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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운전자의 잇단 사고-급발진 주장…일본처럼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의무화 추진해야

정창현 기자 승인 2024.07.13 17:37 | 최종 수정 2024.07.13 19:24 의견 0

지난 1일 밤 서울 도심에서 9명의 생명을 앗아간 시청역 교통사고의 악몽이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급발진을 주장하는 고령자 차량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급발진 주장이 유행병처럼 번질 우려도 있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10시 20분쯤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70대 여성이 운전하던 승용차가 가게로 좁은 골목에 있는 횟깁으로 돌진했다. 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 여성은 급발진을 주장했다.

지난 2023년 8월 5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사거리 인근 도로에서 발생한 택시와 시내버스, 승용차의 충돌 사고 모습. 택시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져 있다. 창원소방본부 제공

앞서 7일 오후 2시 10분에는 용산구 이촌동에서 70대인 A 씨가 몰던 택시가 앞서 있는 차량을 들이받으면서 차량 4대가 잇따라 추돌했다. 사고로 3명이 경상을 입었다. 또 6일에는 70~80대로 추정되는 운전자 B 씨가 몰던 차량이 서울역 인근에서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 2명이 다쳤다. 4일에는 70대 C 씨가 택시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로 돌진해 3명의 부상자를 낸 사고도 있었다.

사고 운전자들은 대체로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교통안전공단의 급발진 사고 연구 결과가 눈길을 끈다.

교통공단은 지난 2월 유럽연합유엔경제위원회(UNECE) 주관 분과 회의에서 운전자들이 급발진 주장과 달리 사고 직전 브레이크 페달이 아닌 가속 페달을 여러 차례 반복해 밟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급발진 의심 사고 분석 결과 자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는 주장과 달리 가속 페달을 밟은 것으로 나타났다. UNECE

교통공단의 자료에 눈길이 가는 것은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고 운전자 대부분이 고령이기 때문이다. 급박한 순간의 인지력이 젊은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져 운전 미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령률 1위인 일본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장착하도록 하고 신차의 안전도 평가에서도 이 항목을 테스트하고 있다.

일본 교통성은 최근 "모든 차량에 이 장치 장착을 의무화 한다"고 밝혔다.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는 전·후방에 장착된 카메라로 장애물을 1~1.5m 앞두고서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아도 장애물에 부딪히지 않거나 시속 8㎞ 미만의 속도로 가속을 막는다.

일본에서 이 장치를 장착하기 시작한 2012년엔 페달 오조작 사고 건수 6000건에 사상자 수는 9000명에 달했지만, 장착률이 93.1%였던 2021년 사고 건수는 3164건으로 51% 감소했고 사상자 수도 4415명으로 51%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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