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한 초등학교 봄 운동회에서 학생들이 "죄송합니다. 오늘 저희 조금만 놀게요"라고 아파트 단지를 향해 외치는 동영상이 공개돼 온라인에서 갑론을박이다.
학새들이 외친 고함은 운동회 시작 전, 소음으로 불편을 겪을 수 있는 인근 주민들에게 한 사과였다. 이 영상은 지난 14일 한 초등학생 학부모 A 씨가 SNS에 올렸다. 학교는 밝히지 않았다.
최근 온라인에 올라온 한 초등학교의 봄운동회 모습. SNS 갈무리 @super_tiger
이 영상 속에는 100명 정도의 초등학생이 운동장 중앙에 모여 아파트 단지 방향을 향해 일제히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오늘 저희 조금만 놀게요. 감사합니다"라고 외쳤다.
이 영상을 올린 A 씨는 "참 씁쓸하다. 초등 운동회에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던데 조금은 너그럽게 봐주면 좋겠다"며 최근 학교 운동회의 시대상에 대한 아쉬움과 씁쓸함을 드러냈다.
이어 "보호자 참관없이 노래 한 곡 틀지 않고 마이크 볼륨도 높이지 않은 채 오전 9시부터 약 2시간 40분 동안 운동회가 진행됐다"며 "100명 내외라 운동회 내내 그렇게 소란스럽지도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 동영상의 소리가 다 함께 외친 처음이자 마지막 소리라 제일 컸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학군지나 그런 곳이 아니라 조용하고 다정한 동네다. 아이가 '백군이 졌지만 정말 즐거웠다'고 하더라"며 "공감해주고 마음 나눠줘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예전에는 온가족이 출동해 도시락 먹는 동네잔치였다"고 추억하기도 했다.
이 영상과 글을 두고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네티즌들은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라며 집값은 올리면서 정작 아이들 소리는 민원을 넣는다", "아이들 노는 소리가 소음이 된 세상이 안타깝다. 각박하다", "우리 아파트에도 비슷한 협조문이 붙어 있었다. 세상이 야박하다고 느꼈다"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또 "예전 운동회는 동네 축제였는데, 요즘 어른들은 자신이 누린 건 왜 (아이들에게) 못하게 하나. 이기적이다", "애들 뛰노는 축제 소리도 시끄럽다고 하는 나라에서 무슨 저출산 문제를 논하겠나"는 지적 댓글도 달렸다.
일부 네티즌들은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단지)를 선호하는 최근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언급하며 "내로남불의 시대다. 초등학교는 가까워야 하지만 시끄럽지는 않아야 한다", "초품아로 집값은 올라야 하지만 운동회 소리는 싫다는 거냐"는 등의 비판적인 의견도 내놨다.
이처럼 초등학교 운동회에 민원을 넣는 사례는 빈번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 운동회 날 인근 빌딩에서 소음에 항의하다가 경찰에 신고까지하는 일이 발생했다.
2022년에는 전북 전주와 2019년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인근 아파트 주민의 민원으로 운동회가 축소돼 열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