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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유레카!] 오늘(4일) 열린 서울 서이초교 여고사 '49재'···49재 유래는?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9.04 19:22 | 최종 수정 2023.09.06 03:19 의견 0

오늘(4일)은 서울 서초구 서이초교 20대 초반 여교사가 교내에서 극단 선택을 한 지 49일이 되는 날입니다.

교사들은 "문제 풀이보다 추모"라며 어린 여교사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국회 앞, 교육부 청사는 물론 전국 교육청 별로 모여 '49재 추모제'를 지냈습니다. 추모행사 공식 이름은 '공교육 멈춤의 날'입니다.

교육부는 교사들의 집단휴업을 불법이라며 징계 한다고 합니다만 지역별로 많은 교사가 연차휴가와 병가, 조퇴를 내고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이날 진행된 '49재'가 무엇인지를 잘 알지 못합니다. 20~40대 젊은 세대는 더 생소한 단어입니다.

상을 당했을 때 쓰는 단어는 많습니다. 장례, 초상, 빈소, 영정, 상주, 조문, 문상, 조의, 부의 등.

장례식장, 즉 영안실은 대부분 병원에 있어 잘 압니다만 '삼우재', '49재' 등으로 말이 옮아가면 정확한 뜻을 몰라 갸우뚱합니다.

요즘엔 옛날처럼 상여도 없고, 제복(祭服)으로 무명적삼을 입지도 않지요. 화장장에서 간편하게 영혼을 보내는 의식을 하기에 사용이 뜸한 단어들입니다.

▶49재란?

49재 의식은 불교에서 유래됐습니다. 대승불교의 장례의식으로 고인의 혼을 이생에서 극락으로 인도합니다. 환생을 할 때는 더 나은 생을 살기를 바라는 의식입니다. 생노병사의 인간사에서 죽은 영혼을 달래는 전통 문화의식이지요.

49재란 죽은 사람의 영혼이 칠칠일(49일) 동안 저승(죽은 사람이 산다는 암흑 세계)에 머무르며 7일마다 명부시왕(冥府十王) 중 일곱 대왕의 심판을 받다가 49일째에 최종심판을 받고 환생한다고 해 지내는 재입니다.

'구천을 떠도는 영혼'이란 말이 이와 연관됩니다. 심판을 받는 기간을 뜻합니다.

불교용어인 명부시왕이란 명부에 있는 10명의 왕이란 뜻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3일간 이승에서 머물다가 명부사자(冥府使者)의 인도로 명부로 가 이들 왕으로부터 죄를 심판 받습니다.

49재를 더 상세히 알아봅니다.

상을 당하면 고인을 위해 초재(初齋)부터 7일마다 7번 재(齋·재계할 재)를 지냅니다. 고인의 기일(忌日·돌아가신 날)을 1일로 해서 계산합니다.

49재는 보통 해가 있는 시간에 지내는데 아침마다 상식(上食·망자에게 대접하는 한 끼 밥)을 올리고 염불을 합니다.

49재는 이러한 불교의 전승(傳承·문화, 풍속, 제도 계승)이 민간 무속신앙에 영향을 줘 예전엔 집집마다 올렸습니다.

요즘은 보통 49재를 끝내고 곧바로 탈상(脫喪)을 합니다. 49일간 7일마다 한 번씩 재를 올려야 하지만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 마지막 49일째에 한번만 재를 올리는 것이지요.

불가에서 지내는 49재는 승려들이 북과 악기를 연주하고 염불을 하거나 불경을 읽고 춤을 춥니다.

49재를 49제로 오용하기도 한다네요.

49재를 49제로 알고 제사로 혼동해 절이 아닌 산소나 집에서 제사를 지낸다는 말입니다.

기독교 신자 중에서 49재를 유교 사상으로 일고 49일째 되는 날에 미사나 추도예배를 드린다고 합니다. 일부 천주교나 정교회에서는 전승에 근거해 40일을 추도 기간으로 삼기도 한다네요.

49재의 유래는 망자의 환생과 관련 있는데 환생을 부정하는 그리스도교의 교리에 어긋난다는 지적입니다.

▶삼우제와 천도재는?

49재를 약식으로 치르는 삼우제(三虞祭)'도 있습니다.

삼우제는 사망 2일 후, 즉 3일만에 상례(喪禮)를 마친다는 뜻입니다. 실제 요즘 대부분의 가정은 삼우제로 상례를 마칩니다.

49재와 별개로 천도재(薦度齋)도 있는데 알아보겠습니다.

천도재는 망자의 영혼이 좋은 곳에 환생하기를 바라며 따로 재를 지내는 것입니다. 천도는 영혼이 이생에서 좋은 세상으로 건너가기(천도)를 기원한다는 뜻입니다.

천도재는 49재, 수륙재(水陸齋) 등을 다 포함해 의미가 가장 넓은 말입니다.

▶일본은 '칠칠일(七七日)'

일본에서도 우리처럼 49재를 지내는데 '七七日'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구구단을 외울 때 '칠칠 사십구'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네요. 이날 위패를 봉안하고 납골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고인의 사망 후 49일째 날에 법요회를 여는 것이 원칙이지만 최근에는 주말에 많이 한다고 합니다. 이때 유가족은 부조금으로 코텐(香典)이라는 것을 받고, 법요가 끝나면 코텐을 준 이들에게 답례 선물을 보낸다고 합니다.

49재 때는 엄숙하게 망자를 보내는 날이라 당연히 금기사항이 있습니다.

음주가무와 경조사 참여, 여행, 가무, 부부관계 등을 삼갑니다. 상중에는 즐겁고, 기쁘고, 화려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조선시대 유교예법에서는 상례를 3년상(만 2년)을 했습니다. 옛날 유가(儒家)에서는 돌아가신 부모님 묘 옆에 '여막(廬幕)'이란 초막을 짓고 3년 동안 생전과 같이 모셨습니다. 시묘살이라고 하는데 조선의 사대부가에서 성행한 풍습입니다.

하지만 요즘 3년상을 지내는 집안은 눈을 씻고 봐도 보기 힘듭니다.

49재를 중심으로 망자를 모시거나 위로하는 여러 풍속을 알아보았습니다.

하늘나라로 간 20대 초반 어린 여교사는 생전에 오늘 동료 교사들이 마련한 '49재 추모재'가 무엇인지를 잘 몰랐을 법도 합니다. 하지만 '큰 힘' 앞에 힘 없이 보낸 어린 교사에 대한 마지막 예를 갖췄으니 미혹한 산자들의 정성을 받아들여 좋은 곳으로 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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