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큰눈이 내린다는 절기 대설(大雪)입니다. 24절기의 맨 끄트머리로 달려가는 21번째 절기로 소설(小雪)과 동지(冬至) 사이에 자리합니다.

며칠 전부터 대체로 포근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네요. 참고로 한반도의 절기는 재래 역법(曆法)의 발상지이자 기준점인 중국 화베이(華北)의 계절을 반영하고 있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대설 절기는 음력 11월, 양력으로는 12월 7일이나 8일에 해당합니다.

함박눈이 수북히 쌓여 만든 자연산 대형 트리. 올해 대설은 대체로 따뜻해 눈을 그립게 한다. 강원 고성군 김건영 씨 제공

중국에서는 대설로부터 다음 절기인 동지까지의 기간을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었는데 초후(初候)에는 산박쥐가 울지 않고, 중후(中候)에는 범이 교미해 새끼를 치며, 말후(末候)에는 여지(荔枝·여주)가 돋아난다고 했다고 합니다.

이 시기는 농한기(農閑期)입니다. 또한 가을에 수확한 곡식들이 곳간에 가득해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풍성한 때입니다.

대설이 지나면 곧바로 매서운 추워가 다가섭니다.

이 때쯤 생각나는 게 고구마죽이지요.

고구마죽은 썬 고구마를 씻어 말린 뒤 물을 부어 삷고 팥이나 콩을 넣어 푹 고은 것입니다. 여기에 밀가루를 물에 개어 넣어 젓고 소금이나 설탕으로 간을 맞추어 먹습니다. 경상 지방에선 '빼때기죽'이라고 합니다.

빼때기는 생고구마를 납작하게 썰어 말린 것인데 곶감처럼 하얀 당분(알라핀)이 배어나오고 씹을 때 구수하고 향긋한 단맛을 느낄 수 있어 겨울 간식용으로 제격입니다. 빼때기는 소주 주정으로도 사용돼 예전엔 늦가을에 농협에서 매상으로 구입했습니다.

농가에서는 한가하지만 겨울나기 준비도 합니다.

감을 깎아 말린 곶감은 서리를 맞힌 뒤 항아리에 넣어 보관합니다. 이렇게 하면 맛이 깊어진다고 하네요. 또 밭에 있는 배추나 무, 당근도 마저 뽑아냅니다.

이즈음에 또다른 중요한 일은 메주쑤기입니다.

씻은 노란 콩을 삶아 뭉그러질 때까지 절구로 찧고, 다음에 둥글넙적하게 혹은 네모지게 모양을 다듬으면 메주가 됩니다. 메주는 짝수로 만들면 불길하다 하여 홀수로 만들었다네요.

대설에 눈이 많이 내리면 다음해에 풍년이 들고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대설이 지났는데도 눈이 내리지 않으면 기설제(祈雪祭)란 제사를 지냈습니다. 가물 때 지내는 기우제와 비슷하지요.

눈 관련 속담으로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가 있습니다. 이는 눈이 보리를 덮어 보온 역할을 해 동해(凍害)를 적게 입기에 보리 풍년이 든다는 뜻입니다.

중국에서는 ‘소설에 장아찌를 담그고, 대설에 고기를 절인다’는 속담이 있다네요.

중국에선 대설 무렵에 집집마다 라로우(腊肉)를 절이고 말리는데, 소금과 산초 등 양념을 볶은 후 생선이나 고기에 뿌리고 항아리에 담아 통풍이 잘 되는 그늘진 곳에 둡니다. 보름 정도 지나 꺼낸 뒤 말려 먹는다고 합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선 '얼죽이'라고 해서 얼음을 넣은 커피 등이 잘 팔리고 겨울 별미로 자리잡았습니다. 해외 언론매체 등에 특별히 소개되기도 합니다.

실내 문화가 일상화돼 그렇다고 할 수 있는데 일면 스트레스가 많아 자극적인 음식을 더 자주 찾는 게 아닌가 합니다. 더 매운 떡복기와 라면 등이 최근 들어 더 많이 팔린답니다.

어쨌거나 대설 절기는 추위가 제격입니다. 따뚯한 향과 김이 나는 전통차와 커피 한잔을 곁에 두고 여유로움을 가져보시기를 바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