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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 사진관] "감자에도 꽃이 피나요?"···하지감자꽃 구경

정창현 기자 승인 2023.06.12 19:01 | 최종 수정 2023.06.14 16:29 의견 0

여름이 왔습니다. 모내기를 막 끝낸 무논에선 "개굴 개굴" 개구리 소리가 귓전을 때립니다. 이때면 지난 봄에 옮겨심었던 '하지(夏至)감자'가 꽃을 피웁니다. 3월 초에 심었으니 3개월 정도 자랐습니다. 8월에 심는 감자는 가을감자라고 합니다.

감자꽃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또 꽃이 피면 무조건 따내야 합니다. 영양분의 일부가 꽃으로 가서 땅 밑의 감자 씨알을 양껏 키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꽃은 대부분 흰꽃인데 분홍꽃도 있습니다. 감자 종류가 다른데 씨알도 같은 색깔로 수확됩니다.

감자꽃의 꽃말은 ‘당신을 따르겠습니다’입니다. 감자꽃을 따내는 주인의 생각이 묘할 듯합니다.

감자꽃 정원이 아닙니다. 일손이 없어 꽃을 속지 못하지, 굵은 씨알을 캐려면 저 꽃을 빨리 따줘야 합니다.

감자는 쌀과 밀, 옥수수와 함께 세계 4대 작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쌀과 밀, 보리, 콩과 함께 5대 식량작물이지요.

재배는 중남미 안데스산맥의 고원지대에서 기원전 5천년 전부터 했는데, 페루 리마에는 유엔 산하 국제감자연구소에서 3600종의 감자표본이 있다고 합니다. 잉카와 아즈텍인들이 재배한 감자가 1500년대 유럽으로 전파돼 주식이 됐습니다.

우리는 찌개, 국에 넣거나 볶음이나 조림, 샐러드 등에도 많이 씁니다.

우리나라는 19세기 청나라에서 전해졌고 1950년대 우장춘 박사가 일본에서 귀국하면서 강원 지역을 씨감자 생산단지를 만든 것이 대량 재배의 출발이었습니다.

멀칭재배한 6월의 감자밭. 두둑에 감자잎이 왕성하게 자랐습니다.

감자꽃. 한반도의 야생화들이 그렇듯 참으로 수수하네요.

감자꽃이었습니다. 예전엔 이렇게 감자꽃이 많이 피지 않았는데, 보기가 쉽지 않은 감자꽃 구경은 잘 했는데 감자알이 작을 지 걱정됩니다. 이상 정창현 기자

감자는 심을 때 씨감자 눈을 중심으로 갈라서 심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씨감자 생산을 수경재배 기술로 해 유엔산하 국제감자연구소에서 세계 표준으로 채택했을 정도입니다. 씨감자의 60~70%는 보급된지 50년 정도 된 ‘수미’라는 품종입니다.

옛날 농촌에서는 갓 수확한 감자를 솥에다 삶아 많이 먹었습니다. 밥 대신 먹었는데 뜨거워서 호호 불며 먹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구미를 당기게 하는 단맛 등이 거의 없고, 포실포실한 식감이 있지요. 감자는 휼륭한 구황작물이었습니다. 요즘엔 감자칩으로 잘 알려져 있지요. 우유 등과 함께 먹으면 괜찮습니다. 궁합이 좋다네요.

감자에 아픈 역사도 있군요.

주식이 감자였던 아일랜드에서는1845년 엄청난 ‘감자 마름병’으로 아일랜드인 100만 명이 외국으로 이민을 가고 80만 명이 굶어 죽었다고 합니다.

지금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의 한 집단 농장에서는 1933년 어린이들이 얼어붙은 감자를 캐는 모습의 사진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소련(소비에트연방·지금의 러시아)은 스탈린 집권 때였습니다.

스탈린은 집단농장, 국영농장에 농민들을 강제 편입 시키고 대량 공출로 곡물을 수탈했다지요. 배를 곯던 농민들은 저항했고 스탈린은 저항하는 농민들을 소비에트의 적으로 규정하고 가혹하게 처벌했답니다. 우크라이나에서만 350만 명이 굶어 죽었다고 합니다. 1년 넘게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큰 구원이 있었네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곡물시장이 1년 넘게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특별한 생각이 없이 보던 감자밭과 감자꽃이 다가서 시간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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