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는 일상에서 소소해 지나치는 궁금한 것들을 찾아 이를 흥미롭게 설명하는 코너를 마련합니다. 유레카(eureka)는 '알았다!'라는 뜻입니다. 편집자 주

경남 진주시 본성동 진주성 촉석문 앞 진주대첩역사공원 공연장에 모조 수류탄을 버리고 간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혀 입건됐습니다.

입건(立件)이란 '피의자의 범죄 혐의 사실이 인정돼 사건이 성립하는 것'을 말합니다.

왜 입건됐는지를 조목조목 알아봅니다.

지난달 31일 경남 진주대첩역사공원 내 야외공연장에서 발견된 모조 수류탄(빨간 원). 경남도경찰청

5일 진주경찰서에 따르면, 모조 수류탄 소동은 지난달 31일 오후 1시 20분쯤 진주대첩역사공원 방문객이 공원 내 야외공연장 계단에서 이 수류탄을 발견, 경찰에 신고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곧바로 군경이 긴급출동해 현장을 수습했습니다.

경찰특공대 EOD(Explosive Ordnance Disposal·폭발물처리반)와 인근 사천공항에 있는 공군 제3훈련비행단 EOD 요원들이 투입돼 인근 도로를 통제하고 약 2시간 동안 X-레이 촬영 등 현장 확인을 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이 수류탄은 폭발물이 없는 모조품이었습니다.

경남 진주시 본성동 진주대첩역사공원 야외 공연장 계단에서 발견된 모조 수류탄. 경남도경찰청

이어 경찰은 인근 CCTV를 분석해 지난 3일 모조 수류탄을 버린 A 씨를 붙잡았습니다.

경찰의 CCTV 조사 결과, A 씨는 31일 오전 8시쯤 진주시 가좌동에서 운동 중 쓰레기 더미에서 이 모조 수류탄을 발견해 가방에 넣은 뒤, 역사공원에 들러 야외공연장 계단에 앉아 살펴보다가 오전 8시 44분쯤 버리고 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길에서 주운 모조 수류탄을 공연장에서 살펴보다 특별한 것이 없어서 그냥 버리고 간 것으로 보인다"며 "A 씨를 경범죄 처벌법 위반(업무 방해)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건 단순히 모조 수류탄을 주워 살펴보다가 별 생각없이 버린 A 씨의 이 행동이 입건될 정도로 잘못됐고, 또한 중대한 행위인가입니다.

이는 경찰이 적용한 '경범죄', 즉 범죄 요건이 성립되는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일반 시민들이 모조 수류탄을 실제 수류탄으로 인식하도록 해 사회 불안을 조성했다는 조항을 적용한 것 같습니다. 예컨대 길가에서 고성방가를 하면 경범죄에 걸릴 수 있다는 것과 비슷한 것이지요.

형사소송법상 '입건의 기준'은 범죄의 인지나 고소, 고발 등으로 수사 기관(경찰, 검찰)에서 정식으로 접수해 형사사건으로 수사를 개시할 때를 말합니다. 입건이 되면 수사 기관에서 수사를 시작해 정식 형사사건이 된다는 것이지요.

입건이 되면 사건 접수부에 '일련번호'가 붙여지고 사건명, 인적사항 등이 기재됩니다. 사건부에 이름이 오르면 일단 '피의자'가 됩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이 아닌 에누리 없는 절차입니다.

입건된 이후에는 '내사사건'과 '형사사건'으로 구분이 됩니다. 즉, 입건 이전 단계는 내사사건, 입건 이후는 형사사건이 되는 것이지요.

통상적으로 입건은 ▲내사를 통한 인지 ▲고소·고발 접수 ▲자수나 자복(自服·자기 범죄를 피해자 등에게 먼저 알리는 것) ▲변사체 검시 ▲검사의 수사지휘 등을 통해 시작됩니다.

또 입건할 때 인신을 강제하는 구속이 아닌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는 것은 '불구속 입건'이라고 합니다.

불구속 입건은 형사소송법상 죄를 범했다는 의심 사유가 있지만 도주나 증거를 인멸한 우려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감금 없이 수사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범죄 전과가 있으면 구속할 가능성이 커지겠지요. 반대로 사회적으로 인정할만한 직업인이라면 불구속 입건으로 수사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아무튼 모조 수류탄을 공공 장소에 두고 가 불안을 조성했다고 판단되면 경범 죄목에 걸린다는 건 당사자가 받아들이든 아니든, 엄연한 팩트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진짜 흉기나 무기와 거의 같은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두고 자리를 떴다면? 그리고 이를 본 시민들이 깜짝 놀라 신고를 했다면?

아이는 미성년자라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이 상황을 경범죄 범주에 넣을 수 있을까요?

요즘엔 제조 기술 발달로 실제 흉기나 무기와 거의 비슷한 장난감이 너무 많습니다. 한때 엄청난 관심을 불렀던 '3D프린터'는 물체의 도안을 입력하면 기계가 직접 자르고 깎아서 도면과 똑같은 형태의 물체를 출력해 냅니다. 당시엔 신개념 프린팅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일상화 돼 있지요.

결론은 수사 당국의 잣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결정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첨언으로 결론냅니다.

실제 이 사건을 기사로 쓰려던 근본 이유가 있습니다.

모조 수류탄을 만든 회사의 법적 귀책사유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법과 규정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만들었다고요? 이와 관련한 법규가 미흡하다고요?

뭐가 뭔지 꽤 혼돈스럽습니다.

모조 수류탄과 같은 물건은 평소 간수(看守·보살피고 지킴)를 잘해 경범죄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길 밖에 없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