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명태균'이란 이름 석자가 강타하고 있다. 대통령 부부가 직접적으로 전화 통화를 하며 관계를 맺었고, 이로 인해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대로 내려앉았다. 야당에선 장외집회를 시작하면서 '탄핵'이란 단어까지 끄집어냈다. 향후 '여론을 뒤바꿀' 명 씨와 대통령 간의 통화 내용이 더 나온다면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
명태균이 누구인가?
이른바 지방의 '정치 브로커'다.
그가 주목받은 것은 윤 대통령 부부와의 관계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창원 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 및 경남도지사 선거 공천 개입 의혹 ▲지난 22대 대선 때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 ▲제2창원국가산업공단 지정 영향 및 사전 인지 의혹 등이다.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창원서 대학 나와
명 씨는 1970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났다. 대학도 경남 창원에 있는 창원대를 나왔다. 명 씨는 자신의 고향을 인천이라고 말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창원대에서 산업비즈니스를 전공했고, 졸업 후 텔레마케팅(telemarketing) 업체를 차려 사업가의 길을 걸었다. 텔레마케팅은 전화(tele)로 영업하는(marketing) 업종이다. 즉, 고객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소개하고 설명하는 업이다.
지난 2003년 창원에 광고 대행 및 인쇄·출판업 등 '좋은날'이라는 업체를 차렸다.
그는 언론계에도 진출, 2017년 인터넷 매체인 '시사경남'을 설립해 대표가 됐다.
언론사를 운영하며 사회 흐름을 잘 알게 된 그는 자신과 관련된 사업 등을 이 매체를 통해 알리면서 목소리를 냈다.
언론의 생리를 알게 된 그는 여론조사 분야로도 일의 영역을 넓혔다.
2018년 경남 창원에 다른 사람 이름으로 여론조사업체인 '미래한국연구소'를 설립했다. 실질적인 대표였고 이 연구소는 각종 선거 개입 과정에서의 수단 역할을 했다.
윤 대통령의 취임식(2022년 5월 10일)에 초청된 그의 공식 직함도 '미래한국연구소 회장'이었다.
그는 다방면 사업으로 자신감을 얻었고 정치권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실제 경남을 기반으로 한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이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 조사 등 일을 의뢰했다고 알려져 있다. 창원 등 경남엔 여론조사 업체가 별로 없고 외부 지역의 업체를 주로 이용한다.
명 씨의 정치적 감각은 상당고 천성이 부지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명 씨 관련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한 뉴스토마토 김기성 편집국장은 "눈치가 엄청나게 빠르고 행동력이 민첩하다. 윤 대통령이 스치듯 하는 말에도 그 다음 날이면 이미 그 사안에 대해 움직이고 있을 정도다. 윗사람이 보기에 그런 후배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평가했다.
창원에서 활동하던 그가 중앙 정치판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창원 출신(출생지는 경남 거창)인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의 친분 때문이었다. 김 전 의원은 경기 고양에서 4선을 했고 2020년 이번에 큰 정치적 문제로 부각돼 있는 창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한나라당 대표 권한대행(2006년 6월 15일~7월 10일)을 지냈다.
김 전 의원은 19대와 20대 때 고양에서 연거푸 낙선했다. 이어 21대(2020년)에서 지역구를 창원 진해구로 옮겨 출마하려 했지만 경선에서 탈락했고 2년 뒤 창원 의창구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이때 명 씨가 끼어들어 이번 사단이 벌어진 것이다. 이른바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이다.
김 의원은 이런 명 씨의 능력을 높이 사 지난 20대 대선을 1년 앞둔 2021년 3월 당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소개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해 7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부를 처음 만났던 자리에 명씨가 함께했다고 최근 밝혔다.
국민의힘 신성범 의원(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은 한 언론에서 "독특한 시각으로 정치를 새롭게 분석하는 희한한 촌놈"으로 명 씨를 정의했다. 이어 "선거 기획 능력 같은 것이 탁월한 사람처럼 보였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