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육(세포)이 연해 햇볕데임으로 속이 거의 물러졌어요"
경남 진주시 문산읍 두산리에 있는 한국배영농조합법인의 배 선별 작업장. 종이 봉지를 벗기며 선별 작업을 하는 인부와 직원들의 입에서 연이어 한숨이 터져나왔다. 햇볕데임인 일소(日燒) 피해를 입은 배가 예상했던 것보다 심각하게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폭염으로 피해를 입은 문산 배 재배단지 배 농가와 한국배영농조합법인을 방문해 실태를 확인한 진주시농업기술센터 직원이 전한 현장 분위기다.
문산읍을 중심으로 한 진주시의 배 재배면적은 412ha로 경남에서 제일 규모가 크다. 이곳 한국배영농조합법인에는 50여 배 농가에서 재배한 배를 집하해 선별한 뒤 호주, 캐나다 등 해외 주요 국가에 수출한다.
배의 일소 피해는 올해 유별났던 폭염과 9월 중하순까지 지속된 극한 고온과 쏟아진 폭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 수확을 마친 진주시 배 농가들은 선별 작업 과정에서 일소 피해를 실감하고 있다.
진주시가 파악한 피해 규모는 재배 면적의 20~30%로, 심한 곳은 40% 이상으로 추정된다. 수확이 끝난 지금까지 추정을 하는 것은 선별 과정에서 속이 물러진 배가 예상보다 많이 나오고 있어서다.
시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일소 피해는 진주시의 주 품종인 신고배가 수확기에 들어간 지난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일소 피해는 배 봉지 속의 뜨거운 열기에 과실 세포벽이 파열하는 '밀 증상(무름 증상)'과 '열과 현상'으로 발생한다.
배 재배농가들은 이 정도로 심할 줄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배는 봉지를 씌워 재배하기 때문에 봉지째 수확을 한 뒤 선별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확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별 작업 과정에서 많은 양의 일소 배 피해가 확인돼 폐기되고 있는 것이다.
진주시농촌기술센터 관계자는 "배는 찬바람이 처음 불 때 몸집을 키우면서 익는다. 하지만 올해는 유달리 폭염 일수가 길어 성장 환경이 최악이었다"며 "겉은 큰 흠집이 없는데 따서 속을 살펴보면 물러진 부위가 상당히 크고 많았다"고 말했다.
배 재배 농가들이 더 힘든 것은 대부분의 배 재배 농가에서 농작물재해보험에 일소 피해를 가입하지 않아 보험 혜택을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 10일 긴급히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홍성식 배연구소장을 초청해 배 재배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배 일소 피해 및 병해충 예방 강의를 했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배 영농조합 선별장에서 “작년에는 봄에 저온 피해로 배 재배 농가가 힘들었는데, 올해 수확철에는 일소 피해로 또 힘든 상황을 겪고 있어 안타깝다”며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진주시는 이와 관련해 농업 재해 조사 및 재난지원금 지원을 중앙부처와 경남도에 건의했다.
또 향후 이상기후 대응 생산 기반시설 지원을 위해 내년 예산을 확대 편성하고 농산물 생산비 보장 지원사업 예산을 확보해 농가에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