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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만에 사과한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 전날까지 "자존심 허락 안 돼"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8.03 19:57 | 최종 수정 2023.08.06 03:01 의견 0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노인 폄하’ 논란 4일만에 공식 사과를 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청년 좌담회에서 “왜 나이 든 사람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느냐. 여명(餘命·남은 수명)에 비례해 투표해야 한다”는 자신의 아들이 중학생 때 한 말을 소개하면서 “합리적이고 맞는 말”이라고 해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르신들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면서 “어르신들의 헌신과 경륜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씀을 새겨듣겠다. 그러한 생각에 한 치의 차이도 없음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용산구에 있는 대한노인회를 찾아 “이게 이렇게까지 비화할 것이라고는 예상 못 했다. 그런 어리석음이 있었다”며 재차 사과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이 3일 사과하려고 온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을 앞에 앉혀놓고 뺨을 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MBN 유튜브

그는 “제 딴에는 아들과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투표라는 게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라고 한 것인데 생각지도 못하게 퍼져나갔다. 부족함이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며 “어르신들에 대해서 공경하지 않는 마음을 갖고 산 적은 없었다”고 거듭 해명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의 대응은 단호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는 이 노인들, 나라를 위해 고생한 노인을 대우하고 대접하는 발언을 해주길 바란다”고 인사치레 말을 마친 뒤 “우리나라 천만 노인을 대표해서 내가 볼때기라도 때려야 노인들 분이 풀릴 것 같은데, 손찌검 하면 안 되니 사진이라도 때리겠다”며 김 위원장 사진을 손바닥으로 거세게 내리쳤다.

김 회장은 미리 준비한 김 위원장의 사진을 손으로 때리면서 “정신 차리라”고 외치고 “진정성을 갖고 사과도 하고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라”고 했다.

김 원장은 며칠간 큰 문제가 없다고 고집을 부렸으나 여론 등 당 안팎의 압박이 거셌다.

그는 지난 1일 인천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혹시 마음 상한 분들이 있다고 하면 유감스럽다”(1일)는 정도로 끝냈다. 혁신위 김남희 대변인(전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민변 소속 변호사)은 1일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며 잘못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 위원장은 다음날 2일 저녁 강원 춘천에서 열린 행사에서도 “노여움을 풀어달라. 교수라 철없이 지내서 정치언어를 잘 모르는 어리석음이 있었다”라고 정치적인 수사로 얼버무리려고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감지되듯 김 위원장은 2일까지도 완강하게 버텼다고 전해진다.

김 위원장은 “이 문제가 이상하게 정쟁으로 변했고 우리가 자꾸 국민의힘 주장에 말리고 있다. 사과하고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 자존심상 허락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양이원영 의원은 "뭐가 잘못됐냐'며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대한노인회가 2일 오전 “경악을 금치 못하고 분노한다”는 규탄 성명을 내자 한병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과 이해식 민주당 사무부총장, 양이원영 의원은 대한노인회를 찾아가 사과했다.

민주당 내에선 비 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위원장의 설화가 잇따라 “혁신위는 이미 죽었다”는 말이 나왔다. 혁신위의 동력이 상당히 떨어져 추진력을 상실했다는 말도 니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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