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는 무더운 여름철을 상징하는 곤충입니다.

소싯적 방학 땐 이마와 콧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매미채를 들고 이 들판, 저 야산으로 뛰다니던 추억의 '낭만 매미'이지요. 매미 허물은 여름방학 곤충 채집 단골이었습니다.

한여름 들판을 쩌렁쩌렁 울어대 한 땐 찌는 무더위 속에 시원한 청량감을 준다고 했지만 최근엔 '왕울음 소리'는 민원 대상 1호로 올라 있습니다.

격세지감인데, 듣기 좋던 옛 매미가 아닌 우성으로 자리한 일종의 생태교란종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아파트 단지와 인근 가로수에서 찍었습니다.

매미 성충이 땅 속에서 기어 올라와 허물을 벗어놓은 모습.

확대해 찍은 매미 허물 모습. 다갈색 반투명 색을 띠고 있다.

매미의 허물은 유충이 성충으로 변태할 때 벗은 껍질입니다. 즉, 매미가 우화(羽化·번데기가 날개 있는 성충이 되는 것)할 때 벗어놓은 탈피각입니다.

3~4m 길이에 다갈색 반투명 색깔을 띱니다. 주로 나무 기둥에 딱 붙어 있어 길가다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매미는 3년이나 최장 7년간 땅 속에서 유충(애벌레)로 있다가 지상으로 올라와 허물을 벗고 짧게는 7일, 길게는 한 달간 살다가 간답니다.

저렇게 쉼없이 울어댈까 하지만 기다림 끝에 지상으로 올라와 짝을 찾기 위함이라고 하니 소리가 더 애처롭게 와닿습니다.

아파트 단지 정원수에 붙어 있는 매미 허물들. 사진 속엔 7개이지만 이 나무를 통해 상당한 매미 성충이 허물을 벗은 것으로 짐작된다.

요즘 쩌렁쩌렁 울어대는 매미. 외모가 참매미로 보이는데 예전에 보던 매미보다 사납게 생겼다. 아파트 단지 옆 가로수의 낮은 곳에서 찍었다.

수십년 전엔 몸집이 큰 검은색 매미와 사진의 매미보다 작은 매미가 주류를 이뤘는데 지금은 보기 힘들다. 이들 매미는 매미 생태계에서 열성으로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상 정기홍 기자

뜻밖이지만 매미 허물에 약효가 있다네요. 하기야 최장 7년간을 땅 속에서 지낸다니 무슨 신비로운 것이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매미의 허물은 한의학에서 '선퇴(蟬退)'란 이름으로 불리며 약재로 사용된다네요. 매미 선, 물러날 퇴입니다.

허물은 경궐(驚厥·주로 아이가 놀라서 생기는 발작 증세) 해소, 진정 작용, 자궁경구암세포 억제, 풍열 해소, 목 통증 완화 등에 효과가 있답니다. 특히 어린이 질병인 야제증(2세 이하 아이가 밤에 우는 증상), 백일해 치료에 활용됩니다.

매미 허물은 벗은 지 얼마 되지 않은 6~7월에 채집한 것과 말매미의 허물만 정품으로 인정된다고 합니다. 산매미 허물은 가짜로 삼습니다.

요즘 쩌렁쩌렁 울어대는 위에 찍은 매미는 참매미로 보이는데 정품인지 궁금하네요.

우리나라에 사는 매미는 총 12종으로 말매미, 참매미, 쓰름매미, 애매미, 유지매미, 세모배매미, 풀매미, 늦털매미, 털매미, 참깽깽매미, 소요산매미, 호좀매미 등이랍니다.

허약성 폐렴 환자나 임산부는 먹으면 안 된답니다.

한편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은 딥러닝 기술로 매미 허물 사진만으로 종을 구분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허물만으론 매미 종을 구분하지 못했답니다.