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 '정창현 기자의 고샅길 산책'은 발행인인 정 기자가 세상사에서 비껴서 있는 곳곳을 찾아 그 속내를 한 꺼풀씩 벗겨내는 코너입니다. 고샅길은 '시골 마을의 좁은 골목길'입니다. 정 발행인은 '고샅길' 의미처럼 이 구석, 저 구석을 찾아 '호흡이 긴' 사진 여행을 합니다. 구석을 찾는다는 의미에서 도심의 풍경과 정취도 포괄해 접근합니다. 좋은 연재물이 되도록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정월대보름 새벽에 진주 등 경남에 눈이 제법 내렸습니다.

앞서 설(1월 29일) 연휴 전후엔 강한 한파가 닥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와도 봄을 느끼지 못함)'이란 말이 딱 어울렸지요. 2월 초순이면 '입춘 한파'가 오기도 하지만 대체로 햇살과 대지에서는 봄 기운이 감지됩니다.

그런데 오늘은 밤새 내린 눈으로 진주의 온 천지가 하얗게 바뀌어버렸습니다. 또 한번 '춘래불사춘'을 외쳐야 할 정도입니다. 아침부터 내리던 눈이 비로 바뀌었는데도 비는 도통 눈을 녹이지 못합니다. 날씨가 추워서 그렇습니다.

많은 눈이 내린 정월대보름, 진주시 진성면의 한 마을에서 일어난 눈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소개합니다. 새벽에 구천마을을 찾았습니다.

눈 내린 진성면 구천마을 전경. 마을 어귀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찍었다.

구천마을 바로 뒤편에 있는 연못. 얼음이 꽁꽁 언 연못과 눈을 이고 있는 작은 누각의 지붕이 소담스럽다. 이 마을 한 어르신은 수십 년 전 동네가 북적북적할 땐 스케이트를 타던 곳이라고 했다.

연못 뒤쪽 대나무밭 모습. 평지엔 퇴락한 풀 줄기와 잎들과 대조된다. 이들 밭은 이제 일굴 사람이 없어 묵혀둔 상태로 방치돼 있다.

구천마을 안쪽에 있는 한옥집의 지붕과 뜰에도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였다.

눈은 담벼락도 운치있게 만들었다. 눈이 하얗게 쌓인 담 위와 기왓집 지붕이 잘 어울린다. 분명 눈은 요술쟁이가 되기도 한다.

어쨌거나 먹고 살기 위해선 일은 해야 한다. 눈 내린 아침 출근길 승용차 모습. 살금살금, 조심조심 직장으로 차는 움직이고 있다.

우산을 쓰고 집으로 가는 마을 주민. 아침 7시 정보부턴 비가 내렸다. 하지만 눈은 꿈적도 않고 녹을 줄 모른다. 날씨가 추어서다.

어디 고양이도 가만 있을 손가? 서설 내린 날, 나도 흔적을 남겨야겠다는 듯 고양이가 마당 가운데를 총총걸음으로 가고 있다.

눈이 그치고 비가 조금씩 내린 아침 나절 마을 이장 정재순 씨가 트랙터로 마을 안길 눈을 치우고 있다.

트랙터가 눈과 비로 범벅이 돼 질퍽해진 마을 안길의 눈을 치우고 있다. 치량이 잦지 않은 농촌 마을 길은 금방 얼어 마실 나오는 어르신들이 낙상하기 쉽다. 요즘엔 시골 마을도 제설 등 비상 연락망이 잘 돼 있어 곧바로 대응 체제가 가동된다. 이상 정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