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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 이야기] 오늘(22일)은 '큰 더위' 대서(大暑)···장마 끝나고 본격 더위 시작

정창현 기자 승인 2022.07.23 10:27 | 최종 수정 2022.07.23 14:59 의견 0

오늘은 '큰 더위' 절기인 대서(大暑)입니다. 한자를 풀이 하면 큰 대(大), 더위 서(暑)입니다. 불볕더위가 시작되는 때이며 매미의 울음소리도 대지의 열기만큼이나 쩌렁쩌렁 우렁차지는 때입니다.

대서는 24절기 중 12번째로 작은 더위인 소서(小暑)와 가을이 온다는 입추(立秋) 사이에 자리합니다. 양력으로는 7월 22~23일에 듭니다. 대개 중복(中伏·올해는 26일) 때이며 '장마 끝, 더위 시작' 시기입니다. 더위가 절정을 이뤄 불볕더위, 찜통더위, 가마솥더위란 말이 나오지요.

경남 산청군청 앞에 한마음어린이공원 바닥분수. 산청군 제공

그런데 대서보다 입추 때가 더 덥다고 합니다. 대서 때부터 본격적으로 더워져 실제 더위는 대서~입추 사이에 집중됩니다. 8월 중순부터 기온이 낮아집니다.

아무튼 '대서에는 염소뿔도 녹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무덥습니다.

대서 입기일(入氣日·대서가 시작되는 날)로부터 입추까지 기간을 5일씩 끊어 삼후(三候)로 하는데 고려사(高麗史)에는 초후에는 썩은 풀에서 반딧불이 나오고, 차후에는 흙에 습기가 많으며 무덥고, 말후에는 큰 비가 때때로 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보름간을 살펴보는 것도 계절의 오고 감의 재미가 될 수 있습니다.

대서 때는 삼복더위를 피해 술과 음식을 마련해 계곡이나 산정(山亭·산의 정자)을 찾아가 노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요즘 말하는 여름휴가, 바캉스입니다.

이 무렵 장마전선이 늦게까지 한반도 동서로 걸치면 큰 비가 내립니다. 올해는 일찍온 장마가 오는 27일쯤 끝나면 삼복더위가 몰려온다고 예보합니다.

무더위를 24절기의 소서와 대서로 구분하고 절기에는 들지 않지만 초중말 삼복으로 나눈 것은 무더위에 대한 경각심을 주어 잘 대비하라는 뜻이 담겼답니다.

이 무렵 농촌에서는 논밭의 김매기, 논밭두렁의 잡초 베기, 퇴비 장만과 같은 농작물 관리를 합니다.

한낮 뙤양볕 아래에서 논밭둑에 난 풀을 베어 본 사람만이 삼복 더위의 호된 맛을 압니다. 몇십분 일을 하다 보면 숨이 찰 정도이지요. 더위를 먹어 쓰러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열탈진(일사병), 열사병 같은 온열질환입니다.

일사병은 체온이 37~40도에 이르고 극심한 피로감, 근육 경련, 혼미 상태, 탈수 증상 등을 동반합니다. 열사병은 체온이 40도 이상 상승하면서 발작, 정신 착란, 환각, 구토, 설사 증상을 동반하고 심할 경우 사망하기도 한답니다.

여름을 갓넘긴 가을 초입에 돌아가시는 연로한 어르신들이 종종 있습니다. 여름을 잘 못 넘겼기 때문입니다. 대서 무렵에 집안 어르신들을 각별히 모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과일은 이때가 가장 맛있습니다. 복숭아, 참외, 수박 등이 풍성해 돗자리 깐 원두막에서 깎아먹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옛 시골 정취이기도 합니다.

맛으로 보면 가물면 과일의 크기와 굵기는 작아지지만 맛이 나고, 장마철엔 당도가 조금 떨어집니다.

농업인들의 말을 빌리면 너무 더워도 벼의 소출이 적어진답니다. 벼가 웃자라 도열병 등에 걸릴 확률이 높아져 그렇답니다.

거꾸로 냉해나 비가 자주 와도 마찬가지입니다. '삼복(三伏)에 비가 오면 대추나무에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는 말이 그러합니다. 적당한 게 좋다는 이치입니다.

이 시기는 수확한 햇밀과 보리를 도정해 냉면과 보리밥으로 해서 먹습니다. 한여름 시원한 냉면과 강된장을 푼 꽁보리밥을 호박잎에 싸 먹으면 천하의 일미이지요.

속담도 살펴볼까요.

'소서, 대서에 하루 놀면 동짓섣날 열흘 굶는다'/ 곡식이 한창 자라는 이 시기에 논밭 김메기, 논밭두렁 풀베기 등을 게을리 하면 잡풀이 영양분을 다 빨아 먹고 곡식의 자람을 방해해 소출이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대서에는 염소뿔도 녹는다'/ 염소뿔은 그 중 단단하다는데 이 뿔도 녹일 정도로 무덥다는 뜻이지요. 염소가 힘 싸움을 할 때 뿔로 부닥치는데 자신의 최고 무기가 단단한 뿔 때문이겠네요.

지금, 내 고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기도 합니다.

이육사의 시 '청포도'를 잠시 읊어보시죠.

내 고장 칠월은/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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