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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의령군-군의회 으르렁···의령군 "'인력 부족' 운운 군의회 의장 성명서 자가당착"

정창현 기자 승인 2024.06.03 23:21 | 최종 수정 2024.06.10 19:04 의견 0

경남 의령군과 의령군의회가 올해 2회 추가경정예산 건을 놓고 으르렁거리고 있다. 꼭 의령의 고봉 한우산의 두 호랑이가 싸우는 것 같다.

3일 두 기관에 따르면 예산 집행처인 군이 추경예산과 관련해 군의회에 임시회 개최를 요구했으나 의회는 이를 묵살했다.

군은 지방자치법상 집행부가 요구하면 의회를 소집하는 것이 상례여서 김규찬 군의회 의장의 독단이 너무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이어 거부 이유로 '인력 부족'을 운운한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군은 이와 관련, 지난달 30일 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가 1회 추경 대규모 삭감에 이어 2회 추경안 처리를 위한 임시회 소집 자체를 거부한 초유의 사태를 '군의회발(發) 파행'으로 규정하고 김 의장에게 위법 행위 등을 묻는 공개질의에 나섰다.

의령군 로고

이에 군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제2회 임시회 미소집의 주된 이유로 '인력 부족'을 내세우며 임시회 미개최는 당연했다는 논리를 폈다.

군은 김 의장이 '직원이 없어 준비 못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의회 조례에 예산 심의를 하는 외부 전문인력인 '정책지원관'의 역할을 버젓이 명시해 놓고, 또 현재 직원 3명이 근무하고 있음에도 '일할 사람이 없어 임시회를 못 연다', '(정책지원관들은) 전문 지식이 없다'는 식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밝혔다.

군은 이어 "군의회는 '의령군의회 사무기구 설치 및 직원 정수 조례'를 정해 정책지원관이 의원의 의정 활동을 지원하고, 예산·결산 심의 등 의회 의결사항과 관련된 의정 활동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책지원관 선발에서도 공공기관 예산 실무경력과 전문지식을 가장 중점적으로 살펴 채용한다"며 "김 의장은 의회 존재 이유와 의장 책무 모두를 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직원 부족 핑계로 민생예산 편성을 위한 임시회 소집은 팽개치고,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한 행정사무감사는 문제 없이 시행할 수 있다는 '선택적 잣대'에 지역 사회 공분이 확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군은 앞서 불거진 김 의장의 독단적 인사 운영으로 문제를 일으킨 파견공무원 복귀 문제는 "특정인을 의장이 일방적으로 5급 승진 인사로 단행하면서 의회 스스로가 인사 협약을 먼저 깬 것이다. 군은 의회가 벌인 협약 파기에 따른 원대복귀 수순을 정상적으로 밟은 것"이라며 "의회에서 인사 협약에 대한 요청이 다시 오면 정당한 범위에서 언제든지 새로운 인사 협약을 하면 된다"고 밝혔다.

군은 특히 기자회견에서 "지방자치법 위반 여부, 국비 예산 삭감 이유, 청년예산 통과 약속 등을 김 의장에게 물었지만 정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은 이어 "김 의장은 지방자치법 제54조에 따라 15일 이내에 임시회를 소집해야 하지만 기한 마지막 날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고 성토했다.

김 의장은 이에 "위반했지만, 위반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군은 “임시회 소집은 군 의장 말 한마디이면 되는 일인데 그것조차 방기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군은 무엇보다도 군의회가 국비 예산삭감 이유로 '군민 동의와 의견을 무시한 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과 관련, 공모사업으로 국·도비를 확보한 사업은 세부적인 사업계획부터 준공 후 운영까지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상향식' 사업이 대부분이라며 일부 의원의 주장에 우려를 표했다.

또 "중앙정부 공모사업 선정은 전국 지자체와 치열한 경쟁으로 힘겹게 얻은 큰 성과"라며 "재정 사정이 열악한 군의 상황에서 국·도비 보조금은 절실한 상황“이라며 예산삭감 이유를 상세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특히 국비 10억 원을 지원받는 청년마을 공유주거 조성사업을 군의회는 '사업효과 불확실'이라며 제1회 추경에 전액 예산 삭감했고 이에 항의하러 온 청년들에게 제2회 추경예산 반영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군은 "군의회가 군이 의정활동에 필요한 기본적인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군의회의 자료 요청은 선을 넘었다"고 반박했다.

안건의 심의와 관련된 직접적인 관련 서류 요청이 아니라 '막무가내식‘, '산더미', '겁박용' 자료요구로 공무원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강삼식 공무원노조 의령군지부장은 "군의원 직위로 행하는 신종 갑질 또는 사회적 문제가 된 악성 민원과 다를 바 없다"며 "군의회의 과도한 자료요구가 계속되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군은 '소통 논란'에도 김 의장이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현재 의령군 공무원들과의 만남 자체를 일절 거부하고 있다.

군은 "간부 공무원들이 개별 의원과 공식·비공식 접촉을 통해 충분한 설명과 협의로 다수 군의원이 제2회 추경의 필요성에 동조해 임시회가 개최되는 분위기가 조성됐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의장의 완고한 '힘자랑'에 무산됐다며 뒷말이 무성하다"고 꼬집었다.

군 관계자는 "김 의장이 군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군의원 개인의 권력으로 사유화하고 있다. 탄핵 사유로 봐도 문제없다“며 ”지방자치법 위반 행위뿐만 아니라 직무 유기 등의 법적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군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의령군은 이번 사태 해결의 선결 조건으로 독단적 인사 단행에 대한 김 의장의 ‘공식 사과’와 함께 군이 제안한 공개토론회 요청에 군의회가 당당히 응할 것을 재차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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