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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물생명시민연대 "진해 대죽도 야간조명 설치로 백로 개체 수 크게 줄어"

300여 개체에서 20여 개체까지 줄어들어
창원시 "대죽도는 작아 환경성 검토 대상 아니야"

정창현 기자 승인 2024.03.23 22:31 의견 0

경남 창원 지역의 환경시민단체들이 최근 창원시에서 진해 대죽도에 설치한 야간 조명 탓에 대죽도의 백로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창원시는 조명 설치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대죽도의 육지는 환경성 검토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창원물생명시민연대 등은 22일 성명을 내고 "창원시가 대죽도에 사는 백로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죽도에 사는 백로 개체 수가 줄어든 원인으로 ‘야간 조명’을 지목했다.

창원시가 최근 진해구 대죽도에 설치한 거북선 경관조명 모습. 창원시

이들은 “대죽도에 구조물과 조명을 조성할 때 수많은 백로류와 둥지를 관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야생동식물의 집단번식지는 보호해야 하는데 창원시가 이를 무시하고 조명 설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죽도는 사람의 접근이 어렵고 오래된 소나무가 우거져 있고, 간조(干潮·조석 간만의 차로 해수면이 하루 중에서 가장 낮을 때)에 바닷물이 빠지면 먹이활동도 수월해 왜가리와 중대백로, 쇠백로 등 약 300개체가 서식하고 번식하던 공간"이라고 밝혔다.

이성진 마산만민관산학협의회 사무국장은 “5월이면 백로의 번식이 끝나고, 지금 번식이 시작되는 터라 한창 둥지를 틀어야 하는데 백로가 보이지 않는다”며 “지난 20일 대죽도를 방문했을 때 백로 20여 개체만 확인됐다”고 말했다. 백로류는 2월부터 소나무 위에 둥지를 만들기 시작해 3월부터 알을 낳고 번식에 들어간다.

앞서 창원물생명시민연대 등은 지난해 5월 대죽도에서 백로 240여 개체를 확인했는데 최근 대죽도에 사는 백로 개체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지적했다.

대죽도에 서식하는 백로. 창원물생명시민연대

창원시는 “지난 2022년 7월에 공사를 진행했는데 당시에는 백로 개체가 없었다”며 “관련 부서와 협의 때 인·허가 사항에서 문제는 없었다. 인근 해양에 미치는 영향은 검토했으나 대죽도 육지는 규모가 작아 법률적으로 환경성 검토 대상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창원시는 이들의 주장과 관련해 대죽도 백로 개체 수 상황을 확인해 보고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한편 창원시는 지난 18일 대죽도 야간조명을 설치하고 점등식을 가졌다. 가로 188m, 높이 40m로 국내 최대 규모의 거북선 경관 조명이다.

창원시는 진해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대죽도 북선 경관조명 조성사업’을 추진해 속천항 진해루에서 약 1.6km 떨어진 대죽도에 거북선 조형물을 설치했다. 야간이면 조명에 불이 들어와 거북선 형상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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