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언론 보도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들로부터 온라인으로 '정정·반론 보도, 추후 보도' 청구를 직접 받겠다고 밝혔습니다. 접수된 기사에는 포털 검색 페이지에 ‘정정보도 청구 중’ 문구를 노출한다는 내용입니다.
네이버는 지난 15일 서면, 등기우편 등으로 접수하던 정정·반론·추후 보도 청구를 온라인으로 접수하는 청구용 웹페이지를 오는 28일 신설한다고 고지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정정 보도가 청구된 기사엔 포털 검색 결과 페이지에 해당 문구를 표시합니다. 또 정정 요청이 들어오면 언론사에 해당 기사의 댓글을 일시적으로 닫아줄 것을 요구하는 안도 내놓았습니다.
이 내용이 알려지자 언론 쪽에서는 기사 유통업체인 네이버가 '재갈 물리기'를 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준사법기관인 언론중재위원회의 결정이 나오기 전, '피해자'가 네이버에 정정 요청만 해도 이 같은 표시를 하는 것은 기사가 잘못됐다는 시그널을 줄 우려가 있다는 것이지요. 논란의 여지는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언론중재위에선 온·오프라인으로 이의 신청을 받지만 사건이 성립되면 당사자들이 직접 참석하는 오프라인 심의를 합니다. 중재란 말처럼 이곳은 중간에서 가능한 한 타협을 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대체로 타협이 되지만 여기에서 조율이 안 되면 소송으로 가는 것이고요.
반면 네이버의 '온라인 청구 표시'는 네이버 자체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하려는 것입니다. 네이버는 당사자들을 부를 법적 위치에 있지도 않습니다.
다만 네이버의 이 같은 결정은 큰 고민 끝에 내놓았다고 보여집니다. 최근 일부 극단 인터넷 매체에서는 사실 확인이 안 되거나 의도가 실린 기사를 내놓아 큰 사회적·정치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오죽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유의 기사는 순식간에 온라인을 통해 퍼져 나가고 여론을 왜곡시킵니다.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이던 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는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거나 "선동은 한 문장으로 가능하지만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반박하려고 할 땐 사람들은 이미 선동돼 있다", "대중은 작은 거짓말보다 큰 거짓말에 잘 속아 넘어간다"는 등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어느 때보다 이념적으로 이분화돼 있고, 양극단 세력의 매체들이 독자들을 혹세무민한다는 여론의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이 결정에는 확인 없이 이른바 '내지르는 기사'에 대한 경종의 의미도 틀림없이 깔려있습니다. 네이버로서는 이런 여론의 질타에 어떤 식으론 대처를 해야 한다는 고뇌이고,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특히 4월 총선 등 선거 기간에 정치이익을 목적으로 한 기사들에 대한 대응이란 지적도 맞습니다. 실제 정치적 상대에 대한 의혹 기사를 쓴 뒤 선거가 끝나기 전에 특정 진영의 정치적 실익을 가져가는 사례가 적지 않았지요. 괴벨스식 기사의 전형입니다.
하지만 네이버의 이 결정이 해당 기사와 관련한 추가 보도나 후속 보도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언론 쪽의 지적도 맞습니다. 이는 언론사 입장에선 큰 시빗거리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초기 취재가 다소 미흡한 고발성 기사에 이해 당사자가 네이버에 정정과 반론을 제기해 이를 고지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후속 취재로 몇 달 후나 몇 년 후 이 기사와 관련해 경천동지할 사실이 밝혀졌다면 네이버의 책임이 실로 커집니다.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오랜 기간이 걸린 '드루킹 사건'(매크로 댓글 구사)과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의 대장동 개발 의혹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간의 '1억 6천 만 원대 거래 허위 인터뷰' 건도 이런 유의 뉴스 사례일 겁니다.
이 말고도 언론의 주요 검증 대상인 고위공직자, 정치인이 자신한테 비판적인 기사라는 이유로 네이버에 정정 보도를 요청해 댓글 창을 막을 수 있습니다. 공직 사회에서는 이를 잘 활용하는 부류에 속합니다.
따라서 네이버가 언론사의 기사 편집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은 충분히 수긍이 갑니다. 네이버가 오류로 판명되지 않은 기사에 먼저 낙인을 찍어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는 말입니다.
참고로 언론중재법 15조 1항에는 언론사에 대한 정정 보도 등은 서면으로 청구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네이버는 제17조의 2의 ‘인터넷뉴스 서비스 사업자는 지체 없이 정정보도 청구 등이 있음을 알리는 표시를 하고 언론사 등에 청구 내용을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을 들어 정당하다고 주장합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지체 없이 알리라'는 의무는 서면 요청을 받은 뒤 언론사에 빠르게 전달하라는 것으로,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봅니다.
언론계도 오류가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은 기사에 네이버가 ‘정정보도 청구 중’ 문구를 다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을 어기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문제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는 측은 ‘정정보도 청구 중’ 문구 등이 노출됐을 때 독자들이 해당 기사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인식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지요.
언론중재위는 현재 분쟁을 조정 및 중재하는 과정에서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합니다.
따라서 네이버의 이 결정은 언론중재위의 공식 절차가 무력화할 우려가 높습니다. 사기업의 잣대가 준사법기관의 법 조항을 넘어설 순 없습니다.
한국온라인신문협회는 네이버의 이 발표에 일부 소속사 대표자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소속사의 의견을 듣기로 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네이버의 고육지책은 한편으론 이해는 됩니다. 다만 법에 위반될 소지도 다분히 있습니다. 언론중재위의 비공개 기준에 정면 충돌합니다.
네이버는 언론이 아닙니다. 유통을 하는 플랫폼(열차를 타거나 갈아타는 역의 개념) 포털 역할을 할 뿐입니다. 네이버는 지금도 언론 영역에 들어서는 것을 주저합니다. 네이버 입장에는 언론의 지위가 갖는 많은 제약에서 벗어나 있는 지금의 역할이 안성맞춤이기 때문이지요.
이래서 네이버엔 법률가들이 주요 자리에 많이 앉아있습니다. 법적으로 다투거나 고려해야 할 사인이 많다는 것이지요. 법적 잣대(해석) 때문에 외줄을 타는 경우도 종종 나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의 이번 결정이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현실적으론 일면 수긍은 갑니다. 때만 되면 언론을 가장해 침투하는 사이비성 언론이 최근 들어 유독 두드러지고 이 부류에 파생적된 비슷한 꼼수 케이스도 많습니다
한 때 보수층을 기반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네이버의 역할을 바로 잡겠다'며 벼르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찌라시엔 어느 당이 총선에서 이기면 네이버의 전략이 어찌 된다더라는 글도 돕니다.
노파심이지만 네이버가 이번 결정을 계기로 법적으로 애매한 영역을 파고들면서 언론 역할과 언론을 재단하려는 꼼수 생각을 가졌다면 일찌감치 포기하기를 바랍니다.
네이버의 이번 결정 안이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느낌은 들지만, 미세하게 잘 조율해야 하겠습니다. 섣부른 판단이지만 네이버의 잣대가 기사 취재와 송고 시스템이 잘 돼 있는 주요 매체보다 이념적,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는 극단 신생 매체에 국한될 것으로 예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