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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엿보기] 벌써 봄감자 심는 철···준비에서 심기까지

정창현 기자 승인 2024.03.21 13:08 | 최종 수정 2024.04.21 10:26 의견 0

세월이 빨리 흐릅니다. 봄철이 특히 그렇게 느껴집니다.

벌써 봄감자 심는 철입니다. 봄감자 파종은 중남부 지방에서는 3월 중순∼4월 상순에 하며 여름 장마 전 수확을 합니다. 지난 19일 경남 진주시 진성면 한 농가를 찾아 봄감자 심는 작업을 스케치했습니다. 사전 농가의 양해를 얻어 작업의 전 과정을 담았습니다.

▶준비 단계

먼저 지난해 농작물을 수확하고 남은 비닐을 제거하고, 트랙터로 감자를 심기 위해 밭을 갈고서 고릅니다.

그 위에 퇴비용 비료를 밭 중간 중간에 부려놓지요. 축사에서 나오는 거름으로 만든 가축분(家畜糞·축사에서 나온 똥) 퇴비입니다. 예전 농가에서는 두엄(풀, 짚과 가축의 배설물을 섞고 썩힌 거름)을 가져와 뿌렸습니다. 전통 방식이지요.

지난해 늦가을 생가리를 해둔 밭에 밑거름인 가축분(家畜糞·축사에서 나온 거름) 퇴비 부대를 밭 중간 중간에 갖다 놓았습니다.

가축분(家畜糞·축사에서 나온 거름) 퇴비를 뿌려 놓은 모습

밑거름을 하고 트랙터로 흙과 거름이 섞이게 로터리 작업을 다시 합니다.

로터리 작업을 깔끔하게 한 모습. 비료와 흙이 완전히 섞였고, 감자를 심기 위해 관리기로 두둑을 만듭니다.

관리기로 두둑을 만든 뒤 비닐 멀칭작업을 한 모습. 멀칭(mulching)이란 땅을 짚이나 비닐로 덮는 것인데, 감자 뿌리 보호와 땅 온도 유지, 흙의 건조, 병충해 발생, 잡초 등을 막을 수 있습니다.

투명한 비닐은 감자 심을 때 작업은 편하지만 햇빛을 잘 받아 잡초가 많이 자랍니다.

▶씨감자 준비 및 심기

감자를 심기 위해선 씨감자가 있어야 하겠지요. 옛날엔 고방(庫房·광의 옛말) 등 어둡고 그늘진 곳에 겨우내 감자를 보관합니다. 얼지 않아야 하고 썩지 않아야 하고 일찍 싹이 나지도 않아야 합니다. 광이나 불을 때지 않는 방 등 어두운 곳에다 보관을 했지요.

감자가 싹을 틔우지 않고 오래 보관되게 하려면 감자 보관 박스에 사과를 한 두 개 넣어 두면 좋답니다. 사과에서 발아를 억제하는 가스인 에틸렌이 나와서 그렇답니다. 보통 사과 한 개가 감자 10kg 정도의 싹을 억제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양파와 같이 두면 둘 다 쉽게 상합니다.

아무튼 심기 전 한 달 정도 전부터 싹을 틔우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 작업은 땅속에서 싹이 나는 시간을 줄여 생육기간을 20~30일 늘리고 수확량을 많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국립식량과학원

직사광선이 들지 않도록 차광막(30∼50%)을 덮은 온실이나 비닐하우스에서 씨감자 싹을 틔웁니다. 씨감자를 두꺼운 부직포나 스티로폼이 깔린 바닥에 얇게 깔거나 바람이 잘 통하는 상자에 담아 2~3단 엇갈려 쌓고 햇빛을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2~3일에 한 번씩 위치를 바꿔줍니다.

씨감자 싹 틔우는 온도는 15~20도로 낮에는 바람이 잘 통하게 하고, 밤에는 얼지 않도록 감자를 덮어 보온합니다. 하루에 한두 번 바닥에 물을 뿌려 80~90%의 습도를 유지해준다고 합니다. 파종에 알맞은 싹의 길이는 1∼2cm 정도입니다.

큰 감자는 싹이 나는 눈이 많아 많게는 4쪽 정도로 잘라서 심습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자른 감자에 싹이 날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하겠지요.

국립식량과학원

자를 때는 눈이 많은 부분에서 아래 방향으로 잘라주고 한 쪽 당 두 개 이상의 눈(맹아, 싹)이 들어가게 합니다. 자른 한 개의 무게는 30∼50g이면 좋습니다. 감자 크기에 따라 2∼4등분으로 잘라줍니다.

감자를 자를 땐 무름병, 바이러스 등 병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할 칼을 끓는 물에 담가 소독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감자에 싹이 나면 싹에 솔라닌(Solanine)이란 독소가 있어 식중독에 걸릴 수 있습니다. 싹을 도려내고 먹으면 안전하다고 합니다.

이날 준비한 씨감자. 싹이 나 있다. 왼쪽은 일반감자 오른쪽은 자색(보라색) 감자

감자 싹이 많이 돋아난 모습. 보관 과정에서 싹은 감자도 나온다고 합니다.

심기 전 플라스틱 대야에 담긴 감자들. 보라색감자도 섞여 있어 이 농가에선 막 심는 모양입니다.

두둑을 만들고 감자를 심기 위해 호미와 막대기 등으로 비닐에 구멍을 뚫은 모습. 이 구멍에 감자를 심습니다. 달리 감자를 먼저 심고 멀칭을 한 뒤 새싹이 돋아나면 구멍을 뚫어주기도 합니다.

두덕에 비닐 멀칭을 한 뒤 구멍을 뚫은 모습을 확대한 모습

배색(配色·두가지색 이상 배치) 비닐으로 멀칭 작업을 한 모습. 감자를 심은 뒤 꽃샘한파 등에 대비하기 위해 흰 비닐로 구멍을 막아놓았네요. 싹이 돋아나면 흰 비닐을 벗깁니다. 이 농가는 검정비닐을 사용했지만 다른 농가에서는 투명한 비닐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다른 농가 모습입니다.

다음은 마지막 작업으로 씨감자를 심는 작업입니다.

감자를 심는 깊이는 10~15cm 정도가 좋다고 하는데 조금 일찍 심으면 깊게, 늦게 심으면 얕게 심어주면 됩니다. 심는 간격은 25cm 정도가 적당하다네요. 텃밭에 여유가 있으면 조금 더 간격을 넓게 심는 게 수확 때 큰 감자를 수확할 확률이 높습니다.

감자를 심기 위해 호미로 비닐 멀칭을 찢습니다.

감자를 심기 위해 비닐 구멍을 벌린 모습

호미로 비닐을 벌린 채 멀칭비닐 안으로 감자를 넣습니다.

감자를 깊숙히 넣고서 주위 흙으로 덥습니다

감자 심는 작업을 다 끝낸 밭의 모습입니다. 봄햇살을 받는 감자밭의 아늑함이 주위 풍경과 잘 어울립니다. 이상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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