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가 일상에서 무심코, 대충 넘기는 말을 찾아 그 정확한 뜻을 짚어보겠습니다. 제대로 된 언어 생활은 일상을 편하게 하고, 말은 줄여 쓰면 매우 경제적입니다. 동의보감은 두서없이 말이 많아지면 기(氣)를 쇠하게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좋은 제보도 기다립니다. 한글 세대인 젊은층을 위한 코너이기도 합니다. 편집자 주
태반이란 낱말이 있습니다.
"거의 태반이 만점이야"라는 말에서 독자분들은 '태반'을 수치(분량이나 수량)상 어느 정도로 생각하는지요?
태반에는 태반(太半)과 태반(殆半)이란 뜻이 상반된 두 낱말이 있습니다.
태반(太半)은 심할 태(太), 절반 반(半)으로 '반수 이상'의 뜻을 뜻합니다. '사회의 태반이 그렇다' 할 때 그 태반입니다. 대반(大半)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위에서 언급된 '반수 이상'에서의 반수(半數)는 '어떤 수의 절반이 되는 수'입니다. 과반수(過半數·반이 넘는 수)가 그 예입니다. '과반수의 찬성으로 통과됐다'는 반 이상이 찬성했다는 뜻이지요.
따라서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됐다'는 잘못된 것입니다. 과반수에 '반이 넘는'의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역전 앞'과 같은 중언부언이지요.
반면 태반(殆半)은 '거의 절반'이란 뜻입니다. 거의 태(殆), 절반 반(半)으로 절반에 조금 못 미친다는 것이지요. 같은 말로는 거반, 거지반이 있네요.
참고로 진주 등 경남에선 사투리로 '거진반'을 쓰는 사람이 더러 있습니다.
두 태반은 '절반을 기준으로' 보면 반대의 개념입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49%인지, 51%인지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한글(한자 포함)에서 내포된 의미와 서구의 수치와의 틈이 생기는 것이지요.
일상에서 적지 않은 사람이 태반을 '대부분'으로 생각합니다. "거의 태반이 만점이야"를 "대부분이 만점이야"로 받아들인다는 말입니다.
실제 주위의 몇 분에게 물으니 '대부분'으로 생각하더군요. '태반' 앞에 '거의'가 붙어 있으니 '대부분'으로 여기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거의는 부사로 '어느 한도나 기준에 매우 가까운 정도로'의 뜻입니다. 가령 '거의 50%'라면 50%에 조금 모자라는 '49%'이지요. 51%가 아닙니다. '한도'나 '기준'에 가까운, 즉 모자란다는 의미로 봐야 하겠지요.
더불어 "공연장엔 태반이 학생이야"란 말에서의 태반 뜻을 물으니 몇 분이 '절반 이상' 혹은 '60~70%'라고 하더군요. 딱 '절반'이라고 말한 분도 있었습니다. '절반 이하'라는 분은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태반이 만점이야", "공연장엔 태반이 학생이야", "사회의 태반이 그렇다" 등도 쓰인 낱말이 태반(殆半)이냐 태반(太半)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네요.
일상에서 하는 말을 두고 판단을 내리기란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그 당시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정확하겠습니다.
이 말고 전혀 다른 뜻인 태반(胎盤)이 있는데 '임신 중 태아와 모체의 자궁을 연결하는 기관'울 말합니다. 태아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고 배설물을 내보내는 기능을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