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기자보다 연배가 한참 위인 지인에게 새해 첫 전화를 걸었습니다.

"바로 찾아뵙는다고 했는데 한파에 새해 인사가 늦었습니다. 일단 새배 올립니다"라고 했더니 "어지간히 일찍 세배 한다. 설날 일가친척에 세배를 하고, 가까운 지인 어른에겐 그 다음 날 정도엔 해야지"라고 핀잔을 주더군요.

설에 한복을 차려입고 새배에 나서는 모습. 국가기록원 홈페이지 캡처

기자가 그랬지요. "예전 집안 어르신이 집안 어른이나 주변 동네 어르신에게 세배를 못했으면 새해 보름 전에 하면 된다"고 했다고. 즉 음력 1월 1일에서 15일이 가기 전에 세배를 하면 된다는 말이지요.

언제인가 모를 정도로 참으로 가물가물 하지만, 설날 조상께 차례를 올리고 동네 길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올해는 '말 세배'를 하면서 "만수무강 하시고", "건강 하시고", "운수대통 하시고", "올해는 만사형통 하시게" 등의 덕담을 주고받았습니다. 이 풍경은 당시 너무 쉽게 보던 설 풍경입니다.

기자도 젊은 시절 한 때, 핀잔을 준 지인의 말처럼 설날만 세배를 하고 다음 날부터는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설날 아이들이 어르신들에게 세배를 올리는 모습. 미국 디트로이트 세종학교 홈페이지 캡처

더 오래 전의 설날 추억을 기억으로 되살리면, 설날 차례를 지내기 전 아침 일찍 어머니, 형수 등 집안 여성분들은 동네에 사시는 집안 어르신에겐 떡국을 끓여 소반에 얹어 세배를 다녔습니다. 새배를 한 뒤 떡국과 한과 등을 올리면 어르신댁에선 꼭 먹을 거리를 내놓았습니다. 몇 집을 돌면 아이들의 주머니엔 세뱃돈이 가득 담겼었지요.

음식과 덕담을 나누던 참 소중했던 시절의 설날 이야기들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젊은이가 근엄한 어르신을 찾아뵙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당시를 또렷이 기억하는 중년층들로선 그때가 상당히 그립기도 합니다. 세시풍속이란 게 사람 사는 맛과 멋을, 즉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줍니다.

설날 마을 풍경은 어땠습니까?

차례를 지낸 뒤 마을 근처에 있는 조상의 산소를 가다오다 마을 어귀 등에 만나면 새해 덕담을 주고받았지요. 새해 덕담이 얼마나 많이 오갔으면 온 마을에 활기가 넘쳤지요.

이젠 없어졌습니다.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두루마기를 입은 어른과 고운 때때옷을 차려입은 아이들의 조잘거림도 찾기 어렵습니다.

올해 설 세배는 내일 보름 날까진 유효합니다. 혹여 못한 분이 있거들랑 새해 마지막 세배를 하며 덕담을 나누십시오. 내일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