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빨리 흐릅니다. 봄철이 특히 그렇게 느껴집니다.
벌써 봄감자 심는 철입니다. 봄감자 파종은 중남부 지방에서는 3월 중순∼4월 상순에 하며 여름 장마 전 수확을 합니다. 지난 19일 경남 진주시 진성면 한 농가를 찾아 봄감자 심는 작업을 스케치했습니다. 사전 농가의 양해를 얻어 작업의 전 과정을 담았습니다.
▶준비 단계
먼저 지난해 농작물을 수확하고 남은 비닐을 제거하고, 트랙터로 감자를 심기 위해 밭을 갈고서 고릅니다.
그 위에 퇴비용 비료를 밭 중간 중간에 부려놓지요. 축사에서 나오는 거름으로 만든 가축분(家畜糞·축사에서 나온 똥) 퇴비입니다. 예전 농가에서는 두엄(풀, 짚과 가축의 배설물을 섞고 썩힌 거름)을 가져와 뿌렸습니다. 전통 방식이지요.
▶씨감자 준비 및 심기
감자를 심기 위해선 씨감자가 있어야 하겠지요. 옛날엔 고방(庫房·광의 옛말) 등 어둡고 그늘진 곳에 겨우내 감자를 보관합니다. 얼지 않아야 하고 썩지 않아야 하고 일찍 싹이 나지도 않아야 합니다. 광이나 불을 때지 않는 방 등 어두운 곳에다 보관을 했지요.
감자가 싹을 틔우지 않고 오래 보관되게 하려면 감자 보관 박스에 사과를 한 두 개 넣어 두면 좋답니다. 사과에서 발아를 억제하는 가스인 에틸렌이 나와서 그렇답니다. 보통 사과 한 개가 감자 10kg 정도의 싹을 억제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양파와 같이 두면 둘 다 쉽게 상합니다.
아무튼 심기 전 한 달 정도 전부터 싹을 틔우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 작업은 땅속에서 싹이 나는 시간을 줄여 생육기간을 20~30일 늘리고 수확량을 많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직사광선이 들지 않도록 차광막(30∼50%)을 덮은 온실이나 비닐하우스에서 씨감자 싹을 틔웁니다. 씨감자를 두꺼운 부직포나 스티로폼이 깔린 바닥에 얇게 깔거나 바람이 잘 통하는 상자에 담아 2~3단 엇갈려 쌓고 햇빛을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2~3일에 한 번씩 위치를 바꿔줍니다.
씨감자 싹 틔우는 온도는 15~20도로 낮에는 바람이 잘 통하게 하고, 밤에는 얼지 않도록 감자를 덮어 보온합니다. 하루에 한두 번 바닥에 물을 뿌려 80~90%의 습도를 유지해준다고 합니다. 파종에 알맞은 싹의 길이는 1∼2cm 정도입니다.
큰 감자는 싹이 나는 눈이 많아 많게는 4쪽 정도로 잘라서 심습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자른 감자에 싹이 날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하겠지요.
자를 때는 눈이 많은 부분에서 아래 방향으로 잘라주고 한 쪽 당 두 개 이상의 눈(맹아, 싹)이 들어가게 합니다. 자른 한 개의 무게는 30∼50g이면 좋습니다. 감자 크기에 따라 2∼4등분으로 잘라줍니다.
감자를 자를 땐 무름병, 바이러스 등 병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할 칼을 끓는 물에 담가 소독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감자에 싹이 나면 싹에 솔라닌(Solanine)이란 독소가 있어 식중독에 걸릴 수 있습니다. 싹을 도려내고 먹으면 안전하다고 합니다.
다음은 마지막 작업으로 씨감자를 심는 작업입니다.
감자를 심는 깊이는 10~15cm 정도가 좋다고 하는데 조금 일찍 심으면 깊게, 늦게 심으면 얕게 심어주면 됩니다. 심는 간격은 25cm 정도가 적당하다네요. 텃밭에 여유가 있으면 조금 더 간격을 넓게 심는 게 수확 때 큰 감자를 수확할 확률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