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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은 지금] 경남 진주시 동부 5개면 벼 수확 농민들 어쩌나···사봉 진주농협 미곡처리장 "계약 재배 아니면 다 못 받아"

정창현 기자 승인 2024.10.24 18:48 | 최종 수정 2024.10.29 16:10 의견 0

경남 진주시 사봉면 무촌리에 있는 '진주시 농협연합 미곡종합처리장(RPC)'이 사전 계약재배를 하지 않은 농가의 벼를 사실상 수매하지 않고 있어 진주 동부 5개면 농업인들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사봉 미곡처리장은 해마다 이들 지역에서 수확한 벼의 상당수를 산물벼(수확 후 말리지 않은 벼)로 수매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일반 수매'의 문을 거의 잠가버려 농업인들이 매우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24일 진주 동부 5개면 농업인들에 따르면, 올해 벼의 수매가 전국의 농협을 통해 시작된 가운데 이들 지역 벼를 수매하는 사봉 미곡처리장에선 올해 사전 계약재배를 하지 않은 농가의 벼를 사실상 받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 9월에 열린 진주시 11개 단위농협 조합장 협의회 회의에서 계약재배 농가 분량 외에 일반 농가의 벼 수매 배정량을 아주 적게 했기 때문이다.

진주시 진성면과 경계인 사봉면 무촌리에 있는 진주시 농협연합 미곡종합처리장(RPC) 전경. 정창현 기자

사봉 미곡처리장은 진주의 전체 단위농협(11개)에서 출자한 진주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대표 박윤철)이 운영하고 있다. 현재 법인 관리 주체는 금곡조합으로, 올해 8월부터 관리하고 있다.

사봉 미곡처리장은 농협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수매 시설로 진주에서 수매 물량이 절대적으로 많다. 평소 하루 벼 처리량은 약 400t 정도이지만 요즘과 같은 벼 수확철에는 최대 659t까지 처리한다. 하지만 벼 수매 요구량에 비해 수매 시설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미곡처리장(RPC)은 벼의 반입에서 출하와 판매, 부산물 처리까지 벼가 쌀이 돼 팔리는 전 과정을 일괄처리 하는 대규모 자동화 시설이다. 말하자면 정부 수매를 대신해 벼를 수매해 비축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수확한 벼 수매 방법은 ▲정부 수매 ▲농협 자체 계약재배 수매 ▲일반 민간업체(정미소) 수매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민간업체의 경우 농가와 계약을 해 주기적으로 찧어 판다. 일반 벼나 친환경 재배 벼나 수매하는 틀은 비슷하다.

지난해 11월 수매 때 입구에서부터 차량이 미어터진 경남 진주시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입구 모습. 정창현 기자

사봉 미곡처리장이 일반 벼 수매를 거의 하지 않자 이 지역 벼 수확 농가들의 걱정이 태산처럼 커졌다. 계약 재배를 하지 않은 상당수의 농가는 산물벼를 내지 못해 벼를 말린 상태로 창고에 보관 중이다.

수확기에 창궐했던 벼멸구 피해로 품질마저 좋지 않아 속이 새카맣게 탄 상태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농민들은 수매 창고의 재고 누적으로 해마다 벼 수매 때면 '적게 받니, 많이 받니' 논란이 연례 행사처럼 도출돼 벼 품질이 좋지 않은 올해 걱정은 더하다.

박윤철 법인 대표는 더경남뉴스에 "선물벼를 전혀 받지 않는 것이 아니고, 계약 재배 물량을 먼저 배정하고 일반 물량을 정하다 보니 물량이 적은 것"이라며 "마을별 배정 물량은 각 농협을 통해 마을 이장에게 일임한 상태"라고 말했다. "올해는 추가 계약재배 물량이 지난해보다 많았다"고 덧붙였다.

동부 5개면 농민들의 걱정이 다른 지역보다 큰 이유는 몇 가지 있다.

우선 전국의 농업인들이 겪는 상황이다. 올해는 수확기 벼멸구 피해로 벼 품질이 썩 좋지 않다. 특히 진주를 비롯한 남부 지역의 벼멸구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다.

따라서 미곡처리장으로선 창고 보관료 부담 등으로 가능하면 벼 품질이 좋지 않은 올해 벼를 적게 받고 싶다. '짠돌이 수매'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일각에선 품질이 좋지 않은 올해 벼보다 지난해 수확해 농가에서 장기 보관 중인 벼를 내라고 한다는 말까지 떠돈다.

두 번째로는 수매 장소인 사봉 미곡처리장을 지을 때만 해도 동부 5개면 단위농협인 진주진양농협(일반성면 소재)의 지분율이 최고 46~47% 정도였으나 지금은 29%로 크게 줄었다. 물론 이 지분율은 다른 농협보다는 높다.

지분율이 높았던 그동안에는 진주진양농협이 관할하는 동부 5개면의 산물벼 대부분을 받아줬다.

하지만 진주진양농협은 지분을 팔아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졌고 관리 주체도 진주시 단위농협 협의회 회의를 거쳐 진주진량농협에서 금곡농협으로 바뀌어 하고 있다. 자연히 진주진양농협의 배정 물량도 적어졌다.

또 최근 진주진양농협과 사봉 미곡처리장을 관리하는 진주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간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퍼졌다. 지역 농업인들에 따르면, 이런 이유들로 진주시 단위농협 협의회에서 진주진양농협의 현 지분만큼만 벼 수매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박 법인 대표는 "관련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봉 미곡처리장에서 일반 벼 수확 농가의 물량을 크게 줄이면서 진주진양농협과 사전 '계약재배'를 하지 않은 벼 재배 농가들이 난감해졌다.

진주시 단위농협별 벼 수매량은 단위농협 조합장들의 회의에서 결정한다. 올해 물량은 지난 9월에 이미 배정을 마쳤고, 진주진양농협은 기대한 만큼의 수매 물량을 받지 못했다.

여건이 이렇게 되자 이들 지역 농업인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사봉면의 한 농업인은 "20마지기에서 벼를 수확해 수매만 기다리고 있는데 내지 못하게 된다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진성면의 또다른 농업인은 "일반 수매 배정 물량을 이장에게 일임했다는 법인 관계자의 말을 듣고 이장에게 물었더니 다른 농가에 배정 물량을 줬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진성면 대흥마을 최 모 씨도 "80마지기 벼를 수확했는데 산물벼 수매 배정을 받지 못해 건조해 창고에 두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사봉면의 한 농업인은 "만약에 이런 이유로 동부 5개면의 벼 수매가 적어지면 미곡처리장이 동부 5개면인 사봉에 있을 이유가 없다. 시설을 뜯어 금곡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업인들은 다음주에 예정된 진주시 단위농협 조합장들의 현안 회의에서 일반 수매 물량이 많아지기를 기대하며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다.

경남 진주시농업쌀조합공동사업법인이 운영하는 사봉 진주시 농협연합 미곡종합처리장 위치도. 왼쪽은 진성면, 오른쪽은 사봉면으로 두 지역의 경계 지역에 있다. 네이버 지도

한편 벼 수매시설 여건이 이처럼 열악하자 사봉 미곡종합처리장의 시설 확장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추가 수매 땐 주차장 부족으로 미곡처리장으로 차량이 들어가지 못 해 인근 도로가 오전 일찍부터 몇 시간 동안 주차장으로 변한 일도 있었다. 최근엔 연례 행사처럼 됐다. 편도 2차선인 이 도로는 대형 차량 통행량이 많아 교통사고 위험도 높은 곳이다.

또 지난해에는 사봉 미곡처리장 미곡저장소인 사일로가 부족해 추수기에 2번에 걸쳐 이틀, 사흘간 벼 매입을 멈추고 사일로 건조벼를 톤백에 담아 야적한 뒤 다시 가동했다.

이곳이 지역구인 정용학 진주시의원(진성·일반성·이반성·사봉·지수·금산)도 지난해 11월 시의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미곡종합처리장 증설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진주시의 한 해 벼 생산량 2만t 중 공공비축미 산물벼 출하량은 1570t이다. 저장 능력은 4500t인데 추수기에 입고되는 양은 1만t 정도로 두 배 이상 된다.

진주시는 산물벼 건조료 지원과 수매통, 지게차 등을 지원해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현재로선 역부족이다.

다만 시설 증설 작업은 진행 중이다.

진주시와 법인은 사봉 미곡처리장 시설 확충을 위해 지난해 기초 요건이 되는 시·군 식량산업 5개년 계획을 만들어 농축산식품부에 올렸다. 그동안 서류평가 등을 통과해 내년 쯤이면 건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법인 대표는 "다른 지역에 따로 짓지 않고 사봉의 시설을 확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사봉 미곡처리장은 지난 1996년 당시 진주시 15개 농협이 참여해 국비 7억 원을 포함해 총 사업비 29억 4300만 원으로 준공됐다. 하지만 시설이 노후화하고 저장 규모가 작아 여러 해에 걸쳐 추수기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 미곡종합처리장(RPC, Rice Processing Complex)이란?

농가에서 수확한 벼를 수분이 있는 산물(산물벼) 상태로 실어와 선별-계량-품질검사-건조-저장-도정-가공-포장 판매에 이용하는 시설이다. 즉 벼 반입에서 출하와 판매, 부산물 처리까지 쌀의 전 과정을 처리한다. 개별 농가가 아닌 일괄처리 하는 자동화 시설이며, 정부를 대리해 농협이 쌀을 수매해 비축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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