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경남 산청 시천면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인근 경남 하동군으로 확산되면서 옥종면 두양리 두방재에 있는 900년 넘은 은행나무도 화마를 비껴가지 못했다.

이 은행나무는 22일 불에 타면서 굽은 나뭇가지 여러 곳이 부러졌다.

21일 산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확산되면서 인근 하동군 옥종면 두방재에 있는 900년이 넘은 은행나무도 화마를 비켜가지 못하고 불에 탔다. 불에 탄 나뭇가지들이 부러져 있다. 하동군

두방재는 고려시대 강민첨(963~1021년) 장군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다. 강 장군은 경남 진주향교에서 공부하다가 이곳에 와서 조상의 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이 은행나무는 강민첨 장군이 심은 것으로 학문과 무술을 연마했던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남도 지연유산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은행나무는 높이 27m, 둘레 9.3m 크기로 나이는 900년가량으로 추정된다.

주민들은 "이 은행나무가 있는 곳은 국민학교(초등학교) 때 가을 소풍을 가던 곳"이라며 "옛 추억을 생각하는 동네의 향수가 없어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주민들은 어떻게든 이 은행나무를 살렸으면 한다고 했다.

경남도 문화유산자료인 '하동군 두방재'도 산불로 피해를 봤다. 두방재는 강민첨 장군의 위패가 봉안된 사당이다. 다행히 강민첨 장군의 영정이 있는 사당 본체는 화재를 비껴갔다.

한편 산청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발생지에서 40여km 떨어진 하동군 옥종면까지 확산됐다.

23일 경남도에 따르면, 현장통합지휘본부는 일출과 동시에 헬기를 진화 작업에 투입하려 했지만 많은 연기와 안개 탓에 다소 지연됐다. 지상에서는 진화대와 소방, 군인 등 2049명을 투입해 민가와 시설로 산불이 확산되지 않도록 총력 대응했다.

산불은 21일 오후 3시 26분쯤 산청군 시천면 신천리 일원에서 시작돼 급속히 확산하면서 당일 오후 6시 40분쯤 산불 대응 3단계가 발령됐다.

이후로 22일 오전 한때 진화율이 75%까지 올랐으나 밤새 30%대까지 뚝 떨어졌다. 험한 산세, 산 정상 강풍, 건조한 날씨 때문이다.

핼기가 진화에 나선 23일 오후 1시 진화율은 65%, 밤 9 기준으론 71%%였다.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났다.

22일 오후 3시쯤 산청 산불 현장에서 진화 중 갑작스런 역풍으로 인해 경남 창녕군 소속 산불진화대원 등 9명이 고립돼 60대 산불진화대 3명과 30대 창녕군 산림 관련 공무원 1명 등 4명이 숨졌다. 또 함께 고립됐던 40~60대 진화대원 5명은 중상을 입었다.

또 주택 6채, 창고·공장 각 1곳, 사찰 2곳이 불에 탔다. 차량 2대가 불에 탔고 이재민은 461명으로 늘었다.

산청에서 254세대, 344명이 산청 동의보감촌 등 9곳으로 대피했고, 하동에서 76세대 117명이 옥천관 등 4곳으로 피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