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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시인' 이형기 시인 기념사업회, 제14회 이형기문학상 수상자에 원구식 시인···수상 시집은 '오리진'

"규범적이면서 파격적인 참신한 시 모델 선보여"

정창현 기자 승인 2024.06.13 17:30 | 최종 수정 2024.06.13 17:33 의견 0

이형기시인기념사업회(회장 박우담)는 13일 경남 진주시의 지원으로 추진한 ‘제14회 이형기 문학상’ 수상자로 원구식 시인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수상집은 지난 2023년 발간된 그의 네 번째 시집 '오리진'이다.

제14회 이형기 문학상 심사는 강희근 시인(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최문자 시인(경기 화성시 협성대 전 총장), 고형진 문학평론가(고려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원구식 시집 '오리진'

원구식 시인은 1955년 경기 연천에서 태어나 배제고, 중앙대 문예창작과, 숭전(숭실)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탑'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먼지와의 싸움은 끝이 없다'(1992년 한국문연), '마돈나를 위하여'(2007년 한국문연), '비'(2015년 문학과지성사), '오리진'(2023년 한국문연) 등이 있다. 제40회 한국시인협회상(2008년) 등을 수상했다.

원구식 시인

고형진 문학평론가는 "시집 '오리진'에서는 이전에 보여준 시의 형식과 세계를 뛰어넘고 있을 뿐 아니라 오늘의 우리 시단에 매우 참신한 시의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구체적인 신체의 감각기관을 통해 삶과 죽음의 본질을 통찰하기도 하고, ‘모멸감’, ‘불멸’, ‘시간’ 같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존재를 구체적인 일상의 세계 안에서 감각적으로 형상화하며 인간의 내면을 통찰하기도 한다"며 "그의 시는 여러모로 규범적이면서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그의 시적 태도는 이형기 시의 정체성에 닿아 있는 것이기도 하다"고 평했다.

이어 "이렇듯 시의 형식을 탄탄하게 유지하면서도 소재, 언어, 화법, 상상력 등 모든 측면에서 발랄하고 개성 넘치는 시의 경지를 보여준 원구식 시인이 올해 이형기문학상에 가장 적합한 수상자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제12회 이형기 문학상 수상자인 최문자 시인은 "원구식 시인은 시에서 어떤 고착된 표준 모형이나 틀에서 벗어나 모험을 떠나고 싶어한다. 이런 면에서 시 '바깥들'의 마지막 구절은 그 대표적인 예"이라며 "원구식 시인은 이번 시집의 시들을 통해 시인의 자유를 무화시키려고 위협하는 객체적 힘과 싸운다. 그러나 이런 초현실성은 현실 너머의 독특하고 낯선 시공간에서 발현된 것이 아니라 명료하게 드러난 현실세계를 형상화함으로써 초현실성을 극대화시킨다”고 평가했다.

또 "원구식 시인의 이번 시집은 이러한 시세계 특유의 시학적 원칙 시도만으로도 평가받을 만하다는 데 심사위원 세 명이 뜻을 모아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강희근 시인은 "원구식 시인의 시집 '오리진'을 뽑아든다. 그의 시에는 생명체 가운데 '귀'라든가 '심장' 같은 근원적 파동에 관해 탐구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또는 입으로 들어가는 '밥'이나 입으로 말하는 '궤변' 같은 것에서 독특한 이미지를 살려낸다. 그리고 '익사'라든가 '한우천국' 같은 데서 역설의 묘미를 찾아내며 관념이 이루는 언어의 덩이를 굴렁쇠 굴리듯 굴려 나가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불멸'이라 말하며 죽음의 강가를 거닐고 있음이 놀랍다"고 했다.

더불어 "원구식 시의 시법은 이렇게 언어예술의 대로보다는 궁벽진 오솔길 같은 데서 삶의 근원을 밝혀내고자 하는 것이다. '모멸의 칼'이나 '세상은 술독'과 같은 은유에서 모질고 숨찬 인생을 더듬어가기도 한다. 결국 그는 그만의 언어 놀이에 깊이 빠져 있는 시인인 셈이다"고 표현했다.

한편 천재적인 서정 시인으로 불리는 이형기 시인은 진주 출신으로 당시 경남 최고의 명문이던 진주농림학교(진주농고)와 문학의 명문인 동국대를 졸업했다.

진주농림학교 5학년(요즘 고교 2학년) 때 제1회 영남예술제(1949년·10년 후 개천예술제로 개칭)에서 장원을 해 화제를 불렀다. 고작 나이 16세 때이고 아직까지 이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고, 천재 시인으로 불린다. 당시 2등인 차상(次上)을 했던 이가 경남 사천 출신인 동갑내기인 박재삼 시인이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이형기 선생(1933년 1월~2005년 2월)은 20세기 후반 삶과 인간 문제를 시로써 탐구한 가장 대표적인 시인이다. 1950년 '코스모스', '강가에서' 등이 추천돼 고교 때인 16세에 등단, 최연소 등단기록을 세웠으며 대한민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제14회 이형기문학상 시상은 오는 21일 오후 2시 진주시 상대동 상평산단 혁신지원센터 및 복합문화센터 컨벤션홀(진주시 대신로 244번길 8)에서 열리며, 수상자에게는 창작지원금 2000만 원과 상패가 주어진다.

시상에 앞서 진주포구락무 예능보유자 박설자 선생 외 6인의 화관무(花冠舞·무원들이 궁중무 복식에 화관을 쓰고 긴 색한삼을 공중에 뿌리며 추는 춤), 부채 3조, 민요 등 민속 공연과 제5회 이형기디카시신인상 시상과 특강이 준비돼 있다.

이형기문학상 역대 수상자는 제9회 김혜순 시인(2019년), 제10회 정과리 평론가(2020년), 제11회 강희근 시인(2021년), 제12회 최문자 시인(2022년), 제13회 홍신선 시인(202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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