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이 연고지인 프로야구 NC 다이노스가 창원시에 매년 23억 원이라는 거액의 정부돈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NC가 '연고지 이전' 검토를 외부에 밝혀놓고, 한편으론 창원시에 거액의 지원을 해달라고 하는 다소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다.

NC가 이 같은 '거래성 행위' 뒷배경엔 지난 3월 말 구장 시설에서의 관중 사망 사고 이후 시설 관리 주체 등을 놓고 벌이고 있는 창원시와의 협상에서 기를 선점하겠다는 의도와 함께, 시장 규모가 큰 수도권이나 울산시가 좋은 조건으로 제시했다는 문수구장 뒷배경이 있다는 분석이다. NC는 모회사의 경영 악화와 마산구장의 현재 관중으로는 자력 갱생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창원시는 지난 5일 NC 다이노스와의 소통과 협력 강화 차원이라며 시 조직에 'NC상생협력단'을 만들어 오는 9일부터 운영한다는 계획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는 NC 다이노스의 창원NC파크 구장 모습. NC

NC와 창원시에 따르면, NC는 이진만 대표가 연고지 이전 검토를 밝힌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이 대표 명의로 창원시에 '요청 사항 리스트'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NC가 창원시에 구장 인프라 등의 개선을 위해 요청한 사항은 모두 21개로 ▲시설 분야 5건 ▲팬들의 접근성 7건 ▲지역성 극복 3건 ▲기타 6건이었다.

즉 타 구단과 타 지역 수준의 시설 및 인프라를 구축해 줄 것, 창원시가 당초 구단 유치 때 한 약속의 이행 요청 등이다. 외야 관중석 증설, 팀 스토어 2층 확장, 전광판 추가 제작도 포함됐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창원NC파크에서 진행된 구장 재개장 관련 구단 입장 및 향후 대처에 관한 공식 기자회견에서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NC는 현금성 지원으로 연간 13억 원 규모의 광고 계약과 연간 5만 장 티켓 구매 등을 요구했다.

NC는 광고비 집행 근거로 창원시가 구단을 유치할 때 구장 사용료를 면제해 주겠다고 약속한 점을 들었다. NC로서는 이미 25년간 구장 사용료 명목으로 330억 원을 지불한 상태여서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달라는 것이다. 이를 연 단위로 계산하면 13억 원 정도다.

NC는 또 창원시에 연간 티켓 5만 장(약 10억 원어치)을 구매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기당 700명 정도다. NC는 독자 운영을 위해서는 창원시의 티켓 보조가 필요하고, 시와 구단 간의 이전 업무협약을 근거로 제시했다.

둘을 합치면 현금성 지원 요구는 23억 원에 이른다.

지원액 규모로 보면, 창원시가 이들 요구를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지에 대해 논란이 일 수 있다. 국민과 시민의 세금을 민간 기업에, 그것도 거액으로 지원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시장 규모가 거의 같은 KT 위즈의 경우 연고지인 경기 수원시로부터 연간 수천만 원의 광고를 받고 있고, 티켓 구매비 지원은 없다.

NC는 관중 사망사고 이후 발생한 손실 보상도 요구했다.

NC가 산정한 손실 규모는 대체 구장 사용으로 인한 매출 감소, 대체 구장 사용비, 안전사고 관련 비용 등 총 36억 2000만 원이다.

또 NC가 맡고 있는 창원NC파크와 마산야구장 시설 관리를 창원시가 맡으라고 요청했다. NC는 연 8억 원이 드는 경기 소모품과 그라운드 관리만을 맡겠다고 했다.

이는 사고 책임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3월 29일 창원NC파크 내 3루 매점 위에서 외벽 구조물인 '루버'(louver·가느다란 널빤지로 빗대 창살)가 떨어져 야구팬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

프로 야구계에선 NC의 요구안에 "현실성이 떨어져 NC가 창원시와 협상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다만 단기론 사고 책임 소재와 안전 진단비 처리 등을 둔 협상에서 선점을 하려는 의도도 다분이 보인다. NC는 관중 사망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의 창원시에 대한 섭섭함도 커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연고지의 수도권 이전이나 울산 문수구장으로 옮기기 위한 의도를 깔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수도권은 관중 수 등에서 여건이 좋고, NC는 앞서 문수구장은 지원 조건이 좋다고 했다. 현재 경기 성남시 판교에 본사가 있는 모기업인 NC의 경영 여건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구연 KBO 총재도 지난해 창원 지역구 의원을 만나 "구단으로선 여건들이 어려우면 위약금을 물더라도 연고지를 옮기기를 원하는 것 아니겠냐"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NC는 "'연고지 이전을 위한 포석'이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창원시에 전달한 요청 사항은 지역 사회와의 지속가능한 협력을 위한 협상안 일 뿐 연고지 이전을 전제로 이 같은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장에서 연고지 이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엇박자다.

창원시는 일련의 NC 요청안에 "제안 규모가 이례적이지만 수용 가능한 부분은 검토해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창원시는 이어 5일 'NC상생협력단'을 만들어 오는 9일부터 운영한다고 밝혔다.

NC상생협력단은 기존 야구단 담당 부서인 문화관광체육국 소속이 아닌 시정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 산하의 과 단위로 신설됐다. 그동안 NC의 요청 사항이 여러 부서에 연관돼 있어 조정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 조직은 야구장의 시설과 접근성 개선 등 실무 협의는 물론 창원시의회 및 시민 의견 수렴, 지역 경제와 연계한 야구 활성화 방안 등을 검토한다.

창원시는 앞서 야구장 방문 접근성 개선안도 내놓았다.

타지 방문 팬을 위해 시티투어 버스를 활용한 야구장~마산역 간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야구장과 마산역, 시외버스터미널을 순회하는 전용 시내버스 노선도 도입했다. 팬들의 이동 편의를 위한 시내버스 노선 개편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또 현재 마산역에서 오후 9시 43분에 출발하는 KTX의 마지막 운행 시간을 오후 10시 이후로 조정해 줄 것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에 건의했다.

이 말고도 야구장 근처 주차 공간 확보, 2군 경기장인 마산야구장도 NC와 시민의 의견 수렴해 개선하기로 했다. 이벤트도 한다. 야구 티켓 소지자의 마산어시장, 창동 음식점 10% 할인, 마산로봇랜드 50% 할인 자유이용권 구입도 지원 중이다. 창원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야구 경기 관람 day'도 운영한다.

한편 NC는 창원, 마산, 진해가 통합된 지난 2010년 이후인 2012년 마산종합운동장에서 홈구장을 잡았고, 창원시가 국비 등 1270억 원을 들여 창원NC파크를 준공하자 2019년 이곳으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도 2013년 창원시가 구장을 구석진 진해 육군대학 부지에 건설하겠다고 해 NC가 다른 지역으로의 연고지 이전 가능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창원시는 당시 NC와 지역 여론을 감안해 마산야구장 옆 현 부지에 창원NC파크를 건립했다. 이후에도 야구장 건립비, 구장 명칭, 교통환경 개선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그간 쌓인 양자 간의 구원이 이번 관중 사망 사고를 계기로 표출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