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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국민가곡 '그리운 금강산'에 나오는 '수수만년' 뜻은?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6.26 03:14 | 최종 수정 2023.06.27 00:50 의견 0

6·25전쟁 73주년을 맞은 어제 한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그리운 금강산' 가곡을 듣다가 가사 중에 나오는 '수수만년'의 정확한 뜻이 궁금했습니다. 주위의 가족도 뜻을 모르더군요.

수수만년의 뜻을 가리기 전에 불후의 국민가곡 '그리운 금강산'에 관해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이 가곡은 남북 분단으로 가지 못하는 아름다운 금강산을 구경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가사는 냉전의 시대상을 반영해 북한을 비방하는 단어 몇 개가 담겼습니다. 북한에서는 금지곡이었답니다.

그런데 1972년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는 등 남북 간에 화해 무드가 조성되었습니다. 작사자인 한상억 씨(시인)가 이에 맞춰 몇 군데를 수정했습니다.

<원곡 기사>

(1절)
누구의 주제런가 맑고 고운 산
그리운 만 이천 봉 말은 없어도
이제야 자유만민 옷깃 여미며
그 이름 다시 부를 우리 금강산

(2절)
비로봉 그 봉우리 짓밟힌 자리
흰구름 솔바람도 무심히 가나
발 아래 산해만리 보이지 마라
우리 다 맺힌 원한 풀릴 때까지

(3절)
기괴한 만물상과 묘한 총석정
풀마다 바위마다 변함없는가
구룡폭 안개비와 명경대물도
장안사 자고향도 예대로인가

(후렴)
수수만년 아름다운 산 더럽힌 지 몇 해
오늘에야 찾을 날 왔나 금강산은 부른다


1972년 가사가 바뀐 내용입니다.

<수정 곡의 가사>

(1절)
누구의 주제런가 맑고 고운 산
그리운 만 이천 봉 말은 없어도
이제야 자유만민 옷깃 여미며
그 이름 다시 부를 우리 금강산

(2절)
비로봉 그 봉우리 예대로 있나
흰구름 솔바람도 무심히 가나
발 아래 산해만리 보이지 마라
우리 다 맺힌 슬픔 풀릴 때까지

(3절)
기괴한 만물상과 묘한 총석정
풀마다 바위마다 변함없는가
구룡폭 안개비와 명경대물도
장안사 자고향도 예대로인가

(후렴)
수수만년 아름다운 산 못 가본지 그 몇 해
오늘에야 찾을 날 왔나 금강산은 부른다

후렴에서 나오는 수수만년(數數萬年)은 한자 성어로 '여러 수만 년'의 뜻이고,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매우 오랜 세월을 말합니다.

실향민과 그 자손들이 오랜 세월을 가보지 못한 한을 표현한 한자어인 셈이지요.

금강산 가을 정취. 계절마다 금강산이 보여주는 풍경이 각각 달라 봄에는 금강산(金剛山), 여름에는 봉래산(蓬萊山), 가을에는 풍악산(楓嶽山), 겨울에는 개골산(皆骨山)으로 부른다. 조선중앙통신

가사를 쓴 한상억 씨는 북쪽 사람이 아니고 인천 강화도 출신이라고 합니다.

이 곡이 만들어진 1961년은 참혹했던 6·25전쟁(1953년 7월 휴전)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던 때였고 국영방송인 KBS의 의뢰로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더럽힌’, ‘짓밟힌’, ‘원한’ 등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표현들이 ‘못 가본’, ‘예다른’, ‘슬픔’으로 순화돼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대부분 옛 가사로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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