 때나 너무 좋은 것을 볼 때 '뚫려 있는 귀'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치상으론 맞지만 어법상으로는 '전혀 아니올시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